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가 수 천 년의 세월에서 생존해 온 것은 발복이라는 메커니즘이 있었기 때문이다.
택지선정방법이나 무덤자리 선정방법은 동서고금 어디서나 있었지만, 그것을 통하여 주거지에 사는 사람이나 무덤의 후손들이 잘 살게 된다는 풍수발복은 동아시아의 특징이다. 발복이 있었기에 풍수가 왕건이나 이성계, 수양대군, 흥선대원군의 등장에 끼어들어 풍성한 역사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발복은 언제 일어나는 것일까. 주택의 경우 그 곳에 사는 사람이 직접 좋은 기를 받지만 언제 복이 나타날까 그리고 무덤의 경우 그 곳에 묻힌 후손이 잘되는 것이니 언제 누가 그 복을 받을까. 주택의 경우 3년을 살면 그 혜택을 본다고 전한다. 이는 천지인 삼재, 삼신할매 등등 3이라는 숫자를 신성시하는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이사한 뒤 그곳의 생기를 받으면 그때부터 복을 받아야 하는 것이 풍수이론이다. 자물쇠와 열쇠가 제짝이 라면 바로 열리는 것처럼. 물론 큰 복은 오래 기다려야 하고 작은 복은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것이다. 귀부손(貴富孫) 등등 복의 종류에 대해서는 공간이나 방향을 가지고 판단하므로 시간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무덤은 한층 더 복잡하다. 무덤을 조성하고 난 뒤에 태어난 후손에게 발응이 가장 확실하다고 믿는다. 발복시기를 추정하는 흔한 방법론으로 천간과 지지를 대입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천간(天干)이라하고,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지지(地支)라 한다. 우리 선조들은 연월일시 즉 시간을 천간지지로 불렀다. 2020년 5월11일 오전8시라면 경자년 신사월 갑인일 무진시로 불렀다. 땅의 방향과 공간을 표시함에 있어서도 묘방(卯方)은 동쪽, 유방(酉方)은 서쪽, 오방(午方)은 남쪽, 자방(子方)은 북쪽 등 24방위를 천간지지로 표기했다. 이 때 무덤이 묘좌(卯坐)라면 삼합의 해묘미(亥卯未)년에 태어난 사람이 발복받는다는 식으로 예측했으며, 무덤과 연결되는 능선이 우선 신룡(右旋辛龍)이면 천간합을 따져서 병신년(丙辛年)에 발복한다고 예측했다. 물론 적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홍만종 선생은 <산림경제>에서 풍수예측을 ‘혹중혹부중(或中或不中)’이라 하여 ‘맞을 때도 있고 맞지 않을 때도 있다’라고 했다.
예언이나 예측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는 그만큼 술수가 정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옛날 선승이나 도사들이 예측을 정확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은 얼마나 열심히 수행했을까 하는 존경심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