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침향을 차로 즐기기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침향의 성분은 Sesquiterpenoid 성분이기 때문에 극성이 0에 가까워 물에 잘 녹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차로 우려 마시려면 짜증이 날 정도로 장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그 오랜 시간이라는 것은 몇 시간이 아니라 무려 수주에서 수개월이기 때문입니다. 더 슬픈 사실은 그렇게 오랜 시간 끓여도 물에 용출되는 침향 성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 침향 분말을 발효 법제해 추출하는 방법을 통해서 침향수 (침향 농축액) 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침향수는 따뜻한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방법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기는 하지만 화학실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침향의 성분과 맛 그리고 향을 즐기기에는 운치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도를 하시는 분들께는 훌륭한 침향 효능과는 별개로 사랑받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심하고 있었는데 마침 빌린 논에서 어성초와 삼백초를 재배하려 했다가 묵은논에서 자라나는 등심초라는 한약재 골풀을 발견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 등심초의 구조가 스폰지와 같은 미세한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등심초의 맛이 담백하고 달다는 점을 떠올리며, 침향수라는 발효물질의 성분을 그대로 함침시킬 수 있으며, 침향차의 맛을 배가 시킬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 였습니다.
이렇게 등심초에 함침한 침향차는 따뜻한 물에 우리면 한꺼번에 모든 성분이 물에 우려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물에 용출되었습니다. 덕분에 녹차를 우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여러 사람이 여러 개의 잔을 가지고 앉아서 담소를 나누면서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는 다도 문화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등심초는 이뇨 작용이 뛰어나고 심장을 편안하게 하여 불면증 해소에 도움을 주고 위장관을 편안하게 하여 소화를 촉진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침향의 뇌혈관의 순환을 돕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신장과 간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와 궁합이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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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새롭게 만들어진 이 침향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집중력을 강화시키며 수분대사가 안되어 부종에 시달리거나 전립선비대로 인하여 소변줄기가 약해지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필자의 경우 카페인에 민감해서 보이차만 마셔도 잠을 이루기 힘들어하는데 침향차는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양양에 귀촌하여 잡초와 같은 골풀이 침향과 만나서 매우 귀한 차로 탈바꿈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자의 전원생활을 편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과 등심초를 채취하여 정선하고 이것을 침향차로 덖어내고 함께 나눠 마시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