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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사찰재정의 문제점과 공동체성 회복 방안
4회 정평포럼, 사찰재정의 개혁방안을 탐색하다
2019년 04월 15일 (월) 14:23:54 정의평화불교연대 mytrea70@gmail.com

사찰재정의 문제점과 공동체성 회복 방안

박재현(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Ⅰ. 한국불교의 위기와 그 원인

한국불교에 위기경보가 울린 지 오래되었으나, 이에 대한 전략 부재로 인해 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불자 300만의 이탈, 출가자의 급속한 감소, 불평등의 심화와 각자도생의 삶 확산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출가자는 1999년을 정점으로 지난 20년 사이 3분의 1로 감소하였고, 지난 해 7월 열린 교육원의 교육종책세미나에서는 2025년 이후에는 출가자가 고갈될 위기 상황이라는 입장이 제기되었다. 출가자의 급속한 감소는 승가교육기관의 존폐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14개 사찰승가대학 가운데 학년별 정원 10명 이상의 규정을 충족하는 승가대학은 단 2곳이며, 중앙승가대학교는 수년째 정원 미달 사태이다.

2015년 인구센서스 결과, 불자는 10년 전과 비교하여 300만이 감소하였다. 기독교인구와 비교해 보면 1995년부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여 2015년 전체 기독교인구는 27.6%로 불교와 12.1%로 격차가 더 커졌다. 수도권에선 10년 전보다 17.1%가 감소, 천주교와의 격차도 2005년 7.1%의 격차에서 2015년 1.1%로 비슷해졌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수도권 3등 종교로 전락할 위험에 있다. 한국불교의 가장 큰 인적 기반인 영남불교인구도 전국 불교인구 평균 감소율 7.3%보다 높인 평균 10% 정도로 불교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외적 원인으로는 전 세계적인 탈종교화, 고령화와 저출산율, 불교의 기반인 농산어촌의 붕괴와 젊은 층의 도시로의 인구 유출 등의 사회적 원인이 있을 것이지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는 "우리나라의 사회 상황이 종교적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는데도 종교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기성 제도종교의 문제입니다. 말하자면 사회불안과 생존위기를 담아내지 못한 기성 제도종교의 위기로 볼 수 있습니다.”며 종교인구의 급격한 변동의 원인을 한국종교가 종교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피난처 역할을 하지 못한 데서 찾았다. 즉, 헬조선 시대라는 이름으로 암울한 미래와 과도한 경쟁 등 우리 사회는 종교적 욕구를 증대시켰지만, 종교가 피난처를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불신만 키웠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 대응능력 상실도 큰 문제이다. 촛불혁명 이후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며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종단은 사회적 흐름과 달리 폐쇄적 종단 운영과 재정의 사유화, 지역사회에 대한 외면 등 불교 고유의 공동체성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찰 또한 기복 중심의 운영으로 신도들의 신앙적 문제를 더 이상 해결해 줄 수 없어 신도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사찰의 존속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농산어촌에서는 실제 주지를 임명하지 못하는 사찰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4년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조계종에 대한 신뢰도는 응답자 전체에서 14.9%(신뢰+매우신뢰), 불교인 내에서는 57.5% 수준으로 타종교의 자기종교조직에 대한 신뢰도 수준(70~80%)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 이유를 불자들은 ‘재정 투명성’(36.5%)과 ‘불교지도자들’(32%)에 대한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하였다.

한국리서치의 조사결과를 보듯이, 불교에 대한 불신의 핵심은 재정의 불투명성과 불교지도자들에게 찾는다는 것은 사찰이 공동체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신도의 시주물이 투명하지 않고 사유화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글은 불투명한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재정이 정재이자 공유물로서 공동체정신에 맞게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찰의 공동체성 회복의 첫걸음이라 보며, 이에 집중하고자 한다.

Ⅱ. 사찰 재정의 성격과 가치

1. 사방승물

일반적으로 사찰(교단)의 소유물은 건축물과 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토지 등의 부동산, 의식을 집행하는데 쓰이는 불구(佛具) 등이 있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옷이나 음식 및 발우 등 경물(輕物)이 있다. 이를 통틀어 사방승물이라고 한다. 이 사방승물 중 경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전승가나 사방승가의 공유물로 개인이 소유할 수가 없다.

사찰(교단)에 보시된 정재는 특정한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기에 승가 모두의 수행에 이로운 방향에서 경제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소유와 소비가 생기고, 맡고 있는 소임과 관련하여 별도의 소유와 소비를 피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현전승물의 차이가 있다 해도 교단에서 지나친 소유의 불균형이 노출되고 있고, 각자도생의 삶이 강요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래서 다시 사방승물의 취지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수행과 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제외하고 남는 정재는 사찰(교단)의 공유물로 보존되어, 공동체의 유지와 수행과 전법이라는 목적에 맞게 관리되어야 한다.

