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응 스님]세계유산관리법 추진의 교훈
[법응 스님]세계유산관리법 추진의 교훈
  • 법응 스님
  • 승인 2019.09.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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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는 숭유정책으로 불교를 억압했다. 왕의 성향이나 임진왜란 같은 역사적 사건이 빚어낸 상황 등으로 인해 불교 또는 특정 스님에게 호의적인 때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탄압의 시기였고 불교는 통제 당했다.

일제는 <사찰령>을 1911년 6월에 제령 7호(전문7조와 부칙)로 발령했다. 사찰의 인사, 재정, 운영 등 제반사항을 조선총독부가 통제하는 노예법이다.

국가권력이 불교를 좌지우지하려는 습성은 현대에 와서도 그대로 답습되었으니, 지금은 폐지된「불교재산관리법(1962년 5월 31일 제정)」이 그러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또한 명분상으로는 “민족문화의 유산으로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과 전통사찰에 속하는 문화유산을 보존ㆍ지원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계승 및 민족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통제의 틀과 다름없다. 자연공원법 등 여러 법령에 의해 사찰, 승려, 성보로써 문화유산 등 한국불교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은 다른 종교에 비해 국가로부터 지나치게 종교 활동을 제약받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국가(정부)가 1700년 역사 속에 생산되어 공공의 성격을 띠는 유무형의 문화유산과 다수의 국가지정 공원들을 관리함에 있어 교차 영역 내의 불교에 대해 일정한 제약이 불가피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시대에 예산 일부를 지원한다거나 국가법령에 의해 지정된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교를 지나치게 비합리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는 또 다른 국가폭력이며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그동안 종단과 일부 스님들의 노력에 의해 불교와 관련된 법의 개정으로 완화된 면이 있으나 고작 전사법 등 일부 관련법의 개정에 그친 정도다.

근자 대흥사 등 6개 산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발의 정진석의원)」이 발의되었는데 교계에서 반발이 일자 불교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다. 기실 6개 사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예견 못한 바는 아니다.

불교자주화를 외친지가 수십 년인데 왜 이러한 사단이 연속될까? 나라 살림에 관여하는 이들 가운데는 여러 배경으로 불교가 잘되는 꼴을 못 보겠다는 심보 고약한 이들이 있을 수 있고, 또는 지원되는 정부의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법망의 관장 하에 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관료도 있을 것이다. 관의 통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역사 때문에 아무런 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습관적으로 종교 등 문화의 자율성 배척이 뼛속까지 밴 자들의 행태다.

국회는 지적당한 세계유산관리법의 진행을 전면 중지하고 불교계와 심도 깊게 논의 및 의견 수렴을 거쳐 새롭게 추진하든가, 아니면 전사법에 추가하는 안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 문제는 우리 내부에도 있다. 불교 관련 제도와 법령에 관한 문제는 한국불교의 자율성, 나아가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인식하고 관련부서와 담당자를 전문화해서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테면 5년 정도 한시적으로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전문직 승려를 수장으로 두어 관련 제도와 법을 뜯어 고치는데 전념토록 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토록 해야 한다.

총무원장이 바뀔 때마다 교역직이 능력보다는 정치적 안배로 인사가 이루어진다. 중요한 종단현안에 대한 전문적이고 능력 있는 교역직 승려를 기대하기 어렵고 업무의 연속성은 처음부터 없다. 종단의 중요한 사항은 주지 등 소임을 배제하고 본 사안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자로서 일관성 있게 소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탁월한 대안이 생산되면 종단과 종회가 역할을 하고 필요시는 전종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된다.

종단의 중요부서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모니터링이다. 이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니 방송에서 어떠한 훼불과 종교 편향적 내용이 방송되는지,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하는지 재빠르게 감지가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찰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은 의무도 따르게 마련이다. 수차 강조한바 유네스코 및 국가지정 문화유산은 그 지정(identification), 보호(protection), 보존(conservation), 복원(restoration), 보수(renovation), 유지(maintenance), 활성화(revitalization) 라는 체계를 갖출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와 같은 세계적인 공식에 불교의 고유성을 감안해서 충실할 때 도량과 성보와 수행자 그리고 불자와 국민들이 불교와 그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종단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6개 사찰은 물론 전통사찰에 대하여 분야별 정밀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서 입체적으로 정보화에 충실하는 한편, 백년 아니 천년을 내다보고 특히 ‘유지’와 ‘활성화’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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