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너 진짜 먹고 싶니, 내 몸이 전하는 소리를 들어봐
[전문] 너 진짜 먹고 싶니, 내 몸이 전하는 소리를 들어봐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12.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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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아카마지 대표, 4일 성불연대 12월 강좌 강연문
4일 성평등불교연대 12월 강좌에서 강연하는 김현진 아카 마지 대표.
4일 성평등불교연대 12월 강좌에서 강연하는 김현진 아카 마지 대표.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지구는 이제 임계점을 지나 폭발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지구의 기온변화는 무서우리만치 빨라졌다. 이 변화를 늦추기 위해 채식지향의 식단이 해결방법인건 여러 번 언급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 강한 양념과 육류와 가공식품을 끊지 못하겠다면 소개해드리고 싶은 식사법이 있다. "mindfull eating"이라는 식사법이다. 이것은 무엇을 먹느냐에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에 집중을 하는 방법이다. 먹거리의 내용을 바꿀 수 없다면 먹는 방식이라도 바꿔 보는 것이 지구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서구사회에서 이 마음챙김 먹기라고 불리는 "mindfull eating"이 시작된 것은 명상이 서서히 인기가 있기 시작한 1990년대이다. 일단 이 식사법은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 된다. 스스로 만들어서 먹을 경우에는 이 과정이 조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좋다.

음식을 대할 때 그저 허겁지겁 먹는 것이 아니라 과연 지금의 내 배고픔이 진짜인지, 이 음식이 내게 필요한 것인지 천천히 음식을 바라보면서 자기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두고 음식을 몇 분간 뚫어지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음식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같이 식사하는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매번 먹는 시간이 되었으니, 혹은 입이 심심하니, 우울하니, 별로 할 일이 없으니 먹을 것을 찾을 때가 대부분이다. 배고픔을 진짜로 느끼고 내 몸이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감사하게 먹은 적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없다. 자신의 식사량은 식당에서 주는 양으로 결정될 때가 많고 남기기 아까워서 혹은 낸 돈이 아까워서 추가 주문을 하고 먹는 경우도 있다.

지금 서구사회에서 몸무게의 감량비법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식이요법도 아니고 디톡싱 음료도 아니고 운동요법도 아닌 "mindfull eating"이다. 내 몸이 지금 이 먹거리를 진정으로 먹기를 원하는지 천천히 바라보면서 몸의 소리에 집중하는 섭생법인 이 "mindfull eating"은 허상의 배고픔이나 욕망을 가라앉히는 방법이며 음식에 대한 순간적인 탐착으로 폭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mindfull eating"을 지속적으로 하면 내 몸의 생체시계와 반응에 맞춰 먹게 되는데, 점점 식사량도 줄이게 되고,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하니 자연스레 몸의 자정능력과 면역력도 좋아진다.

