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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월초파일은 마음속의 명절"
[이지범 기고] 원포인터 방식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필요
2019년 05월 07일 (화) 14:48:20 이지범 고려대장경연구소장 mytrea70@gmail.com
   
▲ 금강산 표훈사의 봉축 공양물(1989년 5월)

지금, 한반도는 지난 5월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하는 등 신냉전 국면이다. 5월 초, 단거리 발사체 시험은 북미간 대화의 물꼬를 잇기 위한 대미전략으로서 세기 회담의 개최 명분을 다시 쌓고, 하노이 회담과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 따른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대내외적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4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12월까지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하고, 그 이행 과정에서 나온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단행함으로써 내외신의 눈과 귀를 평양에 쏠리게 했다. UN 안보리의 소집 이유를 최소화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급보고 된 사안으로까지 끌어 올린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소기의 성과를 낸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을 가진 일본 아베정권의 북․일대화 구애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의 5월 중 평양방문 카드가 유효한 가운데에서 나온 단거리 발사체 시험은 향후, 북미대화의 ‘신의 한 수’가 될는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국면을 활용해 북미대화의 시그널을 유지토록 우회 지원하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 정가의 여론이나 대응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빅딜(덩치 큰 거래)을 강조하는 미 공화당의 여론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가 미들딜(middle deal) 정책을 재가동하거나 우리 정부의 식량지원 등은 6.15를 기점으로 다시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해법은 다소 뒤늦은 감이다. 지난 4월 11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의 대북 메시지가 자칫 낡은 메시지가 될 수 있으므로 원포인터 방식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이유다. 또 북한에는 작년도 작황 수확이 지난 10년 이래 최악으로 앞으로 최소 136만 톤(t)의 외부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5월 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긴급식량안보평가단이 공개한 공동조사 결과보고서에는 “겨울철 강수량이 적었던 데다가 눈이 내리지 않아 작물의 동파로 인한 북한의 식량난이 예년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금강산 표훈사의 봉축 탑돌이(1989년 5월)

보릿고개의 사월초파일

“잠은 시나브로 오고 배고픔은 눈 뜨면 달려온다”고 했듯이, 지금 북한에는 전통적인 보릿고개 시즌이다. 예로부터 이 고갯길[麥嶺]을 넘어야 보리쌀이라도 먹을 수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고개라 불렀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보릿고개 배고픔이야말로 생사(生死)가 왔다 갔다고 한다. 보릿고개는 힘든 노동으로 ‘등꼴 빠진다’는 말보다 더 무섭다. 망종 때의 보리 고갯길을 한 달 앞둔, 북녘땅에도 어김없이 사월초파일이 다가왔다.

주민들은 일 년에 딱 한 번 절에 가는 날로 여긴다.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못하고, 가고 싶어도 도대체 갈 시간조차 없어 가지 못했던 절에 ‘주머니 쌀이나 강냉이’를 고이고이 마련해 불전에 올린다. 이마저도 장만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단정한 옷차림만으로 절을 찾아 ‘무언의 합장’으로 예경한다. 가장 순수한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존경의 예, 기원과 소망의 예를 올린다.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표훈사 등 이미 알려진 절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동원 반, 마음 반으로 불교행사와 초파일 탑돌이에 동참한다. 지방의 사찰과 암자를 찾는 동네 주민들은 각자의 소망을 담아 행하는 일고여덟 번의 탑돌이는 종교의식이라기보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가장 숭고한 통과의례로 여기고 치른다.

오늘날 남측, 우리가 상상하듯 절에 가서 연등을 켜고 몇만 원의 등값을 치르는 자본주의식 초파일 풍경이 아니다. 빈자의 일등(一燈)도 없고 거창한 법요식도 없다. 요란한 대중공양이나 시끄러운 난장도 펼쳐지지 않는다. 그저 ‘절에 가는 날’로 여긴다. 4대 명절로도 여기지 않는다. 사찰에서도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으며 도량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스님들은 당일 절에 오는 분들에게 환한 미소의 합장으로 맞이한다. 우리 절, 우리 신도로도 예우하지 않는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것”처럼 절에 오시는 분들을 그저 공손히 맞을 뿐이다.

