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담는 그릇으로 ‘영화’를 택한 구담 스님
불교를 담는 그릇으로 ‘영화’를 택한 구담 스님
  • 박선영 기자
  • 승인 2020.05.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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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시사회에서 단편 3편 선보여

지난 24일 구담 스님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자신의 단편영화 3편의 시사회를 열었다. 스님은 법련사 불일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있을 당시 참신한 기획의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바 있다.

▲ 구담 스님의 제작 현장. 사진 구담 스님 제공.

동국대학교 불교미술 대학원 과정을 마친 구담 스님은 같은 학교 영상대학원 영화기획 전공으로 박사 수료를 하였다.

이번에 상영한 세 편은 〈두 번째 화살〉(2018), 〈불타는 다이어트〉(2019), 〈크리스마스의 제사〉(2020)이다.

▲ 영화 〈두 번째 화살〉. 사진 구담 스님 제공.

〈두 번째 화살〉은 대사가 거의 없는 9분짜리 흑백영화다.

영화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함경》의 ‘두 번째 화살’ 비유를 주제로 한다. 결혼을 앞둔 딸 수인은 출가한 아버지 도연 스님에게 자신의 결혼을 알리는 편지를 보낸다. 다음 장면에서는 수인의 남자 기도가 도연 스님을 찾아온다. 무문관 수행에 들어간 도연 스님을 만날 수 없자 기도는 쳐들어가듯 도연 스님의 방을 열고 수인의 죽음을 알린다. 하지만 도연 스님이 동요하지 않고 “세상에 사라지는 것은 없다”며 “돌고 돌아 꽃을 피울 뿐”이라는 말을 남긴다. 다음 날 사라진 도연 스님, 젊은 스님은 ‘산속으로 들어가 곡기를 끊고 죽는, 천화(遷化)’를 언급하며 “가장 아름다운 죽음”이라 한다. 다음 장면에서는 기도가 삭발을 하고 출가자가 된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가 끝난다.

구담 스님은 “15분짜리 칼라로 찍었는데 편집과정에서 흑백과 9분으로 바뀌었다”면서 “불타는 장면만 칼라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군더더기 없이 수묵화 같은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도가 도연 스님을 만난 후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으로 출가를 선택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흑백 장면 사이에서 첫 번째 화살이 된 수인의 사진을 태우는 불은 강렬하면서도 아름답다. 짧은 단편에서 클라이막스를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는 중흥사와 흥국사에서 찍었다.

▲ 영화 〈불타는 다이어트〉. 2020 K-TV 독립예술영화 부문에 선정됐다. 사진 구담 스님 제공.

〈불타는 다이어트〉는 먹방 유투버 수인이 다이어트 수련원에서 겪는 15분 짜리 영화다. 제목은 ‘부처님’을 뜻하기도 하고, 강한 다이어트를 뜻하기도 하는 이중적 의미다.

수련원에서 수인은 혼자 생활하며 온통 음식 생각뿐이다. 하지만 수련원의 식단은 채식 위주의 소량이라 수인은 점점 욕구가 극에 달하며 토하기까지 한다. 수련원의 방송을 통해 명상을 접하지만 도통 욕구가 가라앉질 않는다. 감정이 피폐한 지경의 수인은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눈물을 보이고 어머니는 그를 위로한다. 그러다가 꿈인지 생시인지 조는 와중에 어릴 때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슈퍼모델이 될 거라는 수인에게 언니는 ‘슈퍼돼지’라고 놀리고 그게 트라우마가 됐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본 수인은 명상을 한다. 거울이 명상을 설명하는 소품으로 등장,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는 걸 표현한다. 수인이 가만히 쳐다보는 다른 수인은 피자를 구겨 넣듯 먹는다. 그 모습이 민망하고 구역질난다. 실제 피자에 구더기를 넣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트라우마를 본 후, 가장 보기 싫은 자신을 또 직면하자 수인은 한결 차분해진 모습이다.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내 마음의 다이어트’라는 글귀가 보이며, 몸의 다이어트 때문에 시작한 명상이 마음을 치료한다는 주제를 알린다.

영화가 끝나고 무대에 오른 수인 역의 배우 엄혜수 씨는 “불교를 모르다 작품을 통해 명상을 배웠다”고 밝혔다. 구담 스님은 “단편의 특성 상 한 공간에서 기승전결을 만들어내야 해 수련원을 구상했다”고 영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명상이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주제를 녹이려 했다.”고 덧붙였다.

▲ 영화 〈크리스마스의 제사〉. 사진 구담 스님 제공.

〈크리스마스의 제사〉는 21분짜리 영화로 ‘조신의 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신호등을 뛰어 건너는 주인공 수인의 뒷모습으로 시작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위해 간 사찰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수인은 가죽자켓, 미니스커트, 진한 화장, 타로카드 등 사찰과 어울리지 않는 외형을 가졌다. 엄마가 건네 준 공양금에서 몇 만 원을 꺼내거나 반야심경을 독경해야 할 때 주기도문을 외고, 스님의 목탁을 뺏고 공양물을 맘대로 꺼내 먹는다. 중간 중간 수인은 졸다 깨고 다시 소란을 일으킨다. 바라춤을 추는 비구니 스님을 보며 자신은 고혹적인 춤으로 제사를 주관하는 스님을 유혹하기도 한다. 석류를 베어 먹자 붉은 피처럼 뚝뚝 떨어지는 즙, 그리고 바라춤 장면과 스님을 유혹하는 장면도 붉게 연출했다. 바라춤 장면과 수인의 춤이 교차편집되면서 수인의 욕구를 표현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 제사가 끝나고 어머니가 수인을 휠체어에 앉힌다.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수인의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고 수인의 한낱 꿈이었던 것.

이 영화는 특히 바라춤 장면을 다큐멘터리처럼 정교하게 찍어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구담 스님은 “나름의 일탈을 통해 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라고 영화를 해설했다. 그리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데 마음에 경계가 생겼다”라며 “경계를 두면 나아가기 어려운데….”라고 출가자로서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불교 전통문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염불, 작법을 보여줬고 향후에는 불교의식을 주요하게 다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영화 상영 후 구담 스님은 불교영화가 우후죽순으로 생산돼야 그 중에서 좋은 영화도 발굴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불교영상아카데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제작비와 불자연예인 및 스태프가 없는 데서 오는 영화 이해도의 문제, 그리고 공간 로케이션을 꼽았다.

불교영화를 만들어도 배급할 플랫폼이 없어, 아직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의 영화는 영상미가 빼어난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또 주제의식이 뚜렷하다는 데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주제를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은 경험을 통해 쌓아가야 할 부분이다.

한편, 〈불타는 다이어트〉는 2020 K-TV 독립예술영화 부문에 선정돼 시사회 당일인 24일 방영됐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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