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 출입금지 해제 '조선불교 침투 전략’
도성 출입금지 해제 '조선불교 침투 전략’
  • 이창윤 기자
  • 승인 2019.05.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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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불교의 조선 진출
▲ 1885년 무렵 수례문. 1934년 발간된 《경성부사》에 수록된 사진이다.

재단법인 선학원의 역사는 일제의 한반도 침략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사판계 중심의 친일불교계에 맞서 이판계의 수도도량으로 창건된 곳이 선학원이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는 불교의 시각에서 보면 핍박과 침탈의 역사였다. 개국 이후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하는 정책이 이어지면서 승려는 온갖 잡역에 시달려야 했고, 양반과 관아의 벼슬아치로부터 갖은 멸시와 수탈을 당했다.

일본불교는 고종 13년(1876) 강화도 조약이 강제 체결된 이후 조선으로 밀려들어왔다. 체결 이듬해 9월 28일 정토진종 대곡파 동본원사가 승려 오쿠무라 엔신(奧村圓心)을 조선에 파견한 것이 시초다.

일본불교의 조선 진출은 일제의 대외 침략정책의 일환이었다. 메이지유신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에도 신페이(江藤新平)는 불교를 대외 침략 정책에 활용하자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일본불교가 정부의 대외 침략정책에 적극 호응했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천황을 살아있는 신으로 여기는 신도(神道)가 중시되면서 ‘폐불훼석(廢佛毁釋)’의 법난을 당한 탓이다. 일본불교계는 정권과 타협해 국수주의적 색채를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대외 침략의 선봉에 선 종교는 침략국에 대한 피해국 국민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일본불교는 조선 침략에 적극적이었다. 조선 승려를 선발해 일본에 유학시키고 학자금을 댔으며, 유치원과 실업학교를 세워 교육을 실시하고 빈민구제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침략자의 마수를 감춘 일본불교는 조선 승려도 한양 도성을 출입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정조 이후 이어져온 도성 출입 금지를 해제시킴으로서 조선 승려의 환심을 얻고 나아가 일본불교가 보다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능화가 지은 《조선불교통사》에 따르면 고종 32년(1895년) 일련종의 승려 사노 젠레이(佐野前勵)가 도성 출입 금지 해제를 김홍집 내각에 건의했으며, 임금이 3월 29일 윤허했다고 한다.

사노의 건의로 도성 출입 금지 해제가 이루어지자 조선 승려 중 일부는 일본불교의 큰 은혜로 여기는 이도 있었다. 용주사 취허 스님은 “500년 억울함을 쾌히 풀어주셨다”며, “이제부터 왕경(王京)을 볼 수 있으니 이 나라의 승려로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도성 출입 금지 해제는 조선 정부가 근대화를 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주도적으로 시행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표면적으로 사노의 건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비추어지면서 조선불교가 일본불교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갖는데 일조했다.

이를 두고 박경훈 선생은 “한국 불교계 안에 친일의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최병헌 교수 역시 “친일적인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일본불교로의 예속화의 단서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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