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안락
행복과 안락
  • 현안 스님
  • 승인 2019.12.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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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미국서 출가한 한국인, 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10
영화 스님
영화 스님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관심이 있는 주제는 ‘행복’입니다. 그리고 어느 문화권에서도 최고 인기 좋은 법문 주제도 또한 행복입니다. 너도 나도 다투어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참선을 지도할 때 “사랑”과 마찬가지로 “행복”이란 단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단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혼돈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에게 행복의 의미는 외부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계속 변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들은 원하던 직장을 얻어서 만족스러우니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크고 좋은 집을 장만해서 행복하다 말하기도 합니다. 또는 멋진 남자친구가 사랑해주니 행복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복은 아직도 외부조건에 의지하니, 조건이 바뀌면 우리 마음도 더 이상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한다면 마음의 고통도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불교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불교가 다른 종교들에 비해 아주 뛰어난 점이 있다면, “이고득락 離苦得樂” 즉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얻을 수 있는 수행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다른 종교에서는 속세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불교의 특이하고 뛰어난 점은 우리의 번뇌와 망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수행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수행을 하려면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로 앉아서 아픔을 견뎌야 하고, 단식을 하면 배고픔과 목마름을 참아야 합니다. 또 수 없이 많은 절을 하면서 쑤시고 아픈 몸을 참아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필자에게 말하길, 부처님이 중도를 설하셨으니, 너무 극단적인 고행은 하지 않는게 좋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고행은 우리들이 단지 결가부좌로 겨우 몇 시간 앉거나, 물 단식 며칠하면서 겪는 아픔과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 컸을 겁니다. 부처님이 많은 고행 끝에 음식을 받아 드시고 다시 깊은 명상에 들어간 모습을 보고, 우리의 어리석은 마음으로 고행이 필요 없다고 단정 짓는다면 불교는 허무주의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필자가 수행하는 위산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결가부좌로 수행하고, 선칠 (한국의 안거 또는 용맹정진과 유사) 기간 동안에는 물 단식을 합니다. 심지어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부터 80세 이상의 노인들까지도 결가부좌 1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모두 처음 결가부좌를 시작하였을 때, 각자 심신의 문제에 따라 아주 괴롭고 힘든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결가부좌 수행이나 단식, 절, 염불 등의 수행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건강을 증진시켜줍니다.

 필자 또한 결가부좌의 아픔이 너무 싫었습니다. 앉을 때마다 너무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주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중 하나는 결가부좌 상태에서 다리를 풀고 싶을 때 또는 단식 중 배가 고프고 목 마른 것을 해소하고 싶을 때, 이런 불평하는 여러 생각들이 조용해 질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것입니다. 마음이 쉬지 않고 불평해도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고 기다리면, 마음의 시끄러운 소리들이 잠잠해 집니다. 이것은 바로 마음이 요구하고 졸라대는 것을 해주는 대신, 외부 조건에 의존하는 행복을 추구하는 대신, 마음의 안락을 얻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행복을 추구하는 대신, 우리의 삶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알고, 수행을 쉬지 말고 하라 하였습니다. 수행을 하면 행복보다 더욱 지속적이고 편안한 마음의 안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행복과 즐거움만 추구하고, 고통과 아픔을 피하기 때문에, 고행으로서 그 중간에 있는 중도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안락이고 균형입니다.  안락安樂은 행복하거나 불행한 양면이 없고, 항상 편안한 것입니다. 삼매에서 오는 안락은 좋은 것도 없고, 싫은 것도 없고, 원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 것도 없는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내 밖에서 찾는 행복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행복”을 안락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선지식은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쫓으라 가르치지 않을 것이고, 우리로 하여금 선정의 힘을 키우고 지혜를 열 수 있도록 안내해 줄 것입니다. 마음을 열어 지혜를 찾으면, 여러분의 어려움과 문제도 우리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선화 상인
선화 상인

선화 상인의 법문 중

고를 견디면 고를 끝을 낼 수 있고, 복을 즐기면 복을 고갈하게 된다.
To endure suffering is to end suffering; to enjoy blessings is to exhaust one's blessings.
 

글쓴이: 현안賢安 스님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접하고, 유발 상좌로 참선 수행을 해왔다. 2015년부터 영화 스님의 지도 하에 미국 전역, 캐나다, 중남미, 유럽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참선 워크샵을 해왔다. 현안 스님은 출가 전부터 영화 스님의 법문과 책을 통,번역하는 일을 하였고, 전세계의 불교, 명상, 참선에 관련된 신문과 잡지에 집필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영화 스님과 동행하여 한국 수행자들에게 중국 정통 불교 수행법인 불칠과 선칠을 소개하였다. 현재 위산사에서 수행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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