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 갖춘 따뜻한 지도자 선출을 기원하며
정견 갖춘 따뜻한 지도자 선출을 기원하며
  • 유연 스님
  • 승인 2019.09.03 09:5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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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구니 회장 후보자님께

처서가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 왔습니다. 우선 비구니 스님들의 권익향상과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전면에 나서 주시는 두 선배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한편 걱정도 되고 남일처럼 외면하고 싶은 심정도 교차합니다!

'그 나물에 그 밥' 이라는 속담은 고위급 집권자들을 향해 세간에서 자주 쓰는 말이지만 우리 승가도 예외는 아닌 듯 싶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변화하려고 그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지듯 뛰어나와 결국은 진실과 정의 앞에 그 낡은 어둠들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러나 우리 승가는 어떤가요? 지난해 여름 혹독한 고통을 치르고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거나 돌아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오히려 불교를 바로세우자는 수많은 몸부림을 해종행위라고 규정짓기에 급급합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국난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 침략과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정치권은 권력을 잡기위해서 모함이 도를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불매운동으로 구국을 하고, 식자들은 글을 쓰거나 시비를 가리려고 애를 씁니다. 번뜩이는 진검승부를 통해 금강을 되찾으려는 자발적인 노력들이 곳곳에서 세상을 맑히는 등불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불교는 변방의 한 구석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파벌을 짓고 살아가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시주의 은혜로 사는 성직자들은 세상의 고통에 대해 고민 한번 제대로 한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수행을 열심히 해서 시원한 지혜를 주었던가? 그냥 안일하게 살면서 불합리한 종단에 불평과 요구만 하면서 남 따라가지 않았는가? 자문 할 일입니다.

육문 스님과 본각 스님
육문 스님과 본각 스님

두분 후보자님은 어떤 분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출마동기와 공약들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 안에서만 바쁘게 꿈틀거릴뿐 속시원한 육성과 견해를 들을수가 없습니다. 카카오톡의 출처는 그저 누구편의 스님들인지 집행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현 회장스님의 지난 4년 재임기간의 노고와 공과를 검증하고, 새로 출마하시는 선배스님의 원력과 지도자의 안목을 제대로 알아야 전체 비구니 스님을 대표하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요? 

속세가 도덕과 능력보다는 학연 지연 정파에 함몰돼 있다고 비판하기가 부끄럽습니다.  문중·강원·동기 도반들로 똘똘 뭉친 비구니의 높은 담벽은 단순하기가 가히 '이것 아니면 저것' 수준입니다.

지도자가 되시려는 분들은 순금을 단련하듯이 유권자의 매서운 뭇매의 경책을 달게 받아 이를 넘어서야 합니다. 추대가 아니고 다수결이라는 직선제를 무색하게 그림자만 움직이는 듯한 선거 분위기입니다.

효율적인 선거제도가 절실합니다. 한 장소에서 수 천명이 일시에 투표한다는 것은 요즘같은 유비쿼터스시대에 어이 없는 일입니다.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간 투표장소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을 다시 만들어선 안 됩니다.

각 지역 사찰에서 부재자 투표를 한다든지, 시공의 제한이 없는 모바일 투표로 한다면 산철결제 대중은 물론 해외에서 수행하는 비구니스님들도 충분히 참여할 것입니다. 많은 동학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여 인재도 발굴하고, 결핍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함께 있어야 하고 귀 기울여야 합니다.

어쩌면 그깟 본사하나 안 가져도 되고, 해체하라는 중앙종회에 입성 안해도, 비구니회는 스스로 지도자를 뽑듯이 올바르게 나가는것이 자주적이며 위상을 높이는 게 아닐까요?
2600년전 붓다께서는 여성에게도 비구니계를 수지하게 하여 비구니 교단을 설립해주셨습니다. 인류 역사상 어느 종교도 여성을 성직자로 만든 예는 없었습니다.우리는 막중한 책임과 수행으로 교단과 세상을 유익하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

비구니 교단은 오랜 세월 지배층 계급아래 속박된 아픈 역사를 지녀왔습니다.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선배스님들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비구니회를 조직하여 수행과 전법의 독립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기득권 비구니 권승들의 무모함에 곧은 뜻들은 산화되었습니다. 세상은 바뀌었고 여성은 낡은 창틀을 부수고 나왔지만 아직도 비구니는 갇혀있으며 간섭과 제재가 두려워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속은 심지어 탈종교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도 비구중심제도 아래서 벗어나 새롭게 다시 살아가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만드신 승가공동체를 위배한 무리들과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고, 서로 협력해 나간다면 가르침은 더욱 확고해져 불교는 이땅에 오래 머무를 것입니다!

여성이 고통에 더 민감하니 세상을 따뜻하게 할거라는 티벳의 달라이라마 말씀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오는 18일 비구니 회장 선거에 글을 붙히며
정견을 갖춘 따뜻한 지도자가 선출 되기를 기원하면서

9월 2일
비구니 유연 삼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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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2019-09-03 10:37:06
큰스님의 크신 호소문에
백배천배 공감합니다

불자2 2019-09-03 12:16:46
스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성직자라는 말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에 성직은 없습니다. 수행자나 사문으로 하셔야 합니다.
성직은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자라는 의미의 기독교말입니다.
종교의 일을 성직이라 표현했다면 교역자라고 하십시요

도반 2019-09-03 17:09:59
좋은 지적이십니다. 이미 세상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됐습니다. 불교 조계종이 처절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중생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불교는 인도의 그것과 같이 될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유연스님 같은 분이 나서주셔야 합니다.

2019-09-05 16:33:19
이글을 각 후보 집행부에서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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