사월초파일, 마음속 명절로 지내

북녘의 사월초파일은 ‘가장 깨끗한 날, 가장 순수한 잔칫날’로 절을 찾은 주민들은 각기 소원을 빌며 서로의 몸짓과 마음으로 안부와 안녕을 빈다. 사월초파일은 국가지정의 민속 명절이 아니기 때문에, 절이 있는 동네 주민들은 ‘마음속의 명절’로 여기고 있다. 일요일이 아닌 평일 때의 초파일은 아침이나 저녁에 잠시 잠깐 다녀가는 정도에 그친다. 집안의 애경사 등이 있을 때면, 휴일을 기해 미리 가서 예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월초파일은 휴식일(공휴일)이 아니므로 동네를 벗어나 멀리 있는 절에 가기도 어렵다. 휴식일은 그날 하루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않고 쉬기는 하지만, 가까운 일요일에 하루 쉰 것을 보충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선호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월초파일은 정초 신수를 보고 기도할 수 있는 매년 1월 1일 설날 풍경과도 사뭇 다르다. 1989년부터 휴식일로 지정된 설날과 추석ㆍ단옷날 등 민속 명절은 각종 기념일과 국경일과 같이 모두 ‘명절’이라 부르는데, 북한의 민족 최대의 명절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다. 1976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국가적 명절(사회주의 명절)’은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ㆍ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ㆍ노동계급의 날ㆍ조국해방의 날ㆍ정권 창건기념일ㆍ조선노동당 창건일ㆍ사회주의헌법 절ㆍ조선인민군 창건기념일ㆍ전승기념일 등이다.

북한불교계를 대표하는 평양의 조불련 중앙위원회에는 1988년 5월부터 사월초파일의 명칭을 불탄일(佛誕日)이라 쓰고, 열반절과 같이 불교 명절이라 부른다. 묘향산 보현사와 평양 광법사 등 사월초파일에 열린 ‘불탄일 기념행사’는《조선중앙TV》등을 통해 북한 전역에 보도됐다. 양력을 사용하는 북한에서 보면, 음력을 기준하는 기념행사로 사월초파일 불탄일 행사가 유일하다. 생일 등 개인적 기념일도 양력 기준으로 하는 점에서도 이례적으로 열리는 북한불교의 공개행사이다.

   
▲ 1.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북 심원사 방문(2003년 2월)

1990년대 이후, 북한에서 개최된 사월초파일 불탄일 행사는 남측과 달리 봉축행사이란 용어보다 기념행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평양 광법사ㆍ묘향산 보현사ㆍ금강산 표훈사ㆍ구월산 월정사ㆍ칠보산 쌍계사 등 대표적인 사찰에서는 사월초파일이 면 법당 등 경내 청소를 하고 등(燈)을 곳곳에 내단다. 그러나 저녁이나 밤에도 등불을 켜지 않는다. 사찰에 직접 만든 사각형, 육각형, 원형통의 형태를 이루는데 큰 등에는 불탄일, 조국통일 등의 글귀를 붓으로 써넣는다.

사월초파일 당일 오전에는 ‘불탄일 기념식’이 전국 사찰마다 열리는데, 봉축 법요식과 같은 형식으로 개최된다. 서울 조계사와 동시법회로 열리는 평양 광법사의 경우에는 조불련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 스님들과 지역주민 100~200여 명이 참석한다. 특히 묘향산 보현사, 평양 광법사의 경우에는 이보다 많은 300명 이상일 때도 많다.

