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크로드의 문화와 역사
[기고] 실크로드의 문화와 역사
  • 소암 스님
  • 승인 2020.01.29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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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대표적 역사학자이며 정치학자인 E.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를 통찰하고 대화하는 것'이라 말했다. 너무나 유명한 말로 인류에 회자되었다.

인류사에 있어 역사기록이란 흔히 청동기 이후의 문자가 만들어지고 난 뒤부터로 치면 대략 사오천 년이다. 물론 원시 문자인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가 7천 년이라 하나 아직도 완전하게 해독된 것이 아니다.

중국의 갑골문자와 이집트 상형문자, 고대인도의 산스크리트어, 중동의 히브리어보다 늦은 로마 그리스어 등 인류사는 이들의 모태로 세계로 뻗어 나갔다고 보면 언어문자란 고고학적 유물보다 더 설득력 있다.

문명화된 현대에 와서도 새로 문자를 만드는 나라가 있고 수백 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문자가 없이 언어로만 역사가 전해진 나라가 많았다고 보면 문자 창제는 문명을 상징하는 국가 키워드인 셈이다.

인터넷 혁명이 세상을 바꾸는 현대에 와서 문자와 각종기호가 범람하고 있지만, 왕조시대에는 문자사용이 특권층의 전유물이라고 볼 때 인류는 지금 무한한 정보와 언어 문자의 바닷속에서 마음대로 유영을 즐긴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가 넘쳐나서 인간의 두뇌만으로는 정보와 지식을 저장할 수 없고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는 정보화 과학시대를 맞고 있다.

앞으로의 인류사는 과거와 현재의 인문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미래는 상상할 수 없는 첨단적인 세계가 열릴 것이다. 인간이 달을 향해 로켓을 쏘아 올리고 반세기가 지났다.

우주공학은 인간이 더 이상 작은 지구에만 머물지 않고 우주를 여행하고 다른 위성국가를 만들어 살 수 있는 우주 생활 시대가 열릴지 모른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천대천세계의 시대가 눈앞에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인간과 생명체가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만 삶을 이어가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SF영화에 나올법한 시공을 초월하는 순간이동의 문명이 전개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욕계란 인간의 욕망으로 건설된 세계라고 보면 색계 형태만으로 존재하는 세계와 마음만 먹으면 이뤄지는 무색계, 곧 의식만으로 존재가 가능한 세상이 열린다. 현재도 우리는 버튼 하나로 집과 자동차를 여닫고 생각만 해도 그림과 형상이 떠오르는 홀로그램이 상용화되고 있지 않은가.

인류는 불과 백 년도 안되는 시간에 걸어 다니는 시간의 지배를 받는 문명에서 시간을 지배하는 문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로켓이 순식간에 지구를 회전하고 지구 밖으로 솟듯이 인간은 앞으로 정보기술과 첨단도구를 이용해 빛의 속도로 시간과 공간을 지배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면 가공할 두려움이 엄습한다. 가히 과거의 인간 문명이 아닌 미래의 초월신 문명이다.

각종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초등학생들의 공상 세계는 단순히 게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간의 상상력과 정보기술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실크로드의 위대한 발자취

인류사에 있어 수많은 문명이 발생하고 교류하면서 인류 문화사가 발전을 거듭했지만, 동과 서를 잇는 실크로드의 역사는 매우 찬란한 문명사를 잉태하였다.

물론 교과서적으로 본다면 글자 그대로 고대 중국의 동방에서 출발해서 광활한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방의 중심인 로마 그리스까지 중국의 실크와 도자기가 전해진 문명사의 꽃이라 할 수 있으나 중국의 실크로드 이전에 인도와 아랍 이집트지역에 상호문물을 교류했다고 보면 그 역사는 훨씬 더 길다고 봐야 한다. 4대 문명 중 가장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이 기원 전후로 2천여 년 전 중앙아시아를 개척하고 서쪽으로 진출함으로써 세계국가가 되었고 인도는 기원전 20세기 4천 년여 전에 북부지역에 이미 현대도시를 만들고 각종 문명 도구를 사용했다.

인도의 기원전부터 발달한 항해술과 제철기술 천문학 수학 등의 과학은 인류사를 주도했다.

4세기 이슬람의 발흥으로 아랍 상인들이 인도와 무역 교류를 하면서 인도의 고대과학과 제철기술을 자신들의 문명으로 만들고 그 힘으로 나중에 세계를 정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슬람의 문자인 아라비아숫자와 제철기술의 서구전파는 회교도들의 서구정복 후에 발생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돔 형식의 거대한 이슬람 건축물과 11세기 십자군 전쟁에서의 승리와 회교도 문명의 서구유입으로 말미암아 15세기부터 서구가 본격적으로 신무기와 함선을 만들고 인도 중국 남미대륙 등으로 진출하게 된 역사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그리스를 정복한 알렉산더대왕은 기원전 4세기에 이집트 지중해 유럽 페르시아와 북인도를 정복한 역사상 가장 광대한 지역을 점령하고 그의 영향력은 동서양을 잇는 가교가 됐다.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화는 인도와 중국 중동과 비잔틴제국에 이르는 것이었다.

