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워져라 5
지혜로워져라 5
  • 하도겸
  • 승인 2020.02.18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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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뜻으로 보는 입보리행론 37

(질문) 만일 ‘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행위(業)가 결과(果)를 맺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업을 지은 후에 죽는다면 그 업은 누구의 업이 된단 말인가.' 

(대답) [이전의] 행위와 [이후의] 결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 거기에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데는 우리 양쪽 다 같은 의견이니 더 이상 논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원인을 봤어도 나중에 어떤 결과를 겪을지를 알 수는 없다. 다만 인과라는 한가지 생각의 흐름 속에서 행위를 한 주체가 결과를 피하지 못한다고 가르치신 것이다. 과거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나’라고 할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생겨난 마음을 ‘나’라고 한다면 그 역시 사라지고 나면 역시 ‘나’라고 할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파초의 밑동을 베어내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와 같이 통찰한다면 ‘나’라고 할 것도 역시 실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중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말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는 것이 실재한다고 믿는 미혹된 중생들을 위해 부처가 되겠다고 한 것이다. 

“중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체 과보는 누가 받는가!”라고 한다면 사실 미혹하여 실재를 긍정한 것이다. 자비심은 고통을 완전히 소멸하기 위한 것이니 이런 목적을 잊고 무지하게 (인과나 자비심의) 본질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고통의 원인이 되는 나에 대한 집착[我慢]은 '나'라는 것이 있다는 무지로 늘어만 건다. 그런데도 그런 변하지 않는다면 무아(無我)를 수행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몸은 다리나 종아리가 아니다. 허벅지나 허리도 몸이 아니다. 배나 등도 역시 몸이 아니며, 가슴이나 어깨도 곧 몸이 아니다. 옆구리나 손도 몸이 아니며 겨드랑이나 어깻죽지도 몸이 아니다. 내장들도 역시 몸이 아니며 머리나 목도 몸이 아니라면 여기서 몸은 대체 무엇인가!

몸은 늘 각각의 부분(의 합)에 의지한다. 부분들은 부분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부분일 따름이니, 그 몸 자체가 어디 한곳에 있을 수 있겠는가! 만일 전체 몸이 손이나 다른 부분에 있다면 손 발 등의 수가 몇개이건 간에 그만큼의 몸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몸은 외부나 내부에도 없는데, 어떻게 손이나 다른 부분 안에 몸이 다 존재하겠는가! 손이나 다른 곳에 없다면 이 몸은 어디에 존재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몸이 따로 존재하지 않음도 불구하고 손이나 다른 곳에 대한 미혹으로 각각의 모습을 몸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각각 모양이 다른 부분들을 연결한 것으로, 돌기둥들을 잘못 보고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부분들이 연결되어 결합한 몸은 사람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까닭에 손이나 다른 부분이 있으면 그것만을 보고도 (사람) 몸이 나타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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