이날 기념식은 오전 10시부터 12시경까지 진행된다. 순서는 범종을 사용하기보다 법당 안에 있는 종을 3~5번 친 다음에, 다 같이 반야심경, 찬불가 순으로 진행한다. 그 후 위원장 또는 주지스님이 기념사를 하고 국가시책 등 공유해야 할 내용을 보고 형식으로 발표한다. 행사 말미에는 당해연도에 정해진 선언적인 의미를 담은 내용의 발원문을 낭독한다. 마지막 진행순서로 축가인 찬불가 노래를 1~2곡 부르지만, 사홍서원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각 사찰에서는 기념식 후에 1시간 안팎으로 탑돌이 등 별도행사도 갖는다. 이때 스님들은 북(鼓)과 목탁을 들고 친다. 여기에 참가하는 불자들은 스님과 같이 4․8봉축 또는 봉축이란 글귀를 쓴 사각 또는 육각형의 작은 등과 개인들이 직접 준비한 꽃다발을 손에 들고 시계 방향으로 탑 둘레를 수차례씩 돌면서 탑돌이를 갖는다. 스님들은 붉은색 가사(紅袈裟)를 두른 법의를 갖추고, 재가불자들인 남자는 양복, 여자는 한복 등 단정한 차림새로 참석한다.

사월초파일에는 설날 기념식과 마찬가지로 부처님 전에 공양물을 올린다. 각 사찰에서 준비하는 공양물도 있지만, 미리 물목과 공양물 담당자를 정한 다음에 개인별 또는 2~3명이 합심하여 공양물을 마련하고 불단에 공양물을 올린다. 절기상 생산되는 과일이 없기에 과일은 저장이 가능한 대추, 밤, 곶감 등을 올리고 시루떡을 비롯한 수수떡 등을 쟁반에 담아 올린다. 봄나물 등을 데치고 버무려서 올린다. 법회 후에 음식을 나누고 먹는 공양을 일부 인사들과 같이하지만, 대게는 법회 후에 바로 해산하기 때문에 점심을 겸한 대중공양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북녘 불자들은 사월초파일 한나절 각기 절에서 기원한 의미는 오래된 불심의 한 장면으로 새겨진다.

사월초파일, 북한불교의 도약점

반세기 동안 ‘사회주의국가의 건설에 복무’해 온 조불련과 그 구성원의 측면에서 보면, 내면적인 불심(佛心)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최고 존엄의 사찰에 대한 현지지도는 가장 확실하게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다. 지난 2012년 7월에 출범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는 아직 사찰이나 교회, 성당 등에 대해 현지지도 했다는 사례가 없다. 이런 점에서 김일성 주석의 1978년 8월 묘향산 보현사, 1991년 2월 평양 광법사 등 118회 방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3년 2월 평북 심원사 등 69회 방문 및 특히 2002년 6월 1일 함경남도 고원군의 양천사 방문 때에는 “사찰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랑이다”고 하여 북한사찰의 유적 보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서도 국가 문화유산, 민족유산의 발굴과 등록, 보호와 관리에 각별한 관심이 제고됐다. 2012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제시한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의 입장 발표는 2013년 11월 내각 산하의 문화유물보존지도국이 ‘민족유산보호지도국'으로 이름을 개칭하고 조직과 권능을 강화했다. 또 2016년 7월에는 “전국 모든 문화유적들에 대한 유지관리의 개선 및 보수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고《조선중앙방송》의 보도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또다시 냉각기에 접어든 한반도와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있어 출구전략으로 선택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강원도 원산에서 단행됨에 따라 원산이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 원산은 ‘큰 의미가 부여된 곳’이면서 마식령스키장 등 국제관광지역으로 유치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 원산의 명적사와 호도반도를 내려놓고 있는 함경남도 금야군 동흥리의 안불사 등이 자리하고 있으나 진입도로 등이 개설되지 않고 낙후하여 향후, 김 국무위원장의 현지 방문지로는 안변 석왕사 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에 들렀던 함남 고원군의 양천사가 유력할 수 있다.

이들 사찰에서도 올해 사월초파일 불교 기념식이 단출하지만 정갈한 의식으로 열릴 전망이어서 자못 기대가 크다. 왜냐하면 석왕사와 양천사 그리고 안불사, 용흥사, 명적사 등은 현존사찰일 뿐만 아니라 주지와 부전스님, 지역의 많은 불자들이 절을 가꾸고 찾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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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시간 : 2019-05-07 14:48:20]  
[최종수정시간 : 2019-05-07 14: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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