2. 공동소유 및 평등분배의 원칙

초기 교단에서는 수행에 필요한 일상적인 소모품을 제외하고 개인적인 소유를 허용하지 않았으며, 여타의 재산은 모두 교단의 소유로 하였다. 음식 등 신도의 보시물 또한 균등하게 분배되었다. 그 처분 또한 교단의 행정적 담당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만장일치적 동의에 의하고 있었다. 나아가 초기 교단에서는 경제적 부분뿐만 아니라 행사, 정사의 운영이나 인사, 의결 등 일체의 모든 것을 전원 찬성에 의한 승가갈마로 처리하였다. 즉, 승물의 분배 또한 집회나 여타 의사결정과 마찬가지로 백이갈마(白二羯磨)라는 갈마의 형식을 통해 직접민주제적 전원일치를 택하고 있다.

승물의 교단 소유는 일단 개인적 소유 금지라는 불교의 기초 생활윤리관과 큰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경물의 분배에서도 철저하게 평등 분배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다. 특히 탁발하여 얻은 음식이라도 그것을 4등분하여 하나는 사승에게, 하나는 병든 비구에게, 하나는 자신이, 하나는 조류에게 베풀어주는 분배 형태는 평등과 자비라는 불교의 종교적 이념이 내재된 불교경제 실천윤리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초기 교단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기본 관점은 출가자의 무소유와 시주물의 공동 소유, 공평한 분배에 있다. 이러한 형태는 대중 모두, 또한 대중 스스로가 승가공동체의 주인이라는 주체의식과 출신계급이나 직업․성별 등 그 어떤 것에도 관계하지 않는 평등의 화합중이라는 공동체의식, 그리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살고자 하는 불교의 기본정신이 깃들어 있는 생활 형태이다.

신도들의 시주물에 의해 형성된 사찰의 모든 재정은 사찰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는 공공의 복지를 위해 사회에 환원되어야 하는 것이 사찰경제의 목적임에도, 오늘날 사찰경제는 공유와 평등의 원리에 반하여 자본주의에 깊숙이 편입된 채 불평등과 재정의 사유화가 심화되고 있다.

3. 사찰 재정의 가치

1) 공동체성

사찰은 공동체로서 사찰이 행하는 관리 활동과 의사결정의 주체적 책임은 특정인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각자에게 있다. 그러하기에 구성원 각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 몇몇 사람의 결정으로 진행하는 것이 신속성 측면에서는 월등히 우월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 기준이 사찰의 결정으로 대체될 수는 없다. 또한, 사찰 재정이 부족하다면 구성원들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경제적 책임을 먼저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이다. 공동체성이 살아나면 사찰이 어렵다고 구성원이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모여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재정관리에 문제가 있거나 사고가 있다면 담당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책임으로 참회해야 할 사안이 되는 것이다. 공동체성에 근거한다면 사찰의 재정보고 과정은 비전문가인 신도들이 충분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차원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야 하고, 신도들이, 관심 있는 사람들이, 궁금한 사람들이 언제든지 열람하고 질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는 재정관리 지침의 설정, 예·결산의 승인, 주요 재산의 취득 또는 처분 결정(부동산의 취득, 차입 결정 등) 등 사찰의 이름으로 책임을 부담하거나 결정하는 경우 반드시 공동체의 합의에 의하도록 원칙과 결의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책임성

<사분율장> ‘수계건도(受戒犍度)’ 부분을 보면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하고 초기에 승단과 교단이 성립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특히 최초의 우바새와 우바이에게 강조하신 내용이 바로 ‘보시(布施)와 지계(持戒)는 천상(天上)에 태어나는 방법’이다. ‘욕심은 부정한 것이라고 꾸짖고 더러움에서 벗어나는 일은 즐거움이 된다고 찬탄하셨다’고 하며 여기에 사성제 등의 간단한 가르침을 주셨다. 초기불교에서는 생천(生天)이라는 선업의 결과를 내세워 보시와 지계를 권장했고, 대승불교에서는 보살이 실천해야 할 행위로써 보시바라밀과 지계바라밀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생에 세속적인 복덕을 누리기 위하여 생천을 강조한 것이 아니다.

신도의 시주물도 이러한 보시의 결과물로서 공동체를 유지하고 수행에 진력하고, 불법을 홍포하는데, 사용하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출가자는 수행과 전법에 진력하고, 재정은 재가자인 정인(淨人)을 두어 관리토록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재정관리에 출재가자의 구분이 없어지고, 오히려 출가자가 재정관리의 주체가 되고, 신도인 재가자는 사찰 재정관리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사찰 재정에 관심 갖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사찰(교단)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신도들의 시주물을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책임이기에 이를 방기하는 것은 책임을 유기하는 것이다.

