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와 바람
기(氣)와 바람
  • 김규순
  • 승인 2020.03.24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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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풍수란무엇인가 4.
바람을 타는 갈매기의 날개짓
바람을 타는 갈매기의 날개짓

 

바람이란 기압이나 기온의 변화와 차이에 의해서 일어나는 공기의 이동이다. 풍수에서는 바람을 기(氣)가 숨을 쉬듯이 뿜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고대에 우주론을 피력한 사상이 도가이다. 풍수는 고대 사상에서 우주관과 자연관을 흡수하여 태동하였으므로 자연히 도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장경>에 ‘음양의 기가 한 숨을 내뿜으면 바람이 된다[夫陰陽之氣 噫而爲風]’고 했다. <장자>에서는 ‘땅덩어리가 기를 한 숨을 내쉬면 그것을 일러 바람이라고 한다[夫大塊噫氣, 其名爲風]’고 했다. 풍수경전 <장경>과 도가의 경전 <장자>가 700여년의 간격이 있음에도 바람[風]에 관한 동일한 개념이 발견되는데, 이는 <장경>이 <장자>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므로 풍수의 기원으로 볼 수도 있다.

거제도 바람의 언덕
거제도 바람의 언덕

 

우리가 숨을 쉴 때 활동을 하지 않는 평소에는 숨을 쉬는지 의식하지 못한다. 급한 일이 있어 뛰고 나면 숨을 헐떡이며 콧바람을 일으킨다. 기(氣)도 평소에 숨을 쉬는 것과 같이 매우 천천히 순환한다. 땅 속을 흐르는가하면, 땅위로 피어오르고,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땅으로 내려올 때는 비가 된다. 기가 자연스럽게 자의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강한 바람과 같이 빨리 움직이면 만물에 스며들거나 작용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기를 빠르게 흐르게 하는 바람은 기가 만물에 생명작용을 하지 못하게 한다.

풍수법칙에서 첫째가 득수(得水)이고, 둘째가 장풍(藏風)이다. 바람의 작용은 기를 흩어지게 한다. 다시 말해서 기(氣)가 바람을 만들었지만 바람이 기(氣)를 공격한다. 따라서 기(氣)를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해서 바람으로부터 기(氣)를 보호해야 한다. 기(氣)를 보호해야하는 이유는 기(氣)는 만물생성의 근원이므로 기(氣)가 생명을 보전해준다. 기(氣)를 빼앗기거나 흩어지게 되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氣)와 관련된 단어가 많다. 감기, 한기, 온기, 냉기, 화기, 서기, 용기, 광기, 호기, 오기, 사기, 기승, 기세, 기상, 기운, 기혈, 기절, 기력, 기량, 기색, 기풍, 천기, 지기, 기살다, 기죽다, 기쓰다, 기차다, 기막히다, 무기력 등등 헤아리기 힘들다. 대부분 사람의 생체와 정신에 관계되는 단어이다.

비바람도 버티는 야자수
비바람도 버티는 야자수

 

바람에도 등급이 있다. 고요바람(1km/h미만), 실바람(1-5km/h), 남실바람(6-11km/h), 산들바람(12-19km/h), 건들바람(20-28km/h), 흔들바람(29-38km/h), 된바람(39-49km/h), 센바람(50-61km/h), 큰바람(62-74km/h), 큰센바람(75-88km/h), 노대바람(89-102km/h), 왕바람(103-117km/h). 싹쓸바람(118km/h이상)이 있다. 바람이 초속 10m이상이면 강한 바람인데 흔들바람부터 이에 속한다. 사람이 숨쉬기에 적절한 풍속은 고요바람과 실바람이다. 계절에 따라 바람의 온도도 다르다. 즉 태풍과 같은 센바람과 겨울의 냉풍은 생명의 적으로 인식했다.
 

제주도 방파제에서 강풍으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황
제주도 방파제에서 강풍으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황

 

고대 사람들은 바람은 일반적으로 해롭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 풍(風)의 글자를 보면 돛의 형상(凡) 안에 벌레 충(虫)을 사용한 것이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연현상에서 바람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사람이나 동물에게는 체온을 유지하는데 불리하다. 기(氣)를 보호해야한다는 의미가 장풍(藏風)이다. 장풍은 폐쇄가 아니라 바람의 이동을 허용하면서 갈무리한다는 의미이다.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장풍이 되는 장소를 선정하고자 했고, 그 곳에 집을 지어서 장풍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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