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대회가 해종? 조계종 근본 부정하는 모순”
“승려대회가 해종? 조계종 근본 부정하는 모순”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9.12.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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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수좌회 원인 스님, 계속된 호법부 등원 요구에 입장 발표
▲ 원인 스님

지난해 8월 26일 전국승려대회를 준비했던 원인 스님(당시 조계종을걱정하는스님들의모임 상임대표ㆍ사진)이 조계종단의 ‘해종행위’ 명분의 징계 추진에 입장을 냈다. 당시 전국승려대회 한 축을 이루던 한 승가모임이 최근 지기자회견을 열어 말했던 ‘유감’, ‘송구’와는 결이 다르다.

원인 스님은 최근 3년 결사를 시작하면서 ‘최근 호법부 등원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제하의 글을 지인을 통해서 <불교닷컴>에 보내왔다. “도반들 요청에 따라 성명서 차원으로 발표하고자 원인 스님이 쓴 글”이다. 글을 전한 스님의 지인은 “호법부가 최근 9명을 대상으로 등원공고를 해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전했다.

원인 스님은 “우리 종단 운영자들은 정의를 억압하고 비법으로 정상을 다스리려고 한다. 누가 종단을 해종했고 누가 진정으로 애종을 했는가. 평범한 조계종 스님들에게 물어본다면 정답은 바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지난날 돌아보면 사부대중 주인이 돼야 할 종단을 특정인이 사유화하므로 인해 각종 비리가 난무하게 됐다.”며 전 총무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스님은 ”이에 따라 사회 각 언론에서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집단이라고 매도해도 종단 윗자리에 앉은 지도부 가운데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고 그 흔한 성명서조차 내지 않았다“고 적폐에 눈감은 종단 현실을 개탄했다.

원인 스님은 “승단 구성원 누구도 자정할 생각조차 없는 승단추락에, 정진하는 모든 대중들은 분노했다. 능력도 조직도 없는 우리들은 오직 위법망구적 애종심 차원에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 개혁을 주장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승려대회가 열린 지)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54명을 종단해종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이것을 우리가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스님은 “조계종은 1950년대 이후 승려대회로부터 종단이 자리 잡았다. 지금의 승려대회를 해종이라 한다면 이것은 조계종근본을 부정하는 모순”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청정승가와 종단개혁을 염원한 승려대회를 통해 자정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불교의 위상추락을 막고 종단개혁의 씨앗이라도 될 수 있었다”고 당시 승려대회를 평가했다.

스님은 “순수한 마음으로 종단을 걱정하는 스님들이 주축 된 2018년 승려대회는 해종이 아니라 불교를 위하는 애종으로 봐야 한다.”며 “작년 승려대회로 인한 조계종단의 그 어떤 징계도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조계종은 더 이상 화합을 깨는 불필요한 징계행위를 중지하고 조속히 지난 정화개혁보다 더 큰 개혁을 이뤄 한국불교가 중흥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조계종 중앙종회는 해종행위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제민 스님)를 구성하고 종단 개혁을 원하던 54명을 ‘해종행위자’로 규정했다. 여기에는 원인 스님 등 당시 전국선원수좌회 대표와 집행부가 포함됐다. 조계종 호법부는 종정스님의 화합 교시 후에도 ‘해종행위자’ 대상 등원 요구 공문을 재차 발송했으며, 원로급을 비롯한 상당수 스님들이 호법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원인 스님의 지인은 “원인 스님은 ‘옳은 일 한 사람이 왜 옳지 않은 일을 한 사람에게 가서 해명해야 하느냐’며 성명서를 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성명서 끝에 적은 9명의 스님들은 지난 10월 대구모처에서 모여 종단의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은 이날 회합의 결과물 중 일부이다.

다음은 원인 스님이 쓴 성명서 전문이다.

최근 호법부 등원에 대한 우리의 입장(성명서)

모든 국가와 종교가 운영함에 있어 정의롭지 못하면 반드시 쇠퇴의 길로 갈 수밖에 없지만 혹 잘못이 있더라도 대중의 고언을 받는다면 전화위복 되어 개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옛 위정자들은 국가경영에서 항상 현자들과 대중들의 고언을 받아 정책에 반영하였으며 오늘날 우리사회도 그러한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종단운영자들은 이 모든 정상적인 흐름과 반대로 정의를 억압하고 비법으로 정상을 다스리려고 합니다. 과연 누가 종단을 해종했고 누가 진정으로 애종을 했는가요. 평범한 조계종 스님들에게 물어본다면 정답은 바로 나오지 않을까요? 지난날 돌아보면 사부대중이 주인이 되어야 할 종단을 특정인이 사유화하므로 인해 각종 비리가 난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사회 각 언론에서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집단이라고 매도해도 종단 윗자리에 앉은 지도부 가운데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고 그 흔한 성명서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승단 구성원 누구도 자정할 생각조차 없는 승단추락에, 정진하는 모든 대중들은 분노했으며 능력도 조직도 없는 우리들은 오직 위법망구적 애종심 차원에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 개혁을 주장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는데 일 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54명을 종단해종행위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을 우리가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천칠백년사에서 일찍이 종단이 이렇게 추락한 적은 없었으며 만신창이 된 최악의 상황에서 승려대회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만일 이것을 해종행위라 한다면 정화이전과 이후 승려대회는 모두 해종이 아닌가요?

더욱이 조계종은 1950년대 이후 승려대회로부터 종단이 자리 잡았는데 지금의 승려대회를 해종이라 한다면 이것은 조계종근본을 부정하는 모순이 아닌가요?

우리는 작년 청정승가와 종단개혁을 염원한 승려대회를 통해 자정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불교의 위상추락을 막고 종단개혁의 씨앗이라도 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순수한 마음으로 종단을 걱정하는 스님들이 주축 된 2018년 승려대회는 해종이 아니라 불교를 위하는 애종으로 보아야 하기에 작년 승려대회로 인한 조계종단의 그 어떤 징계도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조계종은 더 이상 화합을 깨는 불필요한 징계행위를 중지하고 조속히 지난 정화개혁보다 더 큰 개혁을 이루어 한국불교가 다시 중흥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9년 12월 5일 등원 공고를 받은 9명 대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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