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마더'가 필요해
지구촌 '마더'가 필요해
  • 이원영 교수(수원대)
  • 승인 2019.10.14 16:2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때는 2019년 1월. 복직후 잠시 중단되었던 생명•탈핵실크로드를 재개해서 인도의 뉴델리 부근까지 4천5백km쯤 걸은 날, 걸어가는 필자를 보고 중앙정부의 젊은 관료가 호기심으로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 그는 필자의 스토리를 듣고 감동하였던지 다음날 아침 그의 어머니가 손수 싸준 도시락을 전달해주면서 자신의 청사로 함께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 속에 담아두었던 말이 나왔다.

'우리는 또다른 UN이 필요하다. 지구는 하나뿐이다. 현재의 UN만으로는 너무 위험하다. 옷감도 씨줄과 날줄로 짜듯이 지구도 그렇게 보호해야 한다.' 그는 단박에 이해하며 맞장구친다. 이역만리 떨어진 사람들이 순식간에 가치와 판단에 공감하는 시대가 되었다.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지는 순간 지구촌에는 커다란 위기관리수요가 발생하였다. 1979년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에 이은 3번째라는 것은 앞으로도 반복됨을 말한다. 450여개 원전이 지진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체제가 8년이 지나도록 나올 낌새가 없다. 이상하기 짝이 없다. 원전문제나 기후위기는 소수의 나라들만 잘해도 소용이 없다. '위험의 자본화'같은 풍조가 만연되어 있고, 그중에는 위험하고 비싼 원전으로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삼으려는 세력도 있다. 그런 테크니컬하고 조직적이고 자본투하적인 위험이 지구촌을 볼모로 잡고 있다.

며칠전 유엔에서 16세의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이렇게 포효했다. “우리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기후위기로 앞으로 10년이내 이산화탄소를 1/2로 줄여도 인류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면서 과연 더 줄일 용기와 시도가 있는지를 묻는다. 기성세대를 전율케 하는 큰 물음이다.

문제는 해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행력 부재에 있다. 툰베리의 반문에 제대로 호응하려면 현재와 같은 거버넌스로는 어림이 없다는 것이다. 리오데자네이로, 교토, 파리 라는 이름을 달고 그저 각국이 ‘선의를 다하도록 하는 합의’는 있었지만 ‘방향을 전환하도록 변신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장치’는 없었다.

방향전환은 원래 쉽게 안 되는 법이다. 이미 관성을 따라 가고 있으므로 머리만 바꿔서는 안되고 몸통까지 몽땅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촌 차원의 임무는 반세기전 UN에게만 맡겨놓고 몸통에 해당하는 각국의 삶은 ‘시장경제’의 흐름에 내맡겨 두었기 때문이다. 위태롭다.

사람이 두 발로 걷듯, 가정에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듯이, 옷감도 씨줄과 날줄로 짜듯이 지구촌도 두 기둥이 필요한 게 아닌가. UN뿐 아니라 ‘마더’도 필요하다. 보완적 견제구도라야 제대로 된 것이다. 지금 시대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뿐 아니라 기술발달로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의 크기도 커졌다. 반세기동안 지구촌에 성장해온 권력의 절대크기가 커진 것이고,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체제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이다.

물꼬는 종교계가 틀 수 있다. 종교는 민중의 에너지가 모여있고 기본적으로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므로 이 주제에 관한 한 연대가 어렵지 않다. 몇몇 고등종교만 이 문제에 적극성을 갖고 손을 잡아도 어렵지 않게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2월에 알현한 달라이라마께도, 8월에 알현한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께도 이 말씀을 드렸다. 새로이 구성될 ‘마더’는 UN이 못하는 일을 보완하면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해갈 수 있을 것이다. 조지오웰의 '빅 브라더'가 아니라 지구와 생명을 보살펴줄 빅 '마더'가 필요하다.

따뜻한 ‘마더’를 둔 인도의 그 젊은 관료가 단박에 공감했듯이 이런 그림의 실현은 가까이 있다.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 2019-11-03 12:23:17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잇다는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기후위기로 향후 10년 이내 이산화탄소를 이분의 일로 줄여도 인류의 미래를 낙관 할수 없어요
과연 더 줄일 용기와 시도가 있는건가요?

소나무 2019-10-23 22:23:36
지금 무엇 하고 계세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아무런 말도없이
우린 오십년뒤엔 소멸되겠죠?ㅎ
잘자요 오빠 거기계세요? 아님. 아무도없어요?
오늘은 슬프지도 않고 이상해요.
오빠 잘자요 사랑해요

소나무 2019-10-23 22:16:57
휴. 댓글 하기 힘들다
오늘 하루. 마더는 행복 하셨나요?
당신의 뜻대로 쳐낼것 쳐내고 자를건 자르고
그래서 살 림살이 나아지셨나요?
안 녕. 몸 따뜻 하게 하고 주무세요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