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민 고통분담 방안을 찾아 시행할 때”
“지금은 국민 고통분담 방안을 찾아 시행할 때”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3.13 16:4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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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원 수당 반납 보다 ‘온누리상품권’ 지급하는 게 더 상책

조계종 총무원이 코로나19 사태에 내놓은 ‘고통분담’ 대책이 아쉽다.

조계종기관지 등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교육원장 진우 스님, 포교원장 지홍스님 등 3원장은 교역직 보시금 100%를 향후 3개월 간 자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무원 부·실장단도 소임비 가운데 50%를, 국장 스님들은 30%를 자진 반납한다. 여기에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 호계원장 무상 스님도 보시금 전액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 교계 매체는 교역직 스님들이 먼저 보시금 반납 의사를 밝히자 일반직 종무원들도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 기관에 종사하는 일반직 종무원 가운데 차·팀장급 종무원들은 11일 3~5월 급여 중 일부를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장 40만 원, 팀장 약 30만 원 정도를 반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확인서(?)도 썼다고 한다.

그런데 고통분담 차원의 대책이 어딘가 개운치 않다. 조계종 총무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구경북 등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지역을 돕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기도 법회 등이 모두 중단되면서 각 사찰들이 겪는 재정난에 호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열린 제1차본사주지회의에서는 몇몇 본사주지들이 사찰 재정난에 총무원이 분담금 조정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도와 법회 등이 중단됐고, 관광객들이 찾아오지 않으면서 문화재구역입장료 수입이 급감해 재정난이 심각해 분담금 납부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참 어려운 시절이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는 물론 일용직 근로자까지 일자리가 없어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급여 생활자들도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찰 재정난 역시 걱정거리긴 하다.

교구본사주지들이 코로나 사태 1달 여 만에 총무원에 요구하는 것은 분담금 조정 등이다. 국민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본사주지들이 마치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일용직 근로자처럼 느껴진다. 수입 감소가 어쩔 수 없는 시기에 두어 달 이겨낼 힘도 없다는 걸까. 문화재구역입장료가 아니면 운영이 안 된다면 더 문제가 아닐까. 코로나 사태에 수입 감소를 걱정하며 분담금 운운하는 스님들에게는 깨달음이 무엇일까. 도대체 사찰 재정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

온누리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본사주지들의 요청에 총무원이 내놓은 대책이 종무원들의 ‘고통분담’이다. 종무원들은 이미 아름다운동행에 매달 정기적인 기부금이 급여에서 내고 있다. 기관지인 <불교신문> 대금도 나간다. 종무원조합비에 재적사찰에 희사하는 것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이 꽤 된다. 백만원력불사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총무원장을 비롯해 교역직 종무원들의 보시를 반납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그분들은 몇 달 쯤 보시금을 받지 않아도 생계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생계가 어려운 것은 재가종무원들이다. 고통분담 차원이고, 한정된 기간이라지만 매달 수십 만 원의 소득이 줄면 그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뻔하다.

코로나 사태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팬데믹(pandemic)이 선언됐다. 매일 주가는 폭락하고, 경기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조계종 총무원이, 조계종단이 세계경제나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할 수는 없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코로나19사태 후에도 사찰 재정난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어려운 이들은 사회적 약자이다.

‘신심페이’에도 열심히 일하는 종무원들에게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줄 것을 주지 않기 보다는 좀 더 멋진 시책을 쓰면 어떨까.

재가종무원들의 수당을 반납하게 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지급할 수당(꼭 반납하게 하려한다면...)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고, 각 종무원들이 거주하는 동네의 전통시장 등에서 이를 사용하도록 권고하면 어땠을까.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같은 재화이다. 우리 집 주변의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불자들이 나서 작지만 경제활동에 보탬이 되는 시책을 시행하는 게 ‘국민 고통분담’에 나서는 모습이 아닐까. 교역직 종무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보시금 전액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받아 거주 사찰 주변의 자영업자들에게 쓰면 어떨까.

본사주지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종무원들의 고통분담이라면 실망스럽다. 본사주지들 역시 마찬가지다. 말사들이 어려우니 본사도 어려울 것이다. 말사에서 분담금이 올라와야 본사도 총무원에 분담금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분담금 걱정이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본사가 일용직 근로자처럼 하루 벌어먹고 사는 것처럼 하면 어쩌자는 걸까.

우리가 분담금을 주지 않으면 총무원은 운영을 못할 테니 우리들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을까. 좀 어렵더라도 총무원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회향하고 조계종과 불교의 위상을 제고하도록 나서면 종도들이 도와야 할 것인데, 분담금이야기가 튀어 나온다. 코로나19 돕기 성금을 모아 전달하자면 내놓는 돈이 분담금 얘기에는 쏙 들어가 버리는 것은 아닌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면 지금은 국민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시행되어야 맞다.

‘고통분담’ 차원의 수당 반납 보다는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해 종무원 가족들이 동네 시장에 가서 쓰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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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2020-03-14 22:30:30
요즘 뭐 좀 하나 싶어서 박수 좀 쳐줬더니 ... 중들보다 짊어진 삶의 무게가 다른데 종무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냐? 중은 모든 일이 수행이라 댓가가 필요 없지만 종무원에겐 노동이 생계다, 이것들아~!

절망 2020-03-13 17:17:57
법회행사중지 산문폐쇄에
감로수 20만병 보내고 강남빌딩 3개월 임대료 면제한다고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한다고 온갖 생색은 다 내고
그 고통분담은 권승이 아닌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종무원이 다 짊어지라니

역시 2020-03-13 17: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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