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린 '꼬마 명상' 겨울 캠프
미국에서 열린 '꼬마 명상' 겨울 캠프
  • 현안 스님
  • 승인 2020.02.05 1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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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미국서 출가한 한국인, 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15

 

작년 말 새로운 인연이 된 “더불어정신건강클리닉” 세라 고 대표의 초청으로 지난 1월에 고려사에서 열린 어린이명상을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세라씨가저에게 어린이 명상 교실 지도해 줄 수 있는지 제안했을 때, 위산사에서매주 어린이 참선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현인 스님에게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옛날부터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기회도 거의 없었고, 시끄럽고 귀찮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이 참선반을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전혀 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상대로 참선 지도를 해보니,어른들과 아이들을 분별하는 마음을 보고 닦으면 아이들도 어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상주하면서 수행하고 있는 미국 위산사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도 참선을 하고, 법문도 심각하게 듣고 질문도 합니다. 처음 수행을 시작해서 몇 년 동안은 아이들이 시끄럽게 하니 귀찮기만 하고, 수행에 방해된다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아이들도 이런 수행환경에서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최근 불교 인구의 평균 연령층은 계속 높아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직접 수행을 경험해 보고, 불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미국의 불교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니 이런 아이들의 수행과 불교에 대한 경험이 모여 미국 대승불교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어느 날 영화 스님(저희 도량에서는 영화 스님을 마스터라고 부릅니다)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한인타운에 계신 세라 고라는 분이 저에게 어린이 명상반 지도해 달라고 질문이 왔어요. 현인 스님하고 같이 가서 하면 어떨까요? 경험도 없고, 얘들이 30명도 넘는다고 하던데요. 누가 같이 가서 하면 좋지 않을까요?” 영화 스님은 대답하시길 “그냥 혼자 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한번 더 “현인 스님이 경험도 많고, 전 얘들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데…”라고 말씀드렸지만, 마스터는 다시 “너 혼자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적으로 내가 30명도 넘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승님이 하신 말씀이니, 내가 나를 못 믿더라도 스승님이 된다고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린이 명상 캠프가 열린 1월 18일은 위산사에서 7주의 선칠 (한국의 안거와 유사한 참선 정진 기간)을 마치고 회향하는 날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오신 많은 스님들과 수행자분들이 계시니, 해야할 일이 항상 많아서 어린이 명상 교실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LA 고려사에 도착해 보니, 아이들이 종이컵에 연등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3살부터 15살까지 아이들 나이도 다양했습니다. 연등 만들기를 마친 아이들을 다행히 세라씨가 법당에 집합시켜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결가부좌 자세를 알려줬는데, 신기하게 대부분 아이들이 해보고 싶어했고, 적극적으로 따라 했습니다. 결가부좌로만 조용히 앉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아미타불 염불을 함께 하면서, 목탁도 쳐보도록 해줬습니다. 목탁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면서 계속 염불을 해보고, 마지막에는 묵염 즉 조용히 참선을 하였습니다. 그 중 몇 아이들은 결가부좌를 계속 풀지 않고 앉았습니다.

참선반이 끝난 후에 아이들은 스님 그리기 대회를 했고, 모든 행사가 끝날 즈음 나에게 여러 아이들이 와서 질문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너무 자세히 설명해주면 잘 이해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매우 날카롭고 예리했습니다.

그 중 몇 명의 아이들은 특히 더 참선에 집중을 잘하고 결가부좌로 잘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중 한 남자아이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그 아이는 아직 3살이나 4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30분 이상 결가부좌로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앉으니까 어떠니?”. 이 아이는 몇 초간 깊이 생각해보더니 나를 쳐다보고 “좋아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래? 어떻게 좋은데?” 그렇게 다시 물었습니다. 아이는 다시 차분히 생각해보더니 “아주 많이 좋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어떤 여자 아이는 6살~8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수줍음이 많고 처음엔 자꾸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가부좌를 매우 적극적으로 따라 했습니다. 명상 캠프가 끝날 무렵 나에게 와서 이렇게 앉으면 왜 좋은 것인지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참선을 하고 나서 어떤 느낌이 있었는지,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집에서도 계속 앉으려고 하고, 엄마에게도 해보라고 아이가 그랬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염불을 해보라고 권하면, “종교적인 것은 별로예요” 또는 “염불은 좀 식상하지 않나요?”, “화두는 안하세요?” 이렇게 생각이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순수해서 배운 대로 그냥 따라합니다. 오히려 이런 순수한 마음이 참선의 좋은 경험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지도하는 선생님이 학생들이 어른인지 아이인지 구분하지 않고,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막히거나 정체한 부분을 알아채서 진도를 나갈 수 있게 해주면, 앞으로 살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수행을 경험하게 하고, 잘 지도해 줘서 선정의 힘을 갖도록 해주면, 앞으로 자라나면서 겪는 어려움과 역경을 잘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인생을 살면서, 이런 장애들에 부딪혔을 때 극복하지 못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수행으로 몸과 마음을 수련한다면 선정의 힘을 키운다면 이런 장애를 넘어서 더욱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현안 賢安 스님

2012년 미국에서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시작하였고, 그 후 유발 상좌로 참선 수행을 해왔습니다. 2015년 부터 영화 스님의 지도 하에 미국 전역, 캐나다, 유럽, 중남미, 한국 등을 다니며 참선 워크숍을 하였고, 여러 인종, 종교, 나이, 교육 배경을 가진 많은 대중들의 수행 지도를 해왔습니다. 현안 스님은 출가 전부터 영화 스님의 법문과 책 등의 통, 번역하는 일을 했고, 현재 출가하여 위산사에서 수행 정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 여러 불교관련 언론사에 한국어와 영어로 수행과 대승불교에 대한 글을 집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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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2020-02-06 01:01:11
한국에 와서 정식 수계받으면 되겠네요
지금은 행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