3) 공공성

사찰의 재정은 사찰 내부 구성원들만을 위하여 사용하라고 보시된 것이 아니라 전법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회향하라고 보시한 것이다. 사찰 재정은 사찰만의 것이 아니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사찰은 책임성을 가지고 이를 관리할 책임을 가진다. 따라서 사찰 재정은 내부 구성원만을 위한 관점 차원이 아니라 우리사회를 맑고 향기롭게 하기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 이에는 사찰이 재정을 집행한 내역을 공개한다든지 사찰 시설을 사회에 공개하여 누구라도 사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사찰이 동체대비를 실천하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4) 효율성

주지 등은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관리할 책임도 같이 부담한다. ‘과거의 결과’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필요한 의사결정을 바르게 할 수 있다. 사찰이 일반적으로 작성하는 단식부기 수지결산서는 사용 가능한 자금 규모 이외에 다른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단식부기 수지결산서를 작성하더라도 현물거래, 재산과 부채 현황 명세를 주석으로 작성하여 매년 변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복식부기 방식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결산서를 잘 만든다고 효율적 사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무정보를 잘 파악하도록 결산서를 작성하는 것은 효율적 관리의 필요조건이다.

5) 투명성

투명성은 재정 공개로 얻어지는 속성이다.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정보를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을 때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투명하다는 것이 바르게 잘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명하면 드러난 과정들을 보며 오류를 개선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바른 재정관리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으로서 의의가 있다.

Ⅲ. 사찰 재정의 문제점

1. 개인 욕망에 기반한 수입 구조의 한계

초기와 대승을 통해서 기본적인 가르침으로 보시와 지계가 강조된 것은 보시와 지계바라밀이 별개의 영역이 아니고 한 방향에서 남을 돕는 중생계[섭중생계(攝衆生戒)]의 영역이 바로 보시바라밀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즉 붓다께서는 남의 어려움을 보고도 자비심과 연민심이 부족해서 외면해 버리곤 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반성하게 하고, 선행을 함으로써 그들에게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주며, 보시행을 강조하신 것이다.

보시바라밀은 중생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 사섭법(四攝法)(보시, 애어, 이행, 동사)에서도 강조하고 있고 육바라밀에서도 대단히 강조하고 있다. 특히 <화엄경>을 비롯하여 다양한 대승경전에서도 보시바라밀이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소중한 수행방편인 보시가 사찰에서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

종단은 해방 후 정화운동기를 거치면서 태고종과의 소송 등으로 상당한 삼보정재의 유출이 있었고, 6. 25. 전쟁 이후 사찰의 피해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시설 면에서 낙후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를 빠르게 받아들인 불교는 기도, 축원 등 기복적 요소의 강화와 불사라는 외형적 지향을 가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불교가 공동체의 정신을 내려놓고 대신 자본주의 정신을 무비판적으로 빠르게 수용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사찰은 각종 불사 등 외형 확장에 치중하고, 끊임없이 각종 기도와 재, 불공, 불사 등 신도들의 개인적 욕망과 욕구를 자극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신도들도 청정한 보시행 보다는 이에 발맞춰 개인적 성공과 욕구를 얻기 위해 각종 불공, 기도, 축원 등에 몰리고 있다. 사회로 하여금 물욕에 갇히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성공과 욕구 충족에 매달리게 만드는 자본주의 정신에 깊이 물들은 한국불교는 신도들을 보시를 통해 수행 공덕을 짓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쟁심리를 회피하게 하고, 개인의 욕망을 더 두텁게 하도록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대면 종교에서 비대면 종교로

불교는 대면 종교이다. 어느 경전에서도 붓다께서 출재가자들을 등지고 설법하였다거나, 기도, 명상하였다는 구절을 보지 못하였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대화하고 토론하고, 탁마하는 종교가 불교이다. 탁발도 단순히 하루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생활세계로 들어가 지역 주민들을 대면하여 그들의 생생한 삶을 살펴보고,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들어주기 위한 전법의 방편으로 행한 것이다. 그러니 붓다께서 대기설법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사회적 상황과 지역민들의 실생활을 직접 보고 알고 계시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의 사찰 모습은 어떠한가? 각종 사찰에서의 축원과 기도는 신도를 등지고 라틴어로 미사를 보는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시절의 모습을 연상한다. 법문은 토론과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참 보시를 얘기하기 보다는 ○○불사, ○○기도, ○○재, ○○위패 등 신도들의 개인적 욕망을 자극하기에 바쁘다.

