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불자들은 대구 ‘갓바위 부처님’을 잘 알고 있으며 한 두 번은 참배했을 것이다.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신다는 소문을 타고 불자가 아닌 분들도 찾는 도량이다. 갓바위 부처님이 중생의 병고액난을 치유해 주시는 약사여래불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필자는 갓바위 부처님과 두 번의 인연이 있다. 언젠가 대구의 어느 절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객승 한 분으로부터 모 유명 스님의 상좌가 호흡기질환으로 경남의 가톨릭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데 아무도 면회를 오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당시 동행했던 스님과 함께 갓바위 부처님 참배 가는 길에서 탁발해 모은 돈으로 위문을 가기로 했다. 두 시간 정도 해서 당시 약 25만 원 정도가 모금이 되었는데, 요양원 가는 길에 탁발금의 절반으로는 과일을 구입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챙겨서 위로의 말과 함께 건넨 적이 있다.

또 한 번의 인연은 94년도 종단 사태 때의 일이다. 당시 소위 개혁의 주역들이 갓바위 선본사 처리에 난감해 할 때 “종법도 안 읽어 보고서 혁명을 했느냐?”며 직영사찰로 하면 된다는 의견을 냈다. 나중에 직접 기안해서 당시 기획실장이였던 현응 스님에게 전달하였는데 그 일은 이후 조계사 법당에서 개최된 종회에서 처리돼 오늘에 이른다.

각설하고 현재 대구가 병고액란에 수십일째 신음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대구 갓바위 약사여래부처님이 영험을 보여주셔야 하는데 침묵하고 있다.

석조 부처님 앞에서 간절히 불공을 올리면 입시생 자녀는 그 정성에 감동을 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고, 불공제자의 가족이나 지인 중 환자가 있다면 치유에 대한 강한 의지력을 발휘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으니 이것이 부처님의 영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실 불공이나 기도는 자신이나 가족 또는 이웃과 세상을 상대로 하는 의식이라 해야 옳다. 다만 중생이기에 절대적인 존재에 의지해야 간절해지고 그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옷깃과 마음을 단정히 하니 방편이라 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가 번성하는 대구에 대해 갓바위(선본사)를 관장하는 은해사 그리고 인근의 동화사나 해인사는 타 본사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야 한다. 종교를 초월해 대구의 시민과 경상도민 그리고 환자들, 일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불철주야 치료와 방역에 힘쓰는 이들을 직접 응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위문금이나 물품의 전달도 좋고, 타지에서 온 의료인들에 대한 숙식을 제공하는 일에 도움을 줘도 좋고, 현장을 찾아서 종사자들에게 노고에 감사하며 응원을 보내고 환자에게는 간접적으로나마 조속히 쾌유의 축원을 해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종단을 대표해 관계기관을 방문해 뜻을 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불교계 단독 또는 타 종교계와 합동으로 치성을 올리고 위로의 메시지를 낭독하는 방편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의 노력에도 응원을 보내고 국민의 협조도 당부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자가 치유중인 환자들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환우는 격리되기에 직접적인 구호가 안 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간접으로나마 힘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현지 사찰이나 종교계가 할 일이다. 종교만이 불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국가나 국민이 고난 시 찾아서 할 때 불교 본연의 소임을 다 한다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방향과 의지가 아닐까 한다. 나무, 동방만월세계십이상원약사유리광여래불!

/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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