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워져라 8
지혜로워져라 8
  • 하도겸
  • 승인 2020.03.10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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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뜻으로 보는 입보리행론 40

사물이 이미 존재한다면 굳이 그 존재의 원인은 왜 필요한 것인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원인은 또 왜 필요하다는 것인가? 백만 아니 천만 가지의 원인으로도 비존재를 존재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런데도 존재가 있는데 이렇게 존재가 될 수 있는 다른 원인은 또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사물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언제란 말인가? 존재가 생기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분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분별되지 않는다면 존재가 있을 틈조차도 없게 된다. 거꾸로 존재 또한 비존재가 될 수는 없다. 만일 된다면 대립하는 모순된 본성이 둘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존재하지 않으면 소멸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이 모든 중생은 태어남이 없다면 죽음도 없다. 중생은 꿈속의 존재와 같아서 통찰해보면 속이 텅 빈 파초와 같이 공허하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니, 열반이나 윤회 역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와 같이 공(空)한데, 얻을 것은 무엇이며 잃을 것은 또 무엇인가? 누구를 공경할 것이며, 또 누구를 경멸할 것인가! 또한, 즐거움이나 고통은 어디에 있는가. 슬픔은 무엇이며 기쁨은 무엇인가. 자성을 구한다면서 도대체 누구에게 애착하며 무엇에 집착하려고 하는가.! 
 
이와 같이 분별해 보면, 이 세간에서 산 사람은 누구고 죽은 사람은 또 누구인가? 지금까지 누가 살았고 또 누가 태어나는가! 친척이나 친구는 또 누구인가? 모든 것은 허공과 같다는 것을 나와 함께 알아서 윤회를 끊고 깨달음으로 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행복을 원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들과 다투고 성내고 찌르는 악업을 행하며 고통 속에 살아간다. 

천상이나 인간세상에 오고 또다시 와서 많은 행복을 누리고 또 누린 후에라도 죽어서는 지옥이나 축생 등에 떨어져 긴 세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게 된다. 그곳은 열반이나 해탈이 아닌 끝없는 윤회의 수많은 골짜기로 고통으로 가는 함정들이 많고 해탈로 가는 공의 길을 찾기 힘든 서로가 모순되는 곳이다. 비교할 바 없을 정도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며, 공덕의 힘이 미약하여 수명도 짧은 곳이다. 또한 살기 위하거나 투병하고 굶주리지 않거나 피곤하게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곳으로, 수면부족으로 졸리고 그래서 위험하여 온갖 사고에 노출되며 어리석은 이들과의 쓸데없는 친교로 시간을 낭비한다. 

그렇게 인생은 덧없이 빨리 지나가고 분별의 지혜[空]는 참으로 깨치기가 어렵다. 그곳은 나태와 산란 등의 번뇌로 인해 다시 방향을 되돌릴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또한 악당[마군(魔軍)]들의 나쁜 유혹을 계속하여 모두 다 떨어진다. 외도의 길만 많으니 지혜는 언감생심 의심을 극복하기조차 힘들다. 

아울러 지금처럼 공을 닦으며 수행을 할 시간은 얻기 어려우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 번뇌로 범람한 강물줄기는 잠시도 벗어나거나 되돌리기 어려우니, 아! 고통의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는구나! 
이런 혹독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고통은 왜 보지 못하는가. 고통의 강물에 머물고 있는 여러분들을 보니 가엽고 또 가여울 따름이다. 

어떤 수행자는 찬물에 들어갔다가 다시 반복해서 뜨거운 불 속으로 들어간다. 이와 같이 혹독한 고통 속에 머무르면서 오히려 스스로는 매우 행복하다고 하는데 그게 맞나? 자기들은 마치 늙거나 죽지 않을 듯, 이런 고행을 따라 행하며 누리던 이들이 죽은 후 제일 먼저 염라대왕에게 잡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지옥 등의 악취에 떨어진다. 번뇌의 불로 괴로워하는 중생들의 고통을 나의 공덕의 구름에서 상서롭게 장대비처럼 내리는 행복으로 적시게 할 날은 언제나 되려나! 얼른 대상을 분별하지 않는, 지혜의 공덕 자량을 겸손하게 쌓아서. 대상에 집착하여 고통받는 여러분들에게 지혜방편의 결집체인 공성(空性)을 드러낼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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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거사님 2020-03-10 10:49:27
큰거사님 크신 법문 감사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목은 얼마전 사상초유 천막수행 펼친 무리들에게 내리는 벼락같은 사자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