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몸과 마음이 들뜨기 쉬운 계절이다. 더운 날씨 탓에 몸은 쉬이 지치고, 휴가를 앞둔 마음은 이미 산과 바다로 내달릴 터이다. 온갖 욕망에 노출돼 있는 세간에서 살아가는 이에게 여름만큼 삶을 돌아보며 마음을 가꾸기 쉽지 않은 계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고 정진에 힘써야 하는 것이 불자의 자세이다.
진평공(晉平公)이 사광(師曠)에게 물었다. “내 나이 70인데 지금 배우고자 하지만 이미 저문 것이 염려되는구나.”
사광이 말했다. “저물었으면 왜 촛불을 밝히지 않습니까? 신(臣)은 듣건대 소년의 배움은 해 뜰 때의 볕과 같고, 장년의 배움은 한낮의 햇볕과 같으며, 노년의 배움은 촛불의 밝음과 같다 했습니다. 촛불이 밝은데 누가 어두움과 함께 가겠습니까?”
당 도세 스님이 지은 《법원주림》에 나오는 일화다.
한 줌 햇볕은 대낮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작은 촛불은 칠흑 같은 어둠을 환히 밝힌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작은 결심이 큰 빛을 발한다. 삶이란 끊임없이 배워가는 여정이다. 그러니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서 평생을 번뇌 속에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법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시절의 조류에 몸을 맡기는 것은 강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고 물결 따라 흘러가는 죽은 물고기의 삶과 같다.
고된 삶이 눈앞에 놓이고 온갖 욕망이 유혹하여도 게으르지 않고,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불자의 삶이다.
“작은 물도 끊임없이 흐르면 능히 돌을 뚫는 것과 같아서, 끝없는 정진 앞에는 못 이룰 일이 없다”는 《열반경》의 말씀처럼 간단(間斷) 없는 노력에는 ‘열반의 성취’라는 달콤한 열매가 맺힌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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