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쓰나미' 아니라 '원전 결함과 지진'이 원인"
"후쿠시마 원전사고, '쓰나미' 아니라 '원전 결함과 지진'이 원인"
  • 정대희(오마이뉴스)
  • 승인 2019.11.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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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토 마사시 일본 원전 전문가 주장, "거대 구멍 한국 원전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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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고토 마사시(後藤政志) 위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고토 마사시(後藤政志) 위원이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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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자력 전문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보단 결함이 있던 원전이 지진 진동 때문에 고장 났고, 안일한 사고 대책이 더해지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 115회의 지진이 발생하고, 원자력발전소 8기에서 구멍 295개가 발견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일,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고토 마사시(後藤政志) 위원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기술적 평가'란 주제 강연에 나서 이렇게 주장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기술적 평가를 설명했다.

고토 마사시는 지난 1989년 일본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기업인 도시바에 입사해 원전과 원자로 격납용기를 설계한 일본 원전 전문가로, 현재는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도시바에 재직 중 원자력기술을 비판한 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는 일본 도쿄전력이 뒤늦게 인정한 노심용융(meltdown,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되어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해 연료인 우라늄을 용해함으로써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일)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격납용기는 원자로 및 냉각재 계통 등 방사성 물질의 누출 가능성이 있는 배관이나 기기를 수용하는 구조물이다.
 
이날 그는 "지진이 일어나면서 철탑이나 변전 설비가 망가져 (후쿠시마 원전의) 외부 전원이 상실됐고, 이후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됐으나 원자로의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라며 "이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1~3호기가 멈췄다. 원자로의 압력을 낮추는 안전밸브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연료봉이 노출돼 노심용융에 이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심용융을 시작하자 원자로의 피폭관이 수증기와 반응해 대량의 수소가 발생해 격납용기에 가득 차게 됐다"라며 "하지만 격납용기에 있던 수소가스가 새면서 (격납용기를 둘러싼 건물인) 원자로 건물 상부에서 축적되고 공기와 반응하면서 수소 폭발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돼 후쿠시마 원전 인근을 오염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원자로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원자로 수위계는 격납용기 안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오작동했다. 이 때문에 원자로 내부 상태의 이해를 어렵게 했다"라며 "하지만 이마저도 (도쿄 전력은) 사고 반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원자로의 압력을 떨어뜨리는 안전방출밸브(SRV)도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서 작동할 수 없게 됐다. 응급 대책으로 소방차에 호스를 연결해 원자로에 물을 공급했으나 복잡한 배관 때문에 대부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수소가스 폭발과 방사성 물질이 외부까지 가는 과정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격납용기는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성 물질의 외부 대량 누출을 막는 '마지막 벽'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압력으로 제어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는 (전원 상실로) 격납용기 냉각 계통이 작동되지 않아 내부의 고온과 고압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결국 수소가스 폭발이 발생했고,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유출됐다"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 진동에 의한 전원 상실'과 '안일한 사고 대책'이 참사를 키웠다"고 주장하며 "일본은 지난 1992년 이후 원전 중대 사고 전략 계획을 수립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효과를 못 봤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론적인 안전성만 내세운 꼼수 대책으로 후쿠시마 원전을 재가동하려고 한다"고 쓴소리했다.

한편 '원전안전기술 문제 아카데미'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실상을 알리고자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가 지난 10월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하는 연속 강연이다.

이원영 준비위원(수원대 교수)은 "원전은 사고가 나면 국가 존립까지 위협할 정도인데,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하는 곳은 사실상 공적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뿐이다"라면서 "원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원전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를) 기획했다. 원전의 실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연속 강연을 기획한 취지를 설명했다.

[짧은 인터뷰] "원전에 구멍이 있다면, 치명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일본 원자력 전문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본 원자력 전문가가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의 원인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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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쓰나미'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지진 진동과 안일한 사고 대책이 아니고 '쓰나미'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이는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예측한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 치명적인 원인으로 '쓰나미'를 꼽은 것이다. 원자로 내부에 들어갈 수 없기에 일본 정부가 이렇게 우기면 물증을 댈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결함이 있던 원전이 지진 진동으로 고장이 났고, 그 이후에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다. 안일한 사고 대책 수습도 참사를 키운 원인이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8년이 지났다. 현재 원자로의 상태와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녹아버린 핵연료봉이 노출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핵연료봉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도쿄전력도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한 데브리(핵물질 잔해·debris)를 제거해야 하는데, 원자로에 진입이 어려워 아무런 조치도 못 하고 있다."

- 최근 한국에서도 원전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원전에서 구멍이 발견되기도 했다.
"원전에 구멍이 있다면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알기론 영광 원전(한빛 원전)에서 거대한 구멍이 발견된 것으로 안다. 이러면 원래 목적인 방호역할을 못 하게 된다.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

- 원전 전문가로 원전을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전의 본질을 봐야 한다. 어떤 발전소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역량을 키운다. 하지만 원전은 실패할 때마다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누출된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원전은 그런 것이다."

- 원전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값싼 전기'라는 의견도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 그러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피해는 경제적 이익과 비교할 수 없다. 건강과 목숨이 달린 문제를 경제적 가치와 따지는 것 자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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