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첫 천도재
불교계,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첫 천도재
  • 김원행 기자
  • 승인 2020.06.0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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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백양사, 25일 오전 9시부터 5시까지...유족, 관계기관, 언론 초청 예정
울산 백양사
울산 백양사

"쌀 줄까? 고무신 줄까?".

1950년 6·25전쟁 발발 전후(前後), 가난하고 못 배운 농민들을 대상으로 쌀도 주고 고무신도 준다며 꼬드긴 후, 좌익 내지는 용공세력으로 몰아 무고한 이들을 국가기관인 군(軍)과 경찰(警察)이 무참히 학살한 울산국민보도연맹학살사건.

진실화해위원회 2007년 한반기조사보고서 중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995쪽에 따르면 (학살된)유족들 약 1000여 명은 1960년 8월 20일과 21일 이틀간 울산군 온양면 대운산과 청량면 반정고개에서 유해를 발굴해 두골 825구, 탄피5관, 희생자의 손발을 묶은 철사줄, 금이빨, 도장, 처녀의 머리털 등을 발견·수습했다.

또 「민간인학살진상규명을 위한 울산지역 현장 순례」 15쪽에는 발굴된 유해는 울산 성안동 백양사(통도사 말사) 앞에 합동으로 안장했다. 유족들은 안장하기 전까지 유골들을 백양사의 법당에 모아놓고 향불을 피워놓고 교대로 곡(哭)을 하며 뼈를 지켰다.

유족들은 백양사 앞에 합동묘도 만들고 추모비도 세웠다. 추모비는 울산출신 국어학자 최현배 선생이 제자(題字)한 것으로 '울산보도연맹 원사자(怨死者) 위령탑'이라고 했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 발생 후 백양사 앞의 합동묘는 해체됐고 추모비는 사라졌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백양사 주지 산옹 스님은 7일 "오는 25일 울산보도연맹사건 등으로 학살 되거나 전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동 천도재(薦度齋)'를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대웅전에서 봉행한다."며 "이념의 틀에서 봉행되는 것이 아닌 부처님의 불살생(不殺生)과 자비(慈悲) 사상을 근본으로 천도재가 봉행된다."고 말했다.

산옹 스님은 "올해 초 사실을 전해 들었다. 가슴 아프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스님인 제가 할 일은 천도 밖에 더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백양사는 18일부터 초재를 시작한다. 울산보도연맹학살사건에 따른 가족차원의 개별적 사찰 내 천도재는 이따금 있었다. 그러나 백양사가 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족과 관계기관, 언론사 등을 초청해 자비로 봉행하는 공식 대규모 '합동 천도재'는 불교계 내 처음이다.

한편 울산시는 지난 4월 26일 군·경에 의한 울산 보도연맹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을 울산기상대 앞에 세우기로 했다. 국회는 지난달 20일 '과거사법 일부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활동이 10년 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울산보도연맹사건 조사가 더욱 활기 띨 것으로 보인다.

■울산보도연맹사건

울산보도연맹은 서울에 본부를 둔 국민보도연맹(國民保導聯盟)의 지역단위조직이었다. 좌익 전향자를 계몽·지도하기 위해 조직된 관변단체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4월 20일 창립된 이후 이듬해 3월경까지 각 지역의 지부가 조직되었던 전국 규모의 조직이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최소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 이상의 보도연맹원들이 좌익 내지는 용공세력(속칭 빨갱이)로 몰려 군과 경찰에 의해 불법적으로 처형됐다. 이를 국민보도연맹사건이라고 한다. 국민보도연맹사건은 단일사건으로, 캄보디아에서 1975∼79년 4년 동안 폴 포트의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가 양민 200만 명을 학살한 20세기 최악의 사건인 '킬링필드'에 견주어 '한국판 킬링필드'로 불린다.

국민보도연맹 지역조직이었던 울산보도연맹 역시 수많은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되는데 이를 울산보도연맹사건이라고 한다. 울산보도연맹원들은 국가가 6.25라는 전쟁을 앞세워 재판 등 사법절차 없이 감정적으로 학살당한다. 당시 울산지역 보도연맹원은 최소 1561명이었고 사건 관련 희생자는 적어도 870명이상일 것으로 밝혀졌으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신원을 확인한 사람은 407명 뿐 이다.

울산지역 희생자들은 국민보도연맹원과 좌익혐의 등을 이유로 예비검속(豫備檢束 범죄 방지 명목으로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는 사람을 사전 구금하는 것)된 사람이었다. 희생자 중 95.5%인 389명은 20∼40대의 청·장년 남성이었으며 10대가 9명, 여성도 3명 포함되었다. 이들 중 83.3%가 농업에 종사하던 주민들로서, 좌익활동과 무관한 비무장 민간인이었다. 희생자의 47.2%인 192명이 문맹이었다. 사상과 관련 없는 사람들을 무참하게 군(軍)과 경찰(警察)이 학살한 셈이다.

울산지역 예비검속자들을 집단 학살한 장소는 울산군 온양면 운화리 소재 대운산 골짜기와 울산군 청량면 삼정리 산 62-1번지 및 산 58번지인 반정고개다.(1950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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