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보수·수리 시 벽화 원위치 재설치 ‘강제’
건축물 보수·수리 시 벽화 원위치 재설치 ‘강제’
  • 이창윤 기자
  • 승인 2020.02.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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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지난 4일 ‘벽화문화재 보존·관리 규정’ 제정·시행
▲ 문화재청이 벽화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규정’을 2월 4일 제정·시행했다. 이로써 여러 가지 이유로 훼손·폐기 우려가 컸던 벽화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물 제1614호 안동 봉정사 영산회상벽화.

벽화는 건축물의 한 부분이면서도 회화로서 독창적인 가치를 지는 복합 문화재이다. 그러니 문화재적 가치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화재로 여태 보존돼온 벽화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벽화문화재는 사찰 벽화 5351점, 궁궐·유교벽화 1120점 등으로 파악됐으나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벽화문화재는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 등 12건에 불과하다.

벽화문화재가 지금껏 제대로 보존·관리되지 않은 것은 환경과 인식 탓이 크다. 내·외부 흙벽이나 판벽에 그렸으니 벽화를 건축물의 부속품처럼 여겨 보수·수리할 때 깊은 생각 않고 분리·훼손하는 경우가 잦았다. 건축물이 낡거나 변형으로 갈라지면 쉽게 훼손되고, 비바람 등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 받는 것도 보존·관리가 쉽지 않은 이유다.

보존·관리 규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가 2003년 ‘벽화문화재에 대한 ICOMOS 보존원칙’을 수립했지만 석회나 벽돌 같은 무기물 재질에 그려진 벽화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목재나 종이 같은 유기물 재질에 그린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았다.

문화재이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훼손되기 일쑤여서 가치를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벽화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화재청은 “2월 4일 훈령 제531호 ‘벽화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을 제정·시행했다”고 11일 밝혔다.

규정은 모두 4개 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 ‘총칙’에서는 ‘사찰, 궁궐 등 다양한 건조물에 그려진 벽화문화재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후대에 전승하려 한다’는 내용의 규정 제정 이유를 담고, 관련 용어를 정의했다.

제2장 ‘기본 원칙’에서는 △벽화문화재의 원 위치 보존 △직접적 개입의 최소화 △재처리 가능한 보존 행위 시행 △보존처리 시 본래 제작 기법 우선 고려 △건조물 해체 시 설계 단계부터 벽화문화재에 대한 영향 검토 등 벽화문화재를 보존·관리하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공통되는 기준을 명시했다.

제3장 ‘조사·연구 및 기록’에서는 벽화문화재를 조사·연구할 때 범위·내용에 관한 사항과 촬영·모사 등 기록에 관한 내용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벽화문화재를 조사·연구할 경우 주변 환경 정보까지 파악하고, 인문학과 보존과학을 아울러 종합적으로 조사·연구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제4장 ‘보존 및 관리’에서는 보존 상태 상시 점검, 보존처리계획 수립, 보존처리, 분리 후 재설치 등 보존·관리에 관한 제반 규정을 담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벽화를 훼손·폐기하거나 방치하지 못하도록 제 자리에서 더 이상 가치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분리한 벽화문화재를 반드시 원위치에 재설치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벽화·보존 관리 원칙을 마련하려고 관계 전문가 실무협의단을 운영하고, 학술심포지엄과 공청회를 개최해 ‘벽화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한 원칙(안)’을 수립했다.

문화재청은 “‘벽화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규정’은 벽화문화재 보존처리 또는 벽화문화재가 위치한 건조물 보수정비 사업의 근거 지침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규정 제정·시행으로 취약한 보존환경 속에서 있던 벽화문화재가 온전하게 미래세대로 전승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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