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청련사 안거 후 대중법문 전통 세운다
태고종 청련사 안거 후 대중법문 전통 세운다
  • 조현성
  • 승인 2020.02.11 12:4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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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상진 스님 삼동결제기도 회향법회서 “얻었으면 나눠야”

한국불교태고종 청련사가 해제 후 대중 법문 전통을 예고했다. 스님들이 해제 후 선지식이 아닌 일반 대중 앞에서 공부를 점검받는 시도는 이례적이다.

청련사 주지 상진 스님은 지난 8일 삼동결제기도 회향법회 법문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상진 스님은 “스님들은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집중수행인 안거를 한다. 내년부터는 스님들이 해제 후 신도들에게 법을 설하게끔 하겠다”고 했다. 스님은 “청련사 스님들부터 안거 결과를 신도들과 나눌 것이다. 얻은 것이 있으면 나눌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청련사 스님들은 안거 기간 매일 새벽부터 오후 1시까지 기도정진을 했다.

이날 스님은 <금강경> 사구게 중 하나인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로 법문을 시작했다. 스님은 “상은 다 헛되고 망령된 것이다. 상이 상 아님을 본다면 바로 진면목인 여래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팔만사천 경전이 있다. <금강경> <법화경> <능엄경> <화엄경> 등을 제각각 다르다고 푼다. 마음자리만 잘 지니고 있으면 되는데 중생은 시비를 따진다”고 했다.

청련사 신도들은 삼동결제 기간 기도 정진한 스님들에게 삼배의 예를 올렸다
청련사 신도들은 삼동결제 기간 기도 정진한 스님들에게 삼배의 예를 올렸다

스님은 <무문관> 제29칙 ‘비풍비번(非風非幡)’ 공안도 본보기로 들었다. 육조혜능(638~713) 선사가 광동성 법성사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도량에서 스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와 깃발이 움직였다. 한 스님이 뜰에 있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다른 스님이 말했다. “깃발이 움직이는 거다.” 혜능 선사가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대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상진 스님은 “동안거 기간 사부대중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것은 모두 마음을 내려놓기 위함이었다.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내려놓을 마음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스님은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빌어서는 “남의 집이라 생각하면 남의 집이다. 오늘은 지금 여러분이 앉아 있는 청련사가 여러분의 집이다. 편안하게 기도하고 머물다 가시라”고 했다. 이어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말이 있다. 가는 곳곳마다 주인인 불자들은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스님은 “우리가 사바세계에서 명을 다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다시 돌아와서 미워하고 싫어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라. 사랑하면 헤어져서 괴롭고 미워하면 만나서 괴롭다. 너무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말라는 말이다”고 했다.

스님은 나옹(1262~1342) 선사의 부운(浮雲) 시를 소개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로다/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태어남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인데/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 태어남과 죽음도 모두 이와 같다네/ 여기 한 물건(인간)이 홀로 있어/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는다네. (空手來空手去是人生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獨有一物常獨露 澹然不隨於生死)

스님은 “조각구름 일어나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사바세계 중생들은 원한 맺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 죽이는 것을 살인이라고 하는데 가장 무서운 것이 입으로 살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상 때문이다. 형상을 보고 판단하니 아무리 오래 닦는다고 해도 부처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으면 자기 갈 길을 모르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탐진치 삼독심 때문이다. 영가시식을 할 때면 읊는 <봉안게>가 있다. ‘편안하게 받들어 모시는 게송 살았을 적엔 형체와 걸림 있더니 죽은 후엔 아무 종적조차 없구나. 법왕의 궁전에 초대하여 맞아들였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도량에 앉으소서(生前有形質 死後無從跡 請入法王宮 安心坐道場)’이다”고 했다.

스님은 “내 몸은 죽어서 없어져도 업식은 남는다. 그 업이 윤회하고 악연은 되풀이된다. 항상 모든 사람을 대할 때는 미소짓는 마음으로 아픔을 달래줘야 하는 이유이다. 이것이 여러분이 지금 법당에 앉아 있는 까닭,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서 “‘원한은 모래 밭에 쓰고, 은혜는 대리석에 새긴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우리는 헤어지면 남이라고 생각하지만 헤어져도 함께할 수밖에 없다. 싸우고 헤어져도 끝나지 않는다. 금생에 만났을 때 그 원한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상진 스님은 “동안거 기간 기도 정진에 힘쓴 스님들, 연로한데도 매일 기도에 동참한 신도님들 모두에게 감사하다. 기도 공덕으로 큰 재앙은 작게, 작은 재앙은 소멸 됐길 바란다. 지난해 못했던 것, 좋았던 것 모두 내려놓고 새롭고 희망찬 올해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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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과 선학원이 2020-02-12 07:54:49
우리나라 앙대 전통청정종단
태고종과 선학원이 연대하여
범계종의 폭정을 끝장내고
청정불교를 다시 되살려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2020-02-11 14:07:04
적주비구를 몰아낸 태고종이 불교의 중심을 지키고 계십니다.

이게 2020-02-11 13:49:54
이런게 진짜 모범적인 불교수행이지
무슨 불/법천막 지어서 그안에 들어가서
하루한끼 옷한벌 삭발목욕안하고
앞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며 메디테인먼트라는
세계 불교역사상 어디서도 볼수없는 신조어를 만들어가며
해제일에는 수행점검 신도들앞에 법문도 안하고 도망가는
행태와 어디 감히 비교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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