문화재관람료수입(문화재구역입장료수입) 또한 대표적인 비대면 수입원으로서 문화재 사찰의 영역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국가법인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 보호 명목으로 받는 사찰의 주요 수입이다. 문화재 보호는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지만, 우리나라는 문화재의 보호를 소유자에게 맡기고, 그 유지 관리의 비용 일부를 보조하는 형식으로 문화재 보존의 의무를 소유자에게 떠넘기고 있어, 문화재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그것이 불교적 방식인가 하는 것이다. 또 사찰 수입의 상당 비율을 문화재관람료가 차지하고 이에 안주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여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찰공동체의 유지와 수행, 포교 등의 전법에 필요한 사찰 재정은 신도들의 청정한 보시에 의해 형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 사찰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3. 사방승가 정신의 상실로 인한 승물의 사유화

사찰(교단)의 재정은 공유물로서 승가에게 평등 분배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 의복(가사 장삼), 의료(종단에서는 일부만 보장), 다비 등 수행생활 전반에 소요되는 비용을 출가자 개인이 해결하도록 각자도생의 삶으로 내몰고 있다. 사찰 재정이 공유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필연적으로 사설사암, 토굴, 개인연금 등 사적 소유의 길을 강화시켜 공동체 해체를 가속화시키게 된다. 종단 또한 출가 이후의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는데, 최고규범인 종헌조차 출가자의 삶에 대한 보장 규정이 없다.

이러한 현상은 재정우량사찰을 중심으로 심화되는데, 결국 재정우량사찰의 주지가 되기 위해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의 주요소임을 선호하게 되며, 자기세력의 이해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종책모임(계파)을 형성하고,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하면서 종단의 권력구조를 장악하고, 그 결과물을 향유하는 정치논리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자파의 이익에 따라 종헌 종법을 적용하여 종헌 종법의 무력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금권 선거 등이 문제가 되며, 이러한 악순환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재의 사유화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4. 사찰 구성원의 참여 부재

계(界)의 가장 기본단위인 사찰은 사찰 구성원의 참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불교를 ‘주지불교’라 하듯이 현재 사찰은 주지의 뜻대로 운영되는 등 주지는 사찰에서 제왕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종단에 분담금 등을 납부하면 특별한 통제나 규정 없이 주지의 의지에 따라 사찰 재정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그나마 사찰운영위원회법에 의해 운영위원회가 사찰의 예산, 결산 등 재정에 관해 심의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운영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찰은 드물다. 재정우량사찰의 주지 또한 사찰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수행이나 전법 등의 능력보다는 힘 있는 세력이나 그 세력에 속해 있는 승려가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제도와 기구 권한과 역할 중심의 조계종단의 종헌은 사찰 구성원의 권리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고, 승물의 공유 등 공동체로서의 운영원리도 담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사찰 구성원들이 사찰 내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현실적으로 부재하고, 대중공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한 전제가 되는 다양한 언로(토론장, 공론장)이 열려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통제되고 닫힌 구조이다. 다만 사부대중 대중공사와 같이 종단권력에 의해 기획되는 테두리 안에서의 공론장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Ⅴ. 재정 투명성의 저해

1. 재정관리에 대한 편향적 관점

사찰은 청정한 신도의 시주물을 바람직하게 관리하고 사용하여야 한다. 현실에서는 사찰 본래의 목적대로 재정을 바르게 관리하고 사용할 주지가 재정관리에 있어서 주어진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물질(재정)로 인한 갈등으로 사찰공동체가 분열되고, 주지 독살이가 늘어나며, 신도들이 사찰을 불신하여 떠나가게 하고 있다.

사찰이 재정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좋은 것이 좋다’는 관점을 버리고, 각자가 냉철한 지혜로 무의식중에 파고든 물질주의 문화의 공격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을 분별하여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찰 주지를 비롯해 소임자들이 형식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재정을 집행할 때는 실제 예산이라는 계획과 따로 놀고, 감사를 대비해 형식적으로 결산하는 현실에서, 신도 또한 ‘재정’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재정관리는 신도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높다.

사찰은 승려와 신도로 구성된 공동체이기에 사찰의 신도 또한 각자가 사찰 재정관리의 주체로서 관심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도는 사찰 재정관리는 주지와 소임자가 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제3자로 규정하며, 사찰 구성원으로서의 주인의식을 포기한다.

