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찰 문건 어떻게 공개됐나
국정원 사찰 문건 어떻게 공개됐나
  • 이혜조 기자
  • 승인 2020.02.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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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등 정보공개청구 소송 승소

국가정보원은 지난 2017년 6월 19일 과거에 국가정보원이 행한 정치 개입 의혹을 조사하고 국정원을 개혁하기 위해 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국정원은 그해 11년 6월 언론에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적폐청산 T/F로부터 ‘명진스님 불법사찰 사건’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검찰 수사의뢰 등을 권고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정원장은 과거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혐의 등에 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전 국정원 방첩국장은 2018년 5월 4일 명진 스님을 사찰한 행위 등에 대해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그해 8월 17일 방첩국장에 대해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지난해 2월 14일 김 국장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7월 및 자격정지 7월을 선고했다. 이후 방첩국장이 상고,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명진 스님과 김인국 신부 외 곽노현(서울특별시 교육감),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영주(민주노총 사무총장), 최은순(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으로 구성된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불법 사찰정보의 공개, 삭제 및 폐기를 촉구하기 위해 국정원장에게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명진 스님과 김인국 신부는 2017년 11월 9일 국정원장에게 국가정보원이 직․간접적으로 원고들 등에 대해 사찰한 정보 등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국정원은 2017년 12월 12일 “국정원이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공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했다.

명진 스님 등은 불복해 2017년 12월 22일 이의신청을 했으나, 국정원장은 2018년 1월 기각했다.

명진 스님등 지난해 5월 변론기일에 공개청구 대상정보를 4가지로 특정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 보도자료에 기재된 원고들 관련 정보 △피고가 사찰행위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제출한 자료들 중 원고들 관련 정보 △국정원 서버에서 제목에 원고들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검색된 정보 △ 김 국장 관련 형사사건 판결문에 언급된 정보 등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장은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 열람․심사용으로 법원에 조건에 맞는 정보를 제출했다. 총 35개의 문건으로 김인국 신부에 대한 정보가 5개, 명진 스님에 대한 정보가 30개 문건이었다.

명진 스님 등은 국정원의 조치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원고들을 불법사찰하면서 수집한 정보이므로 정보공개법에서 정하는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에 해당하지 않아 정보공개법의 적용범위에 포함된다는게 첫번째 이유였다.
 
또 공개를 청구한 정보에는 다른 법률 등에서 비밀이나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고, 불법사찰 등 과정에서 수집된 것으로서 공개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정보의 주요 내용 등을 공개했으므로 이를 명진 스님에게 공개하더라도 수사 또는 재판 업무가 곤란해지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불법적인 직무를 수행하거나 위탁한 공무원의 성명 등은 공개 대상 정보이므로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끈질긴 소송을 통해 국정원의 사찰문건을 받아낸 명진 스님. 국정원은 저인망식 사찰을 통해 명진 스님의 불교계 퇴출 작업을 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끈질긴 소송을 통해 국정원의 사찰문건을 받아낸 명진 스님. 국정원은 저인망식 사찰을 통해 명진 스님의 불교계 퇴출 작업을 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국정원측은 비공개대상이라고 맞섰다.

명진 스님 등은 대북 연계 혐의자이거나 방북전력자로서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펼쳐왔고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지지하는 활동을 해 국정원은 대공 수사정보의 수집,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파악 등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정보를 수집․작성했다는 주장이다.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관련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법원은 정보공개법에서 공개를 금지한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명진 스님에 관한 정보 중 일부는 국가안정보장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 작성돼 정보공개법 적용 제외 대상정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다른 공개 청구 정보들은  봉은사 주지로 재직 중이던 명진 스님의 대정부․대통령 비판 활동, 진보 성향 단체 등 지원 활동, 개인 비위 사항, 조계종 총무원과의 관계 등 동향 수집, 명진 스님에 대해 비판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매체, 보수단체를 통한 심리전 계획 등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정보공개법 제4조 제3항의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개할 것으로 주문했다.

2010년께 원세훈 국정원장이 전부서장회의 등에서 당시 봉은사 주지로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명진 스님을 종북좌파세력이라고 규정하고 봉은사 주지에서 퇴출되도록 비위나 불법사항을 찾도록 지시함에 따라 국가정보원이 명진 스님을 사찰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수집․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법원은 국정원이 적법한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명진 스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스님의 대정부․대통령 비판 활동, 진보 성향 단체 등 지원 활동, 개인 비위 사항, 조계종 총무원과의 관계, 명진 스님에 대해 비판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 및 작성했다고 봤다.

이 같은 특정 개인의 정치적 활동, 비위 사항 등 동향 파악 등을 위한 정보 수집․작성은 국가정보원의 적법한 직무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특히 명진 스님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매체, 보수단체를 통한 심리전 계획 등이 포함된 것과 관련, 국민의 건전한 여론조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몰래 개입하는 것으로, 그 동기나 목적에 상관없이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 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장 스스로 이 정보의 수집․작성 등과 관련해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점도 정보공개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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