명상단체에서는 간혹 ‘먹기 명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바라보고 음식을 입안에 넣고 그 식감과 다양한 맛을 일일이 구분하고 음식을 목으로 넘기고 그 음식이 식도를 타고 위로 내려가는 느낌까지도 챙겨보는 것이다. 너무 아무런 느낌 없이 뱃속으로 쏟아 붓는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먹기’를 체험하는 것이다. 필자도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적은 양으로도 배가 부르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무엇보다도 내 위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먹기 명상의 경우 혼자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집이나 명상센터가 아니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마음챙김 식사법은 그저 잠시 음식을 바라보고 자기의 몸을 생각하고 천천히 씹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한다면 약간의 양해를 구하거나 같이 해보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난 달 sbs 스페셜다큐에서 이 "mindfull eating"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었다. 그때 실험도 병행하였는데 과체중이거나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등이 있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이 식사법만 가지고 몸의 변화를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영양과잉으로 걸리는 모든 성인병을 다루고 있는 미국의 의사를 취재하기도 하였다. 결과는 놀라울 만치 효과가 있었다. 운동도 안하면서 먹기 전에 음식물을 바라보면서 진짜 배고픔인지 알아차리고, 단지 천천히 먹는 것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독특한 사실은 이렇게 일상생활 식단으로 먹기 시작했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내 몸이 원하는 먹거리를 제대로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던 사람들이 점점 양념을 줄이고 육고기 보다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을 찾게 된다고 한다. 아마도 몸과의 대화가 가능해지고 몸의 소리를 들으면서 입만 즐거운 먹거리를 그만 두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끔 너무 깔끔하게 좋은 것만 먹으면 안 되고 때로는 정크푸드도 먹어야 웬만한 걸 먹어도 속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주변사람들이 있다. 나쁜 걸 먹어도 속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위험한 신호이다. 우리 몸이 아무리 소리쳐도 반응이 없으니 소리치는 걸 멈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순간에도 몸은 점점 나빠져 가고 그 증상을 느낄 때에는 너무 늦거나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되서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데도 데드라인이라고 불리는 임계점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몸도 급격히 악화되기 전에 되돌리는 것이 가능한 임계순간이 있다. 그 지점만 넘지 않는다면 웬만한 병은 자기 몸의 ‘자정치유능력’에 기대어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면역력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자정치유능력이란 내 몸에 어떤 병원균이 들어와도 내 몸의 방어능력으로 그것들을 퇴치시키는 힘이다. 흐르는 강물에는 조금 더러운 것을 버려도 여전히 깨끗하지만 고여 있는 물에 버리면 그대로 물도 썩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우리의 몸도 흐르게 해야 한다. 배변작용과 땀 배출 등으로 몸속의 나쁜 요소들을 짬짬이 배출해 내야한다. 그래서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혈관속의 기름덩어리나 몸속의 보이지 않는 염증 등은 이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이고 이것들은 도가 넘는 과한 영양분과 스트레스 등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면서 몸도 힘들다는 반응을 한다. 그러다가 이러한 상황들이 계속되면 결국 몸은 내게 말 걸기를 멈추게 되고 몸은 고여 있는 물처럼 변해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남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한다. 그건 그들이 내 뜻을 오해해서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귀를 닫아 버릴 때 느끼게 되고, 내가 아는 세상의 수위와 다를 때 같은 말을 해도 이해가 안 될 때 역시 그렇다. 공감과 소통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과의 공감과 소통능력은 어떤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남이 내게 한마디 상처 주는 말을 해도 참지 못하고 바르르 떨면서 내 몸을 상처 입히는 먹기와 쉬지 않기, 나쁜 마음으로 스트레스 주기에는 어떻게 그토록 관대할 수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어떤 사람과의 좋은 관계맺음을 위해 우리는 그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게 된다. 나 자신과의 좋은 관계맺음을 위해서도 똑같다. 우리는 내 몸의 소리를 잘 듣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이 "mindfull eating"인 것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먹는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배고프지 않아도 때가 되었으니, 혹은 스트레스가 쌓였으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혹은 사람들을 만나서 친해지는 과정으로 또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넘쳐나는 ‘쿡방’이나 ‘먹방’을 볼 때면 불현 듯 배가 고픈 듯이 느껴져서 먹는다.

지금 손에 수저가 들려있거나 뭔가 달달한 간식거리가 들려있다면 한번 찬찬히 바라보고 내 몸에게 말을 걸어보자. “너도 진짜로 먹고 싶니? 지금 네가 원하는 음식이 맞니?” 훈련이 안 되서 처음에는 몸의 속삭임을 잘 듣지 못하더라도 몇 번만 시도해보면 몸이 내게 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필요 없는데 네가 꼭 필요하다면 조금만 먹어줘.”라던가 “저번에 그거 먹었을 때 아팠었는데 싫어.”라던가 “지금 배 안고프잖아 먹지 마.” 반면에 “좋은 음식이네. 네게 필요해. 감사하게 먹어줘.” 등의 소리를.

김현진/아카마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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