충담 스님이 차 공양한 ‘삼화령 애기부처’ 보물 지정 예고
충담 스님이 차 공양한 ‘삼화령 애기부처’ 보물 지정 예고
  • 이창윤 기자
  • 승인 2020.07.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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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가장 이른 의좌형 미륵삼존”…원당암·갑사 불상, 복장유물
▲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사진 제공 문화재청.

신라 경덕왕 24년(765) 3월 3일의 일이다. 왕이 귀정문(歸正門) 누각에 올랐다. 밖을 내려다보던 왕은 신하들에게 “거리에서 잘 차려 입은 스님 한 분을 모셔오라.”고 일렀다. 마침 깨끗하게 차려 입은 위엄 있는 스님이 한 분 지나가는지라 신하들은 왕에게 인도했다. 하지만 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말하는 잘 차려 입은 스님이 아니다.”

신하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대통을 메고 남쪽에서 오는 스님이 보였다. 다시 왕에게 인도했다. 왕은 기뻐하며 스님을 누대로 모셨다. 스님이 메고온 대통 속에는 차를 달이는 기구가 가득했다. 스님은 매년 3월 3일과 9월 9일 경주 남산 삼화령(三花嶺) 미륵부처님에게 차 공양을 올렸는데, 그날도 삼화령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스님은 바로 향가 <찬기파랑가(讚耆婆郎歌)>를 지은 충담(忠談) 스님이었다. 스님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왕은 차를 청했다. 맛이 특이하고 향이 진했다. 차를 마신 왕은 스님에게 “백성을 다스려 편안히 살 수 있게 하는 노래를 한 수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스님은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왕에게 올렸다.

《삼국유사》 ‘경덕왕 충담사 표훈대덕’ 조에 나오는 일화다. 충담 스님이 매년 두 차례 미륵부처님께 차를 올린 경주 남산 삼화령은 지금 어느 곳인지 위치를 알 수 없다. 다만 일제 강점기 때인 1924년 10월 10일 남산 장창곡 꼭대기 부근 무너진 석실에서 발견된 ‘석조미륵여래’가 ‘삼화령 미륵부처님’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흔히 ‘삼화령 애기부처’로 불리는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7월 1일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이하 석조미륵여래삼존상),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 유물’과 ‘복장 전적’,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사보살입상 및 복장 유물’과 ‘복장 전적’ 등 불교문화재 5건을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은 마치 어린이를 보는 듯하다. 어린이와 같은 4등신의 신체비례를 보이기 때문이다. 본존불은 의자에 앉은 자세, 즉 의좌상(倚坐像)을 취하고 있고, 두 협시보살은 서 있는 모습이다. 본존불은 우리나라 의좌상 불상 중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은 원 위치가 명확한 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의좌형 미륵삼존불이라는 점, 7세기 신라 전성기의 수준 높은 조각 양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조각사에서 중요하다.”고 보물로 지정하려는 이유를 밝혔다.

▲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사진 제공 문화재청.
▲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 전적 중 화엄경 진본과 정원본. 사진 제공 문화재청.
▲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 전적 중 제다리니경. 사진 제공 문화재청.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은 조선 초기인 15세기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존상이다. 아미타여래와 관음·지장보살로 구성된 아미타삼존 도상은 고려 후기에 등장했는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례가 드물다.

삼존상 복장에서 발견된 전적은 모두 고려시대 중엽에 조성한 경판을 조선 초인 14세기 말 15세기 초에 인출한 것이다. 수량은 《화엄경》 진본 23첩과 정원본 5첩, 《제다라니》 1첩 등 모두 29첩.

“진본과 정원본은 고려 중엽에서 조선 초에 이르는 해인사의 사상적 경향과 출판인쇄문화 역량, 국보 제206호 ‘합천 해인사 고려 목판’에 포함된 개별 경판과의 상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휴대용 경전인 《제다라니》는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본이다. 우왕 1년(1375)에 판각한 것을 조선 초에 인출한 판본이다. 특히 변상도는 아미타·비로자나·석가모니불의 삼불상(三佛像)과 마리지천상(摩利支天像)가 표현된 유일본으로 고려 말 삼불상 구성과 마리지천 신앙을 알 수 있는 자료다.

▲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 사진 제공 문화재청.
▲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 복장 전적 중 백지묵서. 사진 제공 문화재청.

광해군 9년(1617)에 행사(幸思) 등 조각승 9명이 2300여 명의 시주를 받아 조성한 ‘공주 갑사 소조석가애래삼불좌상·사보살입상’은 현재 남아있는 임진왜란 이후 조성 7존 형식의 불상으로는 가장 크다. 7존상은 진흙으로 만든 소조(塑造) 불상인데, 이런 기법의 불상으로는 조성연대도 가장 빠르다. 7존상은 조선 후기 삼불상·사보살상 도상과 제작 기법을 연구하는 기준이 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7존상에서 발견된 복장 전적은 필사본 《금강경》 1건과 목판 인출본 경전 7점 등 모두 8점으로 고려시대에서 조선 중기인 16세기 중반까지 인출된 것들이다. 문화재청은 “광해군 9년 이전 인출된 복장 경전류의 유행과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유물로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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