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 수년간 제자리걸음이라면
수행이 수년간 제자리걸음이라면
  • 현안 스님
  • 승인 2020.04.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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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현안 스님의 수행이야기

지난 수년동안 미국 내에서 많은 인종, 종교, 나이,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참선을 소개해왔는데, 2016년 쯤부터 한국에 방문하면서 한국 사람만큼 열심히 수행하고자 하는 인종은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미국 영화 스님으로부터 배운 불법은 비록 언어와 그 모습이 다르지만, 저에게는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듣고 배운 불교와 일맥상통한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훌륭한 수행자들과 스님들이 계시겠지만, 제가 직접 듣고 경험한 영화 스님의 불법과 영화 스님의 스승님이셨던 선화 상인의 위앙종 정통 불교가 한국의 수행자들과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선화 상인의 종지를 마음에 새기면서 2016년과 2017년 혼자 한국에 방문하여 인연 닿는대로 전국 각지의 여러 절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우연히 여러 스님들과도 만나서 연결이 되기 시작했고, 그 중 두 스님께서 마음을 열어주셔서,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낯설어 보일 수도 있는 선칠(참선 용맹 정진 프로그램)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영화 스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서, 혹시라도 스님께서 한국에 못 가신다고 하실까봐 마음을 졸였습니다. 

<2017년 한국 방문 - 서울,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의 전국 여러 사찰을 방문>

다행히도 영화 스님은 흔쾌히 가보자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도 전혀 알 수 없었고, 예산도 거의 없이 그리고 무료로 하는 행사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이 있었습니다. 2018년 처음 서울과 제주에서 했던 선칠에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첫 째날 오신 분은 지인들에게 같이 하자고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이유로 매일 참여하는 분들의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2018년 서울 비로자나 국제선원 선칠 법문>

그리고 그 다음 해인 2019년 영화 스님은 더 많은 제자들과 함께 한국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선칠 뿐만 아니라 아미타불 염불 수행인 불칠도 함께 했습니다. 한국 수행자들은 선 뿐만 아니라 염불과 정토 불교에도 강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한국 수행자들 중 지난 수년간 또는 수십년간 정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도 또한 스스로 정체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수행자들은 불법에 대한 강한 신심과 열심히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2019년 서울 국제선센터 불칠 및 선칠 수행 정진>

미국 사람들은 주저 없이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데, 예의 바른 한국 사람들은 질문 하나를 하면서도 매우 신중했습니다. 수행 시 부딪힌 어려움이나 장애에 대해 묻고 싶어도 혹여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또는 그것도 본인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물어봐도 될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반면 미국 사람들은 참선을 지도해 주어도, 한번 해보기도 전에 “왜" 해야하는지 확신을 갖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참선을 해서 좋은 변화가 많이 생겨도, 한 발자국 나갈 때마다 계속 더 물어보면서, 지시사항에 대해 일단 논리적으로 이해하길 바랍니다. 

한국 수행자들이 열심히 수행하면서 정체기에 빠져 심신의 큰 변화가 없다 하여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수행하면서 어떤 장애를 경험하는지 물어보면, 본인이 부족하고 더 열심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라 대답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절을 하고, 불경을 낭송하고, 수십년 동안 끊임없이 염불하면서도 아직 본인이 부족하여 깨닫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2019년 곡성 성륜사 불칠 및 선칠 법문>

우리가 수행을 하면서 장애를 겪는 것은 사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이런 장애들은 우리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주는 현상일 뿐입니다. 수행자가 혼자의 힘으로 이런 문제를 훤하게 들여다 보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와서 말해주어야 합니다. 스스로 이미 이해할 수 있었다면 장애를 겪고 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뛰어넘은 지혜로운 수행자를 찾아 물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행자가 셀 수 없이 반복하고 있는 수행법을 실행할 때, 어떤 부분을 잘못하고 있는지 정확히 꼬집어서 보여줘야만 장애를 극복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행 자체가 수행의 목적이 되버릴 수 있고,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죽을 때까지 장님처럼 벽에 부딪혀 반복적인 수행을 하게 되겠지요.

오늘 선화 상인의 42장경 강설집을 폈쳤는데, 우연히 이런 대목을 읽게 되었습니다. “비구(스님)들이 그들의 의문을 표하였습니다. 그리고 비구들은 부처님에게 설법을 청하여, 불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의심을 풀어달라고 물었습니다. 그들이 부처님께 수행을 계속 더 해야할지, 아니면 있는 곳에서 멈추어야 할지 물었습니다. 부처님께 결정을 내려달라고 물어본 것입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들이 ‘각오覺悟' 즉 깨달을 수 있도록 한명씩 가르치고, 교화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들 비구들을 교화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들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들을 교화 하신 후, 이들 비구들은 모두 다 깨달았습니다.”

 

<미국 만불성성의 선화 상인 42장경 강설집 - 영어/한문으로 함께 출판>

 

이렇듯 불경에서 부처님께서 이미 우리들에게 의구심과 질문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셨습니다. 만약 수행을 하시면서 궁금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선지식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부처님도 깨닫기 전 많은 스승님을 찾아 배움을 청하였습니다. 그리고 배운대로 다 했는데도 아무런 발전이나 변화가 없을 때 비로소 새로운 스승을 찾아 나섰습니다. 여러분도 수행하는데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실행해야하는지 의문이 있다면 정확한 방향과 지도를 해줄 수 있는 선지식을 찾아보세요.

 

현안賢安 스님

현안 스님은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접하고, 유발 상좌로 참선 수행을 했습니다. 2015년부터 영화 스님의 지도 하에 미국 전역, 캐나다, 유럽, 중남미, 한국 등을 다니며 참선 워크샵을 해왔습니다. 현안 스님은 출가 전부터 영화 스님의 법문과 책을 통,번역하는 일을 하였고, 전세계 여러 불교, 명상, 참선에 관련된 신문과 잡지에 집필하고 있습니다. 출가 후 현재 미국 위산사에서 수행 정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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