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10년 교육원장 소임을 마치고"
[전문] "10년 교육원장 소임을 마치고"
  • 현응 스님
  • 승인 2019.08.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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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 임 사

지난 10년간의 교육원장 소임을 마치고 퇴임의 자리에 서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먼저 위로는 늘 교시로서 지침과 하교를 내려주신 진제 종정예하께 존경의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교육원 소임을 잘 볼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고 필요한 예산을 적극 지원해 주신 총무원장 원행 큰스님께 충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교육원장으로 두 번 씩이나 추천해주신 전 총무원장 자승 큰스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뜻을 전합니다.

중앙종회 또한 필요한 입법을 통해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늘 교육종책을 함께 논의해 주신 교육위원장 종호큰스님, 힘든 승가고시업무를 이끌어주신 지안큰스님, 종단장학승 선발업무를 주관해 주신 보광큰스님께도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종단 여건 속에서도 교육기관을 운영하시는 교구본사주지스님과 각 사찰의 주지스님, 승가대학장스님, 승가대학원장스님, 교수 스님들께도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보니, 2009년 11월 교육원장직에 처음 취임한 이래, <승가교육불사>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교육개혁의 업무는 잠시도 쉬지 않고 1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 과정에서 종단의 스님들과 불자님들께서 아낌없는 성원을 해주셨으니, 모든 사부대중 여러분께 감사의 큰절을 올립니다.

제가 교육원 직원들과 함께 추진해 온 교육개혁사업의 핵심은, 불교교육 체계를 제도적인 측면에서 교육내용에 이르기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승가의 사정에 맞추어 정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도제식 교육’체제에서 종단의 공교육 체제로 정비하는 일이었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불교의 현대화, 한글화를 추진하여 중국 당송시대의 교판을 현대에 맞는 불교관으로 정립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교육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승가 교육의 중추인 승가대학의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하고, 평가를 위한 학점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2,600년간 시대와 지역에 따라 진화해 온 부처님 가르침을 현대적 안목으로 전체를 조감하여 기본 교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갖추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종헌과 교육법 규정에 따라 기초교육(행자과정), 기본교육(승가대학), 재교육(연수), 전문 및 특수교육 등에 대해 교육수준과 목표를 정해 단계별로 세부 메뉴얼을 수립했습니다.

특히 모든 교육단계에 ‘계율과 불교윤리’ ‘염불’을 포함시키고, 새롭게 ‘초기불교’ ‘세계불교사’ ‘설법과 토론’ ‘불교영어’ ‘실용컴퓨터’ ‘종무행정’ 등을 추가하여 시대변천에 따른 교화역량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런 시도에 대한 평가목적으로 ‘학인염불 시연대회’ ‘학인외국어 경연대회’ ‘학인토론대회’ ‘학인설법대회’를 시행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행사들은 젊은 학인스님들의 수준과 역량을 유감없이 펼쳐냄으로서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까지 한국불교의 역동적인 모습을 인상 깊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수교육에 대한 체계도 정비했습니다. 과거 본, 말사 주지스님들을 대상으로 권역별로 시행하던 직무연수교육을, 구족계를 수지한 모든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연수교육을 전면 확대하여 시행한 것도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 문명에 대처하여 교화를 펼쳐야 하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수행과 교화에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지도자 양성을 위해서도 힘썼습니다. 각종 불교학을 연찬하는 사찰 승가대학원을 대폭 지원하였고, 한문 불전의 번역, 연구, 교육자 양성을 위해 동국대 서울캠퍼스에 위탁하여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한문불전번역학과를 개설하였고,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위탁하여 세계화시대에 영어로 불교교화를 펼치는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원과정으로 국제불교영어학과를 개설하여 전액 종단장학금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이 일들 또한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불교의 세계적 소통을 위한 종단 역점사업의 일환이었습니다.

또한 ‘교육불사 후원법회’로 조성한 교육기금으로 국내 대학원의 석박사과정 스님들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 미주의 여러 대학원의 석박사과정 스님들이 최종학위를 마칠 때까지 지원하는 장학 사업을 시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종단지원을 통해 과정을 마친 장학승들은 어느새 어엿한 불교 지도자가 되어 종립대학과 사찰의 각 교육기관에서 교수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연구자 겸 활동가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 제가 책임지고 추진했던 6대, 7대 10년간에 걸친 임무는 끝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 불사는 새로운 차원으로 다시 또 시작될 것입니다. 한국불교의 꿈도 계속될 것입니다. 꿈꾸는 자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승가 교육도 불교의 모습도 완성태는 없습니다. 끊임없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느 미래학자의 말을 약간 변용해 말씀드리자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벌써 와 있습니다. 다만 고르게 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교육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한 일들은 이견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물결이 되어 시대를 따라 흐르고 있습니다. 이 물결은 최종적으로 불일증휘, 법륜상전의 바다로 나아갈 것입니다.

제가 교육원장으로 재직한 10년은 저에게는 최고행운의 기간이었습니다. 늘 불교의 본질적 질문과 과제를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퇴임의 시간을 맞아 가장 저를 행복하게 하고 감격스럽게 하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교육불사를 누구보다 멋지고 훌륭한 분들과 함께해 왔다고 하는 점입니다. 바로 제 재임 기간 중 함께 수고하신 총 66명의 교육원의 교역직, 일반직종무원들입니다. 이 분들이야말로 지난 10년간 교육 불사의 진정한 주역들입니다. 이분들에게 지난 10년간 교육 불사의 공을 돌리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늘 중앙종무기관 청사 공간에서 불교중흥과 종단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모든 종무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모든 분들께 부처님의 자비가호가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63(2019)년 8월 16일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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