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조사 부정하더니 추모제마저 방해
설립조사 부정하더니 추모제마저 방해
  • 이창윤 기자
  • 승인 2019.07.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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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미래포럼 6월 29일 만해추모제 행사장 시위
‘칠순잔치한다’며 인원 동원…창건주·분원장은 일부
▲ ‘만해 한용운 스님 75주기 만해 추모제’가 열리는 서울시 종로구 AW컨벤션센터 입구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선학원미래포럼 측.

사실 왜곡과 억측으로 재단을 비난하고, 법인법 수용을 요구하며 선학원 흔들기에 여념 없는 선학원미래포럼이 이번에는 설립 조사 추모다례마저 방해했다. ‘선학원을 지키겠다’는 이들이 정작 재단법인 선학원의 역사성과 정체성의 근원인 설립 조사 만해 스님을 욕보인 것이다.

선학원미래포럼(회장 자민)은 6월 29일 오후 1시 경부터 ‘만해 한용운 스님 75주기 만해 추모제’가 열리는 서울시 종로구 AW컨벤션센터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추모제 시작 직전인 오후 3시부터 본격화됐다. 이들은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대중에게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과 이사회를 비난하는 인신공격성 구호를 외치며 경건해야 할 추모제 분위기를 흩트렸다. 이들의 시위에 행사장으로 들어가던 대중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설봉 스님은 고불문에서 “법진 이사장의 사퇴, 재단 임원진 총사퇴, 새로운 임원진 구성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설봉 스님이 읽은 고불문은 ‘선학원 창건주 분원장 및 사부대중’ 명의였으나 이날 시위에 참가한 스님은 대부분 재단법인 선학원 창건주나 분원장 신분이 아니었다. 확인 결과 이들 중 창건주, 분원장은 기원정사 분원장인 설봉 스님과 청화선원 분원장 심원 스님, 부암사 분원장 현진 스님 등 3명뿐이었다. 스님 중에는 설봉 스님의 권속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고, 나머지 스님들은 재단과 무관한 조계종과 보문종 소속 스님들이었다. 이날 시위에서 사회를 본 전창응 씨도 재단과 관련 없는 사람이다.

시위에 참석한 스님과 재가자 대부분은 설봉 스님 측이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설봉 스님 칠순 잔치 명목으로 경찰에 신고한 집회 시간보다 3시간 앞서 AW컨벤션센터 내 중식당에 모였다. AW컨벤션센터 관계자는 “설봉 스님 측이 몇몇 사찰 명의로 단체 예약을 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도서출판사 답게 명의로 55명분을 예약했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스님과 재가자로 나뉘어 중식당 룸 2곳에서 식사를 한 뒤 오후 3시 경 주차장 입구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시위대와 합류했다. 시위에 참가한 스님들은 모두 얼굴을 쉽게 가릴 수 있는 창이 넓은 같은 모양의 모자를 썼는데, 설봉 스님 측이 시위에 앞서 중식당으로 일괄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인원 동원을 위해 칠순 잔치를 명목으로 사람을 모은 뒤 신분을 감출 수 있도록 모자를 나눠주고 시위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만해 스님 입적일이 있는 6월 한 달간 재단법인 선학원이 진행하는 추모행사를 방해하려는 선학원미래포럼의 행태는 이날 시위가 처음이 아니었다.

선학원미래포럼은 보훈처에 만해 추모행사를 지원하지 말라고 민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6월 들어서는 추모제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관계 인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불참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6월 17일자 선학원미래포럼 공문에 따르면 “법진은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이자 불교개혁론자인 만해 스님을 빙자하여 자신의 추악함을 덮으려 하고 있다”며, “본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하셔서 만해 추모제 참석을 제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선학원미래포럼은 이처럼 겉으로 독립운동가이자 개혁 승려인 만해 스님의 위상을 불온한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려는 듯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선학원미래포럼은 과거 “만해 스님은 선학원에서 밥이나 빌어먹던 분”(선학원미래포럼 회장 자민 스님)이라거나 “만해 한용운 스님은 선학원 설립 주역이 아니다. 한용운 스님을 선학원 설립 ‘조사’에 포함시킨 것은 명백한 역사적 오류이자 억지의 역사인식”(2018년 10월 25일 ‘선학원 미래를 열다’ 포럼)이라며 설립 조사를 폄훼하고 재단법인 선학원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부정해왔다.

선학원미래포럼의 이 같은 이중적 행태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설립 조사를 도구로 이용하는 무례를 서슴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단법인 선학원 관계자는 “선학원미래포럼은 회장 자민 스님의 ‘식객’ 발언이나 지난해 10월 포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동안 만해 스님을 폄훼하며 만해 스님 선양사업을 깎아내리는데 여념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기일을 맞아 자숙하며 만해 스님을 추모하는 일에 동참하기는커녕 칠순 잔치를 명목으로 사람을 동원해 재단을 공격하고 설립조사를 이용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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