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참선
어머니의 참선
  • 현안 스님
  • 승인 2020.06.19 16: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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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현안 스님의 수행이야기 26

 

수년 전 제가 인생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몸과 마음은 지치고 무기력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무료 참선교실에 가보고 싶었지만, 무기력으로 토요일 아침부터 절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에 너무 힘들고 지쳐서, 이렇게 사는 것보다 그냥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저는 홀로 어두운 차고 속 10년된 중고차 속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저는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많은 어려움과 괴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며 저를 키워 주신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의 희생을 알면서도 사지가 멀쩡하고 나이도 젊은 내가 살 의지 없이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즉시 예전부터 꼭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노산사의 참선 교실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영화 스님과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라도 세속 사람인데 문제가 없었겠습니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퉜고, 어머니는 입만 열면 삶에 대한 불평을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사는 것이 힘들다고 불평하고, 아버지에 대해서 불평하고, 외삼촌에 대해서 불평하고, 모든 것을 불평했습니다. 항상 쉬지 않고 불평하는 어머니에게 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지 물어보면, “너한테 내가 그 정도 하소연도 못하니? 그냥 좀 들어줘”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는 원래 성격이 다른 이들과 감정적인 연결이 잘 안되는 분이셨습니다. 감정 즉 애정표현도 별로 없는 분이었고, 본인은 모르시겠지만 어떤 일이나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도 걱정했습니다. 내 머리 속에서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런 불평을 하는 어머니 곁에 있으면 저도 불행했습니다. 수행한 동기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어머니를 포함한 여러 가족들로부터 느끼는 압력과 어려움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불평을 조용히 들어주지 못하고, 이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의 마음이 불효녀처럼 보였습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으로 내 마음 속에는 충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영화 스님을 만나서 참선을 배우기 시작한 후 매년 여름과 겨울 하고 싶은 것도 모두 뒤로하고 선칠을 하기를 3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에 2~3년만에 처음으로 갔는데, 사실 부모님 만나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 내 마음이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불평을 들으면서 어머니는 “피해자”라고 믿었고, 아버지는 “가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참선을 통해 내 마음이 예전과 변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통찰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삶의 피해자이지만, 아버지도 가해자가 아니라 역시 인생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입장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부모님이 명상을 해볼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런 제 노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모든 걸 그냥 장난처럼 대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혹시 너무 그런데 빠져드는 것 아니니?” 또는 “사업이나 열심히 하지 너무 많이 종교에 빠질까 걱정스럽네” 