2. 재정 집행기준의 부재

사찰마다 매년 예산을 세우지만, 어떤 방향성으로, 어떤 기준으로 예산을 설정하였는지 명확히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간략히 표기되는 포괄적인 예산서로는 사찰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을 신도들이 공유할 수 없다. 재정 집행기준은 어떤 기준으로 재정을 편성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말한다. 사찰 재정이 바르게 집행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칙이 미리 정해져야 한다.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사찰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역할에 비중을 두고 나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사찰 스스로 정하는 과정이며, 둘째, 사찰 재정관리의 방향성을 신도들 간에 공유함으로 사찰공동체 구성원인 신도들도 재정관리의 주체적 책임자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고, 셋째, 예산이 모자라거나 예산이 넘쳐나는 경우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어느 용도에 우선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넷째, 사찰이 재정 사용의 원칙을 세움으로 구성원인 신도들에게 개인 차원에서의 재정 사용기준을 세우도록 하는 예시가 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원칙이 없으면 대개는 중요한 용도보다 급한 용도 또는 주지의 개인의지에 따라 집행하게 되면서 정작 사용되어야 할 곳에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3. 재정 공개의 폐쇄성

재정관리 정보가 특정인 또는 특정 그룹에게만 공개되면 사찰 공동체 구성원들은 재정관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수동적 방관자가 되어 버린다. 또한 사찰을 바라보는 외부 제3자의 입장에서 재정 집행 결과를 통한 사찰의 정체성을 파악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면 정보의 폐쇄성과 집중성은 그 정보를 독점하는 자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한다.

조계사, 봉은사 등 일정 규모의 재정을 지닌 사찰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재정을 공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찰은 재정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사찰의 재정관리는 사찰의 책임이고, 사찰은 공동체이기에 사찰 구성원인 신도 모두가 재정관리의 책임주체라는 관점에서 신도들은 반드시 재정관리 상황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 의무적 권리이다.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불사 추진 등 신도들이 느끼는 재정 부담감으로 사찰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공개를 꺼릴 수도 있지만 공동체적 의사결정으로 사찰의 재정이 개인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올지라도 같이 해결하려는 자세가 진정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세이다.

사찰이 구성원이 아닌 외부에 재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찰을 지역사회와 담을 쌓고 살아가고, 사찰의 대 사회적 책임이 없다면 타당한 얘기이다. 그러나 사찰은 지역사회 전법의 전진기지이다. 사찰이 지역사회와의 연결이 약화되면 될수록 사회가 불교를 외면하도록 만든다. 사찰의 재정 관리는 단순히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돈을 사용하는 사용처와 과정 모두를 통하여 붓다의 가르침이 드러나야 하고, 이러한 과정은 불자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얻게 한다. 사찰의 재정관리 정보를 사회에 공개하는 것은 사찰의 존재 이유인 전법활동을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다. 재정 관리의 투명성 확보는 우리 스스로의 자정과 사회적 공공성을 위하여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요소이다.

4. 형식적인 감사

감사는 숫자로 표현된 결산서를 기준으로 1년간 재정관리가 여법하게 잘 되었는지 수입과 지출이 계획한 바와 같이 적합하게 운용되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기능이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말사에 대한 교구본사의 감사는 재정관리와 감사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총무원 감사국의 자체 감사를 제외하고, 교구본사를 비롯하여 재정이 우량한 사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중앙종회와 총무원의 합동감사 또한 짧은 시간 내에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감사인이 형식적으로 체크리스트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하다 보니, 문제점을 발견하기 힘든 면도 있지만, 재정관리에 대한 문제가 발견하여도 눈감아주거나, 대충 넘어가거나, 퇴직 처리하는 경우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경우 주요 재정담당자가 상좌 또는 속가 친인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매우 좋지 않은 관행으로, 잘못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을 방조하는 것이고, 잘못된 일들이 재발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주지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적당히 덮어버리는 것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잘못을 방지할 책임을 무시한 직무유기이다.

또한 사찰 주지가 재정관리에 문제를 야기하면 그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통해 조치하여야 하는데, 같은 문중, 도반, 당파 등을 이유로 적당히 처리하는 일도 있다. 이러한 처리는 종단의 규범인 종헌 종법을 사사화 하게 만들고, 자정능력 상실로 이어져 악순환을 반복되게 한다.

5. 사찰 재정관리와 공동체성 회복방안

재정 규모가 작아 사찰 운영이 어려워 공양주 없는 독살이 하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을 핑계로 체계적인 재정관리를 한다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실제 이러한 사찰에 대해서는 대부분 형편이 어렵고 볼 것이 없다는 이유로 사찰회계를 약식으로 처리하게 하고, 교구본사의 감사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주물의 공덕으로 유지되는 사찰이 재정규모가 관계없이 충실히 관리해야 할 책임이 사찰 구성원에게 주어지고 있는 점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발상이다. 그리고 사찰 규모가 작다고 해서 재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재정 개선의 가능성을 아예 포기하고 공적인 사찰을 개인 토굴로 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재정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사찰은 재정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시주하였다는 사실 만으로 불자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다. 시주한 보시물이 붓다의 가르침에 맞게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 사찰 구성원으로서 불자들의 의무이다. 종단에서도 사찰 주지가 개인적으로 사찰 예산을 임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를 심의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불자들은 인식 전환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찰의 재정 관리에 참여하여야 한다.