알렉산더의 사후 인도의 아소카대왕은 인도와 그리스 페르시아문화가 섞인 북인도지역에서 반대로 서진해서 중동 그리스 이집트에 전쟁이 아닌 평화이념인 불교 문화를 전파했다.

그리고 3백 년 후 북인도의 불교 중심 간다라 지역은 알렉산더 이후 쿠샨 왕조는 두 번째로 넓은 지역을 정복하고 인도 그리스복합의 불교 문화를 전했다.

불교와 토인비의 역사 연구

20세기 카와 양대 역사학자인 토인비는 문명을 4단계로 나눴다. 문명의 발생, 성장, 쇠퇴, 소멸의 과정에서 도전과 응전을 말했다. 어느 한 문명이 발생하고 발전하더라도 위기의 도전을 극복하지 못하면 소멸한다는 것이다.

불교의 역사관과 흡사하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세계가 발생, 성장, 변화, 소멸한다는 등식이다.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고 한다.

토인비는 사실 그리스철학과 세계사 동방의 인도 중국불교의 사상과 역사를 깊이 천착했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오랜 세월 세계를 탐색해 왔고 인간 문명에 대하여 교류 학습과 약탈과 지배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반드시 무력에 의한 전쟁만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도 병행해 왔는데 그것이 후세에 실크로드의 문화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전쟁에 의하지 않은 탐험가와 학자, 상인 승려의 세계탐험이다. 서기전에 인도와 그리스 로마 이집트 페르시아 제국이 상호침략전쟁으로 일관했으나 이면의 역사에는 문화교류와 교역이 활발했다. 다른 종교와 다른 문명 물자와 문화를 가진 이민족들이 충돌하면서 융합을 이뤘다.

극동의 작은 나라 한국 역시 삼국시대부터 인도 중국과 북방지역을 넘어 페르시아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했음이 많은 유물과 유적이 증명한다.

흉노족에게 패한 김일제가 간쑤성에서 한나라의 제후가 되고 그 후손이 가야 김 씨와 허 씨가 된 죽간의 기록을 참고한다. 가야 김 씨는 흉노족이 아닌,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북인도를 제패한 쿠샨 왕조의 후손인 것이다. 이들이 그리스문화를 받아들인 최초의 불상을 제작하고 봉안해 모시는 북인도권 불교 문화로 가야의 신화가 비로소 해독된다. 스키타이와 신라 가야 북인도 현재 파키스탄 간다라 지역이며 북쪽은 파미르와 가까운 아프간이고 남쪽은 파키스탄 북인도지역이다.

중국은 실크와 도자기, 녹차를 인도는 불교와 사상 과학 수학을 인도가 원산지인 목화와 쪽은 인류 의류 문화와 산업혁명을 견인했다. 인도를 3백 년간 지배한 영국은 인도 목화를 가져다가 당시 양피 옷이 전부인 서양인에게 환상적인 의류를 선물했고 다시 미국은 인도의 쪽물인 인디고로 청바지를 만들어 또 한 번 세계 의류 산업을 점령하였다.

목화솜을 까기 위해 증기기관이 발명됐고 증기기관은 근대산업혁명의 원류가 되었다.

이렇듯 문화와 역사는 상호교환하면서 발전을 거듭한다.

우리의 수많은 과일과 먹거리가 먼 남미로부터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으로부터 유입됐고 유구한 불교 문화도 인도 중앙아시아를 거치고 중국과의 교류에서 성장발전 했다. 국악도 불교가 들어오면서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통해 들어왔다고 국악 학자인 전일평 교수의 연구이다.

오늘 다시 우리는 '신실크로드'의 길을 모색하고 추진한다. 부산에서 남북을 관통해 중국 북경 몽골 시베리아를 거쳐 지중해 유럽까지 신실크로드의 열차가 달려야 한다.

전쟁 없는 오직 평화의 길을 통하여 문화와 무역의 국제화를 위해서 매진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사명이며 남북전쟁을 종식하는 길이다.

그 옛날 혜초선사와 수많은 승려, 선구자들이 사상과 학문을 위한 구도와 문물의 교역을 위하여 평화의 실크로드를 갔듯이 말이다.

※ 이 원고는 2019년 12월 21일 재단법인 한국문화유산신탁의 부산 특강 내용이다.

소암 | 승려시인·동아시아불교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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