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재 음식, 유교 의례음식에 영향 끼쳤다”
“수륙재 음식, 유교 의례음식에 영향 끼쳤다”
  • 이창윤 기자
  • 승인 2019.07.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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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일종 서울대 연구원 ‘국행수륙재 찬품 연구’서 규명
국립민속박물관 ‘민속학연구’ 제44호 발간…21편 수록
▲ 보물 제1990호 ‘대곡사명 감로왕도’ 부분. <사진=문화재청>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이 발간하는 민속학, 인류학, 박물관학 관련 등재 학술지인 <민속학연구> 제44호가 나왔다.

이번 호에는 물질민속 2편, 신앙 관련 1편, 의례 관련 2편, 음식민속 1편, 민속 생물학 1편, 비교민속 5편 등 총 21편의 논문이 실렸다.

수록 논문 중 심일종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객원연구원의 <조선 전기 국행수륙재 찬품 연구 ― 진관사 수륙재 의례음식의 맥락론적 접근>는 수륙재 의례음식인 찬품(饌品)을 고찰해 조선 전기 수륙재가 유교와 불교 의례 음식의 교류에 영향을 끼쳤음을 밝힌 논문이다.

수륙재에서 공양되고 베풀어지는 의례음식은 종교적으로 함축된 의미와 상징이 있다. 그런데 불교국가였던 고려가 망하고 유교국가인 조선이 건국되면서 관습적으로 전승되던 불교의례는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이것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삼화사 수륙재’나 ‘진관사 수륙재’가 조선 전기에 연원을 두고 있으면서도, 찬품(饌品)의 종류와 기물의 수 등을 기록한 사찰 문헌 기록이 거의 전하지 않은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행 수륙재의 찬품은 세종 2년(1420)에 원경왕후 민 씨를 위해 설행된 국행수륙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원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 연구원은 문헌 기록에 전하는 찬품을 둘러싼 의식(儀式)의 맥락을 추적·검토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심 연구원은 유·불 의례가 경합하고 갈등하면서도 한국의 의례음식 교류사 측면에서 종합적이고 통일적 표상으로 전환되어 갔음을 규명했다.

심 연구원은 그 사례로 원경왕후 민 씨를 위해 진관사에서 설행한 국행수륙재의 찬품이었던 ‘증반(蒸飯)’과 ‘유과(油果)’, ‘두탕(豆湯)’을 들었다.

‘증반’은 찐 쌀이다. 불전에 올리는 백미는 유자(儒子) 입장에서는 대사·중사·소사와 같은 국전(國典)에서만 허용되는 음식이었으므로 백미는 증반으로 교체되었다. 이것은 유교적 질서 속에서 수륙재가 ‘속제(俗祭)’로 규정됨을 의미한다.

‘유밀과’로도 불리는 ‘유과’는 허비하는 것이 매우 많은 소선(素饍)으로 치부돼 태조 대부터 의례음식으로 엄격히 금지됐다. 유과는 원경왕후를 위한 수륙재에서 찬품으로 쓰이지만, 유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성종 대 이후 결국 사라졌다. 그런데 유과로 분류할 수 있는 중박계나 소박계, 범유과류로 분류할 수 있는 산자, 다식 등 의례음식은 혼례, 상례, 제례 등 현실의례에서 계속 쓰였다. 심 연구원은 “유과는 수륙재에서 소용되던 재물이 조선 전기와 후기의 유교 의례 및 의례음식에 생생히 살아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두탕’의 경우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 알 수 없다. 팥죽일 수도 있고, 콩을 재료로 하는 ‘탕’ 음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음식이든 간에 두탕은 조선 초기 수륙재에 사용된 음식이었고, 탕의 의례 음식화는 조선 후기 유교제례에서 《주자가례》 <찬설도>에서 탕을 진설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심 연구원의 주장이다.

심 연구원은 이처럼 수륙재 찬품에서 볼 수 있듯이 두 왕조의 제도·문화가 서로 교차하고 융합·공존하는 가운데 유·불 두 종교의 의례는 경계가 새롭게 해석되고 설정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간된 <민속학연구> 제44호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https://www.nfm.go.kr) ‘발간 자료 원문 검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록 논문은 다음과 같다.

△강원도 겨리 연장의 부분별 목재 종류와 산림지식(김세건) △인물신 신격화 논의 재고(심형준) △고려시대 구정(毬庭)의 의례적 활용과 다변성 고찰(김유진) △조선전기 국행수륙재 찬품 연구(심일종) △19세기 한국 어류의 민속 생물학적 분류(조숙정) △《해동죽지(海東竹枝)》에 나타난 한국 음식문화와 사료적 가치(이인영·정희선) △식민지 조선의 연료 이용 정미기 보급과 1920~1930년대 따른 무연료 정미기 발명(이민재) △한국 달집태우기와 일본 돈도야키(どんど焼き) 상호 관련성 연구(정연학) △문자그림노래놀이의 유형(조효임) △한·중 가면극(假面劇)과 배우희(俳優戱)의 관련 및 수용 양상(강소천) △몽골비사의 텡게리(Tenggeri) 신앙 고찰(박원길) △스리랑카 콜람(Kolam) 가면극의 역사와 연행 양상(전경욱)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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