둘째, 사찰 자원은 유한하고, 재정은 한계가 있기에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찰이 중요하다가 생각하는 활동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게 된다. 즉 재정을 사용한 결과는 사찰이 어떤 활동과 사업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지, 그 사찰의 안목과 지향을 보여준다.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이나, 포교나 전법을 위한 사업들이 아닌 외형을 끼우거나 선심적 사업 등에 사찰 재정을 쏟아 붇는다면, 신도들의 불신과 지역사회로부터의 불신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사회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사찰의 활동 방향에 필요한 재정 사용의 우선순위가 될수록 관심 갖고 관리해야 한다.

셋째, 사찰이 재정 관리의 모범이 되어야 신도들도 개인의 재정생활에 대해서 바르게 지도할 수 있다. 사찰이 건강한 재정 운영에 대한 원칙과 실제 적용 사례를 보일 때, 신도들도 이를 보고 물질을 어떻게 대하고 관리할 지에 대한 학습효과도 생긴다. 또한 사찰에 대한 신뢰가 증장되어 사찰 재정 안정에 신도들의 기여도가 커진다.

불교가 세상을 걱정하고 보살펴야 하는데, 세간에서는 오히려 세상이 불교를 걱정한다고 한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사찰의 분쟁들이 주로 재정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사찰 재정관리는 사찰이 공동체 기능을 회복하고 본래의 전법도량으로 살아나는 출발점이다.

1) 대면 종교로의 전환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과 이윤 추구의 전쟁터에서 사람들은 서로 접촉하는 것을 피해 온라인 접속을 통한 익명성에 갇혀 서로를 분리하고 고립화 되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의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 형태의 1/3을 넘어가고 있다. 기업들은 이윤 창출을 위해 다인 가구를 해체하여 1인가구를 조장하는데, 4인가구에 하나만 있어도 되는 물건들이 1인 가구화되면서 각각 4개를 더 소비하게 만든다. 여기에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광고를 통해 욕망의 소비 갈증을 조장하여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는 자원을 낭비하게 하고, 고갈시키면서 환경오염 등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게 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사찰 또한 대면의 방식이 아닌 비대면의 방식으로 개인의 욕구와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사찰 재정을 충당해 왔다. 그러나 기도수입, 재수입, 불공수입, 불사 수입 등 전통적 방식의 사찰의 재정 수입도 급감하고 있다. 더 이상 비대면적, 욕망 자극에 의한 사찰 수입으로는 사찰 재정을 충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는 탈종교화 현상과 맞물려 욕망을 내려놓는 명상, 요가 등 명상산업이 뜨고 있는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교는 욕망의 불을 다스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서로 모여 둘러 앉아 토론하고, 수행하고, 탁마하는 종교이다. 이를 통해 세상을 더불어 행복한 상생의 공동체로 만들어 간다.

우선 기존의 재정 수입 방식을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물론 당장의 재정수입원들을 일거에 바꿀 수 없겠지만, 점차 참여를 통해 신도들의 주인의식을 높여가면서 사찰 구성원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신도가 정기적 회비 납부를 통해 사찰 재정을 충당하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욕망을 내려놓고 바른 보시를 할 수 있도록 신도들과의 접촉을 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찰 운영의 주인으로서 신도들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신도들과의 일상적 접촉을 넓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신도들의 스스로 소모임 활동을 하도록 하고, 10가구 이내 단위로 구역법회를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열어 서로 신앙생활과 일상의 삶을 공유한다. 또한 사찰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실험들에 대해 좀 더 근본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지역적 차원의 관계 복원을 중심에 두고, 경제(자립과 협동), 교육(학습), 문화(다종교, 다문화), 복지, 명상/영성, 환경/생태 등의 의제들을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지향과 비전에 통합되도록 연결해야 한다.

