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팬데믹
원전과 팬데믹
  • 이정윤
  • 승인 2020.04.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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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자 로이터통신이 상세히 보도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이유가 인상적이다. 첫째, 위기를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데다 둘째, 실제상황에 닥쳐서는 투명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고 셋째, 의사결정 이행과정에서 ‘테스트 기술’상의 확률적 결함을 다른 회사제품과의 ‘교차’ 테스트를 통해 치밀하게 보완했다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전대미문의 시험대 위에 있다. 이러한 성공적 대처는 만일을 가정한 원전의 안전 위협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전염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와 달리 핵은 방사능 오염으로 확산된다. 재생산되지는 않지만, 방사선에 의한 독성이 수십만 년 지속되므로 가두어 격리시키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원전은 운전원 등 필수요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안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단순 격리로만 해결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핵추진 항공모함인 루스벨트호는 5000명의 승조원 중 수백 명의 확진자가 나오자 바다 한가운데에서의 격리를 벗어나 상륙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배의 원자로 운영자 등 필수인원은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다. 원자로는 가동 중이든 정지 중이든 상시로 운영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비상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전 가동 중 설비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되어 필수 운영자까지 감염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원전의 안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국 핵규제위원회(NRC)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원전을 격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팬데믹 플랜을 모든 원전에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한 원전안전 비상대책이 제시된 것이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위원장이 산하기관과 영상회의를 갖고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특별 관리와 예산 조기집행 등 경제상황을 위해 힘써 달라는 사진만 올라와 있을 뿐 정작 팬데믹에 대비한 원전안전을 고민하는 모습은 없다. 사업자인 한수원이 지난 3월11일 내놓은 비상대책은 정비를 잘해서 무정지 가동하자는 의도였지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질문과 대책은 아니다. 최악의 팬데믹이 발생해도 원전설비에서 발생될 수 있는 흔한 작은 사고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대형사고로 전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염병 확산을 줄이기 위해 모임이나 회의를 제한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이유로 규제기관이 원전안전 감시까지 소홀히 한다면 원전가동은 모두 중단시키는 것이 옳다. 요즘처럼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전력사용량이 남아도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산적한 안전현안들까지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11년 3월11일 사고 발생 후 수개월 만에 원전안전당국이 수립한 후쿠시마 후속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 대책을 위해 2015년까지 가동 중인 24개 원전에 1조1000억원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2020년 현재까지 완료되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50여개 원전 전부를 중지시키고 안전점검하고 보강하여 지역동의를 받는 과정에 있다. 이카타 원전만 2조원을 투입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도 사후 약방문이므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원전사고가 발생한다고 보고 전체 가동원전을 투명하게 점검, 확인, 보강하여 시민사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위험에 대한 조기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 보완도 시급하지만 독일, 프랑스처럼 교차 감시체제를 제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방역 대처 과정에서 교차 테스트로 미비점을 보완한 것처럼 교차 감시는 취약한 우리의 원자력안전체계를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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