그 후 다시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여전히 어머니는 인생에 대한 불평을 했고, 아버지에 대해서 불평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불평만 하지 말고, 그 문제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의 끊임없는 불평불만들이 얼마나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 드렸습니다. 부모님이 둘 다 계셨는데도 서로 항상 다투고, 본인들의 문제에 휩싸인 상황에서 어린 저는 고아처럼 외로웠다고 말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머니에게 간절하게 애원했습니다. “아무리 불평해도 주변상황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명상을 한번 해보시라고 하는데, 어머니는 해볼 생각도 없어요. 그렇다면 교회를 다니시든지, 여호와 증인이 되시든지, 천주교 성당을 가보든지, 요가를 하든지 뭔가를 꼭 해봐요. 그러면 전 어머니가 하는 불평을 매일 하루 종일 다 들어줄 수 있어요. 어머니가 명상을 배우고 싶다면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 불평만 한다면 전 그냥 모녀의 인연을 끊어 버릴 것입니다.” 저는 눈물을 막 흘리면서 계속 어머니에게 호소했습니다. “어머니는 날 사랑한다고 하시지만 사실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예요. 항상 불평과 부정적인 말로 주변의 사람들을 괴롭게 하시면서, 그걸 못 들어주는 내가 잘못됐다고 합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참선을 소개해 주면서 그들의 변화를 보고 확실한 것을 알려드려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불편한 마음은 모두 남의 탓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내가 한국에 갈 때마다 눈물로 애원해도, 차분하게 설명해도,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해도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하셨고, 감정표현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인생은 다 그런 것인데 왜 넌 유난스럽게 그냥 받아들여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할 수 없냐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딸이 성화를 부리니 어머니는 마지못해 명상하는 척했습니다. 하지만 통화를 해보면 목소리만 들어도 명상을 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도 안부전화를 드리면 어머니는 다시 인생에 대한 불평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런 어머니를 막았습니다. “어머니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그런 불평과 부정적인 말과 생각들이 나를 그 동안 너무 불행하게 했어요. 더 이상 그렇게 못 하겠어요”라고 했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불평할 때마다 들어주고 동조해 주는 것이 효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 변화를 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딸을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할 때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과 2019년 영화 스님을 모시고 한국에서 선칠과 법문 통역을 했을 때, 부모님을 초대했습니다. 부모님은 종교나 수행, 법문에 전혀 관심은 없으셨지만 사랑하는 딸이 통역을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셨습니다. 예전에 영화 스님이 저에게 복이 모자라 수행을 하거나 불교를 배울 수 없는 자들은 먼저 삼보에 공양을 올리도록 해주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홀로 외국 생활하는데 가족처럼 감싸주고 도움을 주신 영화 스님께 용돈이라고 여기고 봉투에 기부금을 담아서 드리라고 권했습니다. 부모님은 하나밖에 없는 딸이 하는 말이니 잘 따라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제일 좋은 과일들을 골라서 차에 가득 싣고 와서 사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2019년부터 불교 잡지사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왜 내가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불교와 참선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맹목적인 또는 종교적 믿음이 아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변화 때문이라는 것을 부모님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스스로 참선을 하거나 불교 공부를 하지 않고 계시니, 내가 왜 열정적으로 참선을 알리려고 하는지, 또는 참선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참선을 통한 내 몸과 마음의 변화 그리고 학생들이 참선을 통해 변하고 그것이 어떻게 그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켰는지 글로 써서 보내 드리면 언젠가 어머니도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출가를 하게 되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머니가 상처를 받거나 괴로워하시기 보다는, 다른 이들을 위해 개인적인 즐거움을 희생하고 이 길을 선택한 딸에 대해서 흡족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출가하기 한참 전부터 ‘너 그러다가 출가하는 건 아니니’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출가식 날짜가 정해졌을 때 그 소식을 들으신 어머니는 크게 놀라지 않으셨습니다.

영화 스님이 주신 임무를 갖고 한국에 다시 왔을 때 부모님은 보산사로 찾아오셨습니다. 출가를 한 딸을 처음으로 만나러 오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는 “그래 인생 뭐 있니? 본인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것, 스스로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을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태우고 버스 터미널에 가면서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시려면 꼭 명상을 해야 해요. 다리가 아프면 의자에 앉아서 해도 되니까 단전에 마음을 모으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매일 15분씩 앉아보세요”

몇 일 후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 생각도 안 하면 되는 거니? 잡생각이 너무 많아서 15분은 어렵고, 10분하고 못했다.” 저는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뻤습니다. 어머니가 이렇게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는 것은 명상을 하고자 노력을 해보셨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사람들은 다들 처음 명상을 시작하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명상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어머니가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잡생각이 많은 것은 명상을 해서 원래 없었는데 생긴 것이 아니라, 난생처음 아무것도 안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니 아주 좋은 일이예요. 보통 우리들은 그런 생각들이 쉬지 않고 생기는데, 그러면 그것을 말과 행동으로 옮겨서 표출합니다. 안 그러면 내 속의 압력이 커져서 견딜 수 없어요. 그런데 명상을 해서 선정이 생기면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속에서 태울 수 있어요” 그리고 계속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마음에 잡생각이 너무 많으면 마음을 단전에 모으세요. 그래도 너무 잡생각이 많아서 계속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기 어려우니 마음을 하나로 모을 주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나무 아미타불을 외우세요. 잡생각이 날 때 그렇게 염불을 하면 그 여섯 글자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으니 아마 명상하기 훨씬 더 수월해질 거예요. 이건 종교와 관계없이 명상 테크닉이니 한번 해보세요.” 그리고 다음 날 어머니가 카톡을 했습니다. “잡생각이 하도 나서 15분 이상은 어렵겠다. 그래도 염불하니까 좀 낫다”.

어머니의 이 한 말씀으로 제 마음 속 깊이 환희심이 일었습니다. 어머니는 무릎에 문제가 많으셔서 가부좌는 할 수 없지만 의자에 앉아서 매일 명상을 하셨습니다. 예전부터 어머니가 나에게 더 이상 인생과 다른 사람들의 불평을 하지 않으셨지만, 마음 속에서 생기는 그런 생각들은 멈추실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참선을 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었으니, 드디어 어머니의 마음을 괴롭히는 많은 생각들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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