또한 불교는 승가라는 공동체로 시작한 전통과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의 교리를 현대사회의 흐름에 맞게 재해석하여 펼쳐가야 한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불교와 사찰의 존재이유와 가치, 존재방식을 새롭게 설계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필요하면, 고유의 사찰 개념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새롭게 정의하거나 최소한 확장하고 변형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비대면에서 대면으로서 회복은 한국불교의 사활적 문제이다. 또한 불교가 감당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2) 사찰의 원융살림의 회복

사찰의 원융살림에 반하는 것이 독살이 내지 주지 중심의 사찰 운영이다. 원융살림의 가치는 참여와 협력과 공동책임, 평등과 소통 이다. 일반적으로 사찰의 구성원은 승려와 신도로 구분한다. 사찰은 승려와 신도가 평등한 입장에서 대등한 자격으로 불법을 펼치기 위한 도량으로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찰에는 이 양자가 평등이 아니라 상하 관계로 이해되고 있는데, 이는 대단히 비불교적이다. 승려와 신도에게 주어진 소임과 역할이 다를 뿐 평등한 것이다. 즉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은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사찰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승려와 신도들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평등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는 ‘상명하복’이지 ‘협력과 공동책임의 관계’가 될 수 없다. 이는 승려와 신도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교역직 승려들 간에도 동일하다.

이러한 출가자와 재가자, 소임과 대중의 구분은 사찰의 원융살림을 방해한다. 특히 평등공동체인 사찰에서 소임을 세속적 권력으로 이해함으로서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신도들을 위계적으로 대하는 등 권위주의 문화를 확산시켜 사찰공동체를 해체시킨다. 따라서 사찰의 주요 권한과 의사결정이 특정인에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신도들을 포함한 사찰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사찰 공동체를 이끌어가야 한다.

현재 한국 사찰이 원융살림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말사주지의 임명에 사찰 구성원이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교구본사 주지의 재량으로 말사 주지를 품신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사찰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예는 드물다. 따라서 교구본사 주지가 사찰 주지를 바로 품신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찰의 구성원들의 추천을 반드시 받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원융살림을 훼손하고 사찰을 독살이처럼 운영하는 주지에 대해 사찰 구성원들이 일정 요건을 갖추어 주지에 대한 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교구본사 내지 종단은 이에 대해 조사 등을 거쳐 조사결과에 따른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신도의 참여의식이 중요하다. 원융살림에 대한 주지 등 소임자의 열린 자세도 필요하겠지만, 신도들도 사찰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갖고 사찰운영위원회부터 적극 참여하고, 신도회를 활성화 하여, 사찰 운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3) 공동체성 확립을 위한 승보공양

화화대중인 승가공동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각자가 살길을 도모하고 있다. 승가공동체의 해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재가불자들이 한국불교의 전환을 위해 승보공양의 원칙을 지키도록 발심을 해야 할 때이다. 말 없이 수행과 전법에 진력하는 승려들을 찾아내고 그분들의 고충과 재화의 수요를 솔직하게 알아내야 한다. 사찰 재정이 불사 등 외형적 규모 확산에 치우지지 않도록 하고 사찰 재정이 공유물로서 사찰 구성원의 수행이 보장되고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도록 사찰운영위원회 등에서 예산 및 결산 등 재정 운영 등에 대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찰 재정의 현황과 그 배분의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사부대중에 보고되도록 하여야 한다.

신도들은 자신들의 보시가 사찰공동체의 공영(共榮)을 위해서 공양되고, 그렇게 했을 때만이 보시행위가 복전이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사찰의 구성원들도 이러한 사찰운영 방식을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동참해야 하며, 서로 신뢰해야 한다.

앞서 사방승물은 공유물로서 평등하게 분배되어져야 하며, 이웃과 도반을 위해 자기 몫을 덜어내는 아름다운 공동체성 나눔이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승려 개개인이 각자도생하는 작금의 조계종을 부처님을 따르는 승가공동체라고 할 수 있겠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찰의 유산은 출가자의 소유물로 아니다. 보시된 모든 승물은 정재(淨財)로서 공평무사하게 사용하고, 출가자 재가자 모두의 성실한 유지 관리의 노력으로 후대에 전할 공유물이다. 만약 앞으로 조계종단에서 승물의 공평무사한 분배가 이루어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때는 붓다의 재세당시 재가자가 일어나서 꼬삼비 비구들을 교화한 예와 같이 새로운 승보공양운동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4)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

한국불교의 사회적 신뢰 회복은 지상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를 공동체정신에 따라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배려와 공감, 그리고 자발성과 참여이며, 이러한 가치들의 실현은 그러한 가치를 내면화한 인간형, 공존지향적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 영역에서 우리 불교의 역할이 있다.

