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장관님 화이팅 하세요. 자승총무원장 합장"
지난 2013년 10월 국정감사서 윤석렬 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현 검찰총장)이 황교안 법무부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의 수사외압을 폭로했다. 이 문자는 수사외압을 폭로 당한 황교안에게 자승 스님이 보낸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내고 지금은 '강남원장'으로 불리는 자승 스님, 스님은 이번 겨울 위례 아파트 신축 공사장 옆 '상월선원' 현판을 내건 비닐하우스에서 안거(3개월 동안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 중이다.
상월선원에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 잠룡들이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자승 스님은 MB대선캠프내 747불교지원단 상임고문을 맡아 이명박(MB) 후보 선거운동을 했다. 그는 이상득 당시 국회의원을 봉은사로 데려가 주지였던 명진 스님에게 소개하며, 다음 법회에서 MB가 신도들에게 인사말을 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조계종 고위급 스님들과 MB가 모임 중인 호텔에서 MB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건배사를 하기도 했다.
자승 원장은 선거 와중인 지난 2009년 8, 9월께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국정원 처장을 만났다. 총무원장 당선 직후 청와대 수석과 나란히 충청지역에 나타나 마곡사 수덕사 등 지역 주요 사찰 주지들을 모아놓고 국론분열을 초래했던 세종시 문제 협조를 요청했다.
자승 스님과 이상득 의원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던 명진 스님은 봉은사에서 쫓겨날 뿐 아니라 이후 아예 승적을 박탈당했다. 모두 자승 원장 시절의 일이다.
자승 스님은 국회의원도 챙겼다. 스님은 지난 2016년 제20대 4.13총선에서는 나경원 권영세 등 여권 후보와 야권인 박영선 후보 유세장을 찾았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의원도 지역구인 순천에서 만났다. 당시 80여명의 유력 후보자들을 챙겼다는 소문이 불교계에 팽배했다.
자승 스님의 점지(?)를 받으면 승승장구가 보장된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 됐다가 풀려났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정권과 함께 몰락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딸과 아들 부정입학 의혹에 누리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제21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재명 박원순 이낙연 등이 자승 스님을 찾고 있다. 개중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이들이 안거 중인 다른 사찰을 찾았다는 기록이 없는 것을 보면, 불교계 실세를 찾아 인심을 얻고 표를 구하려는 의도를 읽기는 어렵지 않다.
상월선원을 찾는 더불어민주당 위정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불교개혁 진영이 조계종 적폐 몸통으로 지목하고 적폐 청산과 퇴출을 위해 싸워온 것을. 상월선원은 불법건축물로 1억3000만원 강제이행금이 부과된 곳임을. 고성방가 등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있는 곳임을. 불교계 언론 매체 등이 앞다퉈 상월선원을 다루며 자승 스님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상황에서, <연합뉴스> <MBC> 등 중앙언론들이 하나둘 상월선원 실체를 보도하기 시작한 것을.

명진 스님은 이낙연 전 총리 등의 상월선원 방문에 대해 "정치인은 표가 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하느냐"고 힐난했다. 상당수 불자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춤추고 노래하다가 자승 스님이 있는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며 절하고 소원을 빌던 여염집 불자들 모습에서 이재명 박원순 이낙연을 보는 것은 '웃프다'.
이번에 스님은 어느 중생을 점지할까. 점지의 효험은 있을까.
자승 스님의 '화이팅'을 바란다.
[이 글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cetan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