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시비거는 언론들에게
‘탈원전’에 시비거는 언론들에게
  • 이원영 수원대 교수·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준) 위원
  • 승인 2020.01.08 1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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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바보야, 문제는 ‘안전’이야

드디어 2020년이다. 지금 필자는 1인당 태양광발전이 세계5위인 그리스를 걷고 있다. 유럽의 여느 나라처럼 원전이 없는 이 나라는 태양광이 전력의 7.4%나 공급한단다(2017년). 지난 십년가까운 세월동안 햇빛 팔아서 경제살리는 정책을 편 결과다. 햇빛은 공짜다. 설치비는 갈수록 값이 싸진다.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다. 동네마다 설치만 하면 돈을 벌어들이니 안 하는 게 바보다.

이제 2년후면 독일은 원전을 모두 폐쇄한다. 우리는 지난 8년간 도대체 뭘 했는가? 구호에 그치고 있는 ‘탈원전’에 일부언론은 연일 시비거느라 바쁘다.  

지난 가을 필자는 원전현장의 여러 전문가로부터 강의를 들었다. 강의라고는 하지만 현장의 경험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원전의 위험을 걱정하는 자리였다. 

이 강의에서 하정구 원안위 전문위원(캐나다원전엔지니어)의 월성원전의 위험 그리고 원전에니지어인 이정윤대표(원자력안전과미래)의 영광의 한빛 3·4호기의 격납용기의 공극위험을 지적했다. 최근 언론에 알려진 바다. 공극문제는 일본에서도 걱정이다. 강좌에 참여한 일본의 원전엔지니어 고토 마사시 위원(일본원자력시민위원회)은 이를 두고 ‘일본이라면 있을 수 없는 사고’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알려진 것만 해도 심각하다. 

1939~1945년에 건조된 미국 화물선 Liberty호의 용접피로 파괴:재료 취성과 용접 잔류응력으로 인하여 약200척이 파손되었다. 주로 겨울에 많이 발생했다.
1939~1945년에 건조된 미국 화물선 Liberty호의 용접피로 파괴:재료 취성과 용접 잔류응력으로 인하여 약200척이 파손되었다. 주로 겨울에 많이 발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다음의 내용처럼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계에 내재한 본질적인 위험이다. 기계설계공학의 조석수 강원대 교수의 강의에서 들은 ‘설비가 노후화되면 언제든지 기계균열과 파손이 갑자기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조교수는 2차대전때 사례를 소개하면서 ‘당시 생산되었던 리버티계열의 배들이 대량으로 사고가 났는데 이 배들은 제작과정에서 응력이 발생되는 설계미스 및 용접 문제로 인해 선체에 균열이 가서 항해 도중 갑자기 두 동강 나서 침몰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각히 손상한 것까지 약 200척이나 된다. 설계단계에서 고려하지 못한 2차 응력(용접, 열, 진동)으로 인한 변형과 피로파손에 의한 위험은 금속설비가 있는 어느 곳이나 해당된다.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도 바로 이 사례다. 30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1994년에 교각 사이 상부 트러스 용접 부분의 피로 파손으로 무너진 성수대교. 건설된 것은 1979년이다.
1994년에 교각 사이 상부 트러스 용접 부분의 피로 파손으로 무너진 성수대교. 건설된 것은 1979년이다.

원전도 예외가 아니다. 이를 윤태호 박사(前 삼성SDS 연구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해주었다.  

이어서 문인득기술사(前두산중공업엔지니어)는 울진원전의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왔음을 증언한다. ‘원전의 증기발생기는 열팽창과 수축을 자주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이를 지탱하는 하부구조물에 무리가 생긴다. 그로인해 증기발생기 내에 있는 가느다란 전열관 8천여 가닥이 진동으로 인해 깍여나가는  현상이 있어  수십개가 파열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에 놓인 상태’ 라는 것이다.  

원래 원전은 우라늄으로 물을 끓여서 증기를 발생시킨 후 그걸로 격납용기 바깥에 있는 터빈을 돌려서 전력을 생산하는 기계다. 아래 왼쪽그림은 격납용기 내부를 보여준다. 한가운데에 우라늄을 태우는 원자로가 있고 양쪽에 증기발생기가 있다. 이 증기발생기에서 증기를 생산하는 전열관(세관)의 마모와 파손이  유난히 심해서 교체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문제가 최근 발생해왔다.  

그는, ‘증기발생기는 핵심설비로서 가압경수로형 원전에만 있는 것인데, 특히 한국형 APR1400 모델이 다른 가압경수로 모델(웨스팅하우스 모델)보다 수명이 짧고, 설계수명의 절반도 못 미쳐서 조기에 교체되고 있다. 전열관이 5개 이상 파열되면 그 어떤 대책도 없다. 파열되면 30분동안  150 톤의 냉각수 유출사고가 발생되는데, 이렇게 되면 메뉴얼상 대응방법이 없다는 것을 규제기관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는 수십년을 현장에서 살다시피한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실상을 알리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왜 원안위는 침묵하고 있는가? 만약 그가 틀렸다면 왜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해할 수 없다. 

APR1400원전은 우리나라의 주력 원전 모델인 OPR1000을 개량하여 개발한 차세대형 원전인데, 미국 NRC의 설계인증은 획득하였지만 울진3호기4호기 사례에서 보듯 안전성은 의심된다.
APR1400원전은 우리나라의 주력 원전 모델인 OPR1000을 개량하여 개발한 차세대형 원전인데, 미국 NRC의 설계인증은 획득하였지만 울진3호기4호기 사례에서 보듯 안전성은 의심된다.

원전관련학과의 커리큘럼을 보면 이런 기계공학적 금속공학적 위험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원전을, ‘안전’을 광고하는 자들을 내세워  연일 우수한 제품이라고 연일 보도하는 언론들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믿고 우기는 것일까.  

더욱 문제되는 것은 현장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부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고 챙겨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 한울4호기와 유사한 상태를 보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원전은, 울진의 한울3호기4호기 외에도 영광의 한빛 3·4·5·6기 그리고 울산의 신고리 1·2·3호기 경주의 신월성1호기 등 10개라고 문인득기술사는 지적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 원전 10개는 가동을 중단하고 정밀조사해야 마땅하다. 10정도 중단해도 전기공급에 실제로는 문제가 없다. 대형공장이나 대규모시설은 언제라도 자가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이후 일본의 52개원전은 3년동안 전면 가동중단되었어도 문제가 없었고, 최소한의 원전만 가동되고 있는 현재도 전기수급에 문제가 없다. 원전위험이라는 비상상황에서는 우리도 10개 원전 정도는 세워두고 정밀점검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위기관리와 혁신은 우리도 밥먹듯이 해온 것 아닌가. 

언론을 가장한 마피아들의 아우성은 내버려 둬도 된다. 문제는 안전이다. 보다 집중해야 한다. 원전위험을 방관하는 것은 민족과 인류에 대한 직무유기다. 

/ 이원영 수원대 교수·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준) 위원 

*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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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산 2020-01-15 22:38:47
이병령 박사의 저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압수형 원전이라 안전도가 높다는데 왜그러는가 모르겠네
후쿠시마.체르노빌 사고 모두가 비등수형 원전이라 던데 태양광옆에 과수원의 과실나무가 말라죽는 이유는 뭘까요 이병령 박사님과 공개 맞장토론 한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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