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지정 해제’ 안건 왜 접수했을까?
‘고불총림 지정 해제’ 안건 왜 접수했을까?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11.06 15: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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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도심 스님 외 23인 긴급발의…실사보고서엔 “구성요건 충족”
지난 5일 개원한 조계종 중앙종회 제217회 정기회 본회의.
지난 5일 개원한 조계종 중앙종회 제217회 정기회 본회의.

‘고불총림 지정 해제’ 안건이 중앙종회에 긴급 발의됐다. 중앙종회의원 도심 스님 외 23인이 발의한 안건이다.

고불총림 백양사가 종합수도도량으로 총림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정 해제 요청이유이다. 하지만 8개 총림 가운데 승가대학, 선원, 율원, 염불원을 모두 운영하는 곳은 영축총림 통도사 뿐이다. 영축총림 외에 쌍계총림이 선원, 승가대학, 율원을 운영하고 있고, 염불원은 설립해 강사진을 모두 구성했지만 학인이 없는 상태다.

고불총림은 선원과 중관유식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율학승가대학원을 용흥사에 두고 운영 중이다. 용흥사의 율학승가대학원은 2019년도 종강 후 총림 내 청류암으로 이전키로 되어 있다. 학인수가 부족한 것 역시 고불총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인 수만 보면 덕숭총림 수덕사 승가대학은 1~4학년 통틀어 9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중앙종회에는 ‘고불총림 백양사’ 지정 해제의 건과 총림 제도개선 특위 구선의 건이 긴급 발의됐다. 중앙종회 의사일정을 논의하던 연석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고, 제127회 정기회 개원일인 5일 본회의에서 확정된 의사일정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안건이다.

조계종기관지에 따르면 “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원회가 지난 7월15일부터 24일까지 8대 총림을 실사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불총림은 총림을 구성하는 선원, 강원, 율원 및 염불원 중 2개 이상의 교육 및 수행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

또 “선원 외 강원에 해당하는 중관유식승가대학원, 율학승가대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중관유식승가대학원은 실제 상주 학인 수가 6명, 율학승가대학원은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총림 또한 출가자 감소로 승가대나 승가대학원을 운영하는 데 있어 최소 학인 수(학년당 10명, 총 40명)를 채우지 못하는 등 총림 구성 요건으로서 미비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여기에 “가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고불총림 지정 해제를 요청하는 한편 총림 제도 개선을 위한 특위 구성의 건을 추가 안건으로 접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원회’는 지난 7월 31일 작성한 보고서에 ‘고불총림 구성요건 적정성’에 대해 “선원, 중관유식승가대학원, 율학승가대학원 운영으로 총림 유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임회 구성과 운영 역시 적정하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총림실사특위는 8개 총림 모두 구성요건 적정성에 대한 판단은 “총림 유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중앙종회에 보고했다.

‘고불총림 지정해제’ 안건을 제출한 도심 스님은 총림실사특위 간사로, 지난 7월 15일 고불총림 백양사를 직접 실사했다. 실사 후 작성된 보고서에는 “총림 유지 조건을 충족했고, 임회 구성과 운영도 적정했다”고 적었지만, 제217회 정기회 본회의에 긴급안건으로 발의된 것이다. 가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총림으로 고불총림을 지목하고 지정해제 요청과 총림 제도 개선을 위한 특위 구성도 제안했다지만, ‘고불총림’이 지정해제 대상으로 꼽힌 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총림특위는 고불총림에 대해 “중관유식승가대학원 전문과정 학인수로 9명이 보고됐지만, 실제 상주학인은 6명으로 확인됐고, 율학승가대학원 전문과정 학인수로 11명이 보고됐지만 실제 학인수는 4명이었다.”고 실사보고서에 적었다. 정원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승가대학(또는 대학원)의 학인수가 정원에 미달하는 것은 덕숭총림 수덕사의 승가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총림실사특위 보고서에 따르면 덕숭총림의 승가대학 학인수는 정원 40명 중 9명에 불과했다. 최소 지원기준 20명을 충족하지 못해 교육원의 상주교수연구비를 지원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축총림 통도사와 해인총림 해인사를 제외한 6개 총림 모두 승가대학(또는 승가대학원)이 정원 미달 상태이다.

또 총림실사특위는 보고서에 ‘교육기관별 학인현황에는 팔공총림 동화사의 경우 한문불전승가대학원(개방형)과 고불총림 백양사의 중관유식승가대학원을 승가대학(또는 승가대학원)으로 인정하면서도 고불총림의 율학승가대학원이 용흥사에 있다는 이유로 율원(또는 율학승가대학원)이 없는 것으로 적시했다. 그러면서도 고불총림 실사보고 부분에서는 “총림 구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적었다. 때문에 특위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림의 승가대학(또는 승가대학원)의 학인수가 부족한 것은 고불총림이나 덕숭총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총림실사특위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총림이 “출가자 감소에 따른 학인 모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가자 감소는 종단적 차원에서 큰 문제로 여겨진다. 미래불교를 이끌 인재 양성에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게 출가자 감소이다.

하지만 특위는 “출가자 감소에 따른 대안은 종단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출가자 확보는 사찰의 역할”이라며 “(총림이) 출가자 확보 방안을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총림에 출가자 감소 대책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총림실사특위가 총림실사를 마치고 보고서까지 작성해 지난 9월 열린 제216회 임시회에 보고했을 때 ‘총림 지정 해제’ 안건은 제출되지 않았다. 지난 9월 제216회 임시회 때를 기준으로 보면 조계총림 송광사가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보성 스님 입적 후 1년 이상 방장을 추천하지 못해 방장 부재 사태가 이어질 때였다. 그런데도 특위는 조계총림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출가자 감소로 인한 학인수 부족 사태 보다 해결 가능한 방장 부재 사태를 지켜만 본 것이다.

‘강남원장’이 원하는 백양사 차기 주지 선출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갑작스런 고불총림 지정 해제 안건이 본회의에 긴급발의된 것이 총림 가운데 가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진짜 이유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함수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중앙종회가 총림 해제를 결의한 것은 94년 종단개혁 이후 단 한 번뿐이다. 중앙종회는 1999년 제141회 임시회에서 ‘영축총림 지정해제’ 건을 결의했었다. 당시 영축총림 지정해제는 98년과 99년 종단 분규 과정에서 영축총림이 정화개혁회의를 주도했다는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결과였다. 총림 구성요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니었다.

중앙종회는 6일 오후 본회의에서 ‘고불총림 지정 해제’ 안건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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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2019-11-06 19:44:44
혜거큰스님께서 대원상 수상자 후보자 신청을 한 것입니까?.
임의 선정인 것입니까?
후보자 신청은 또다른 들러리 인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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