한국종교는 근대로의 이행과정에서 근대주의의 영향을 물질주의, 생존주의와 성공주의를 깊이 내면화한 인간형을 만드는데 기여했고 불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이 고도성장기에 종교인구의 팽창을 나타냈던 것도 종교와 성장주의의 친화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한국불교는 개인의 욕망과 욕구에 기반 하였던 지난 역할을 성찰하고, 타자와 공감하고 공생하는 심성과 가치관을 배양하는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조직적, 물질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불교가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동체문화를 주도하면서 공존지향적인 인간형을 함양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한국불교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고민해야 할 과제로서 현대에 맞는 사회교리, 공유와 공평한 분배를 통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에 대한 대안,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체계 구축, 다양성이 보장되는 공동체적 인간관계 형성, 마음수행과 교육훈련을 통한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 생태적 삶이라는 대안적 시각, 마을 중심의 도시적 삶의 대안, 수범수제의 윤리 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찰은 지역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자율성, 독창성, 혁신성을 보장하면서 이타성, 신뢰와 연대나 배려와 같은 가치들이 조화롭게 될 수 있도록 시민윤리를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역동적 시민성의 강화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와 능동적 협력을 일상화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혁신이 가능할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갖추어지는데 일조해야 한다. 생활세계에서 건강하고 창의적인 개성이 꽃 피울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이기적인 경쟁논리에 함몰되지 않는 사회적 인프라, 생태계의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사찰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는 것이다. 이러할 때 한국불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5) 건강한 재정관리를 위한 재정관리시스템

나타난 문제점을 원칙의 기준에 근거해서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에만 그 안에 생명력이 있다. 사찰에 다음과 같이 재정관리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더 건강하고 투명한 재정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실질적 예산 편성

시주물로 운영되는 사찰은 시주의 은혜를 갚기 위해 재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하며, 그 고민의 하나가 예산을 설정하고, 계획된 예산에 따라 집행하고, 결과를 계획과 비교 분석하여 실수와 잘못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찰이 예산을 편성할 때 첫째, 사찰이 재정계획을 수립하여 재정을 사용하는 우선순위 기준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정 사용의 기준이 없어져 주지 등 특정인의 결정으로 재정 낭비가 발생하거나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형식화된 예산제도를 바꿔 사찰이 정한 중요도에 따라 재정을 사용하도록 배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예산 계획은 신도들과 함께 수립해야 한다. 신도들이 같이 고민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정․통합하는 가정을 거치면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찰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사찰 재정의 책임은 주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게 있기에 사찰 재정은 공동체의 책임으로 사용되어져야 한다.

○ 재정관리 규정 내지 지침 필요

재정을 바르게 관리하려면 재정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하는 사용 용도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절차적인 과정을 규정 내지 지침으로 먼저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단에는 사찰예산회계법 및 동법 시행령이 있지만, 이보다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사찰 재정을 관리하는 원칙과 방향을 공유할 수 있도록 재정관리규정 내지 지침을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규정은 몇 사람이 밀실에서 작성하고 공동체 차원이라고 포장해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초안 작성과 회람, 토론 등의 과정을 거치며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고, 그 기준을 사찰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즉, 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규정을 작성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결정된 규정은 재정을 집행하는 기준이 되고, 재정 집행결과를 감사하는 판단 기준이 된다.

규정에는 사찰 구성원 모두의 재정관리 책임 부여, 재정담당자에 대한 지속적 교육훈련 실시, 사찰 내부와 지역사회를 위한 사찰 재정의 사용, 사찰 재정의 공개, 모든 수입과 지출의 예결산 포함, 재정 운용에 관한 모든 기록 및 증빙의 문서 보관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 재정담당자의 지속적인 재정교육과 제척

사찰에서 재정담당자에 대한 신분보장이나 보시 등 채용조건이 기업이나, 단체들 보다 좋은 조건이 아닌 상황이어서 준비되지 않은 이들을 재정담당자로 채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별한 채용기준을 마련하여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채용된 이들에 대한 재정관리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관리 담당자들이 실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총무원 주무부서에서 교구 단위별로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담당자들이 사중 눈치를 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교육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한 경우 담당자들의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터넷 교육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일정 재정 규모의 사찰의 경우 재정집행을 승인하는 주지 이외에 재정전담 사무원을 두어야 하는데, 주지의 속가 친인척이 소임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금지하는 조치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때 종법상의 징계 조치가 있어야 한다.

○ 실질적인 감사 기능

사찰은 주지를 비롯한 소임자에게 재정관리를 위임하고 있다. 그러므로 재정관리자가 재정을 바르게 관리하고 있는 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감사 절차가 아닌 실질적인 감사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정 규모의 사찰 감사에 대해서는 중앙종무기관이나 교구본사의 형식적 감사가 아닌 회계전문가와 당해 사찰 신도들과 함께 적정한 감사기간을 정해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정치적 이해를 배제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감사에 문제가 있는 사찰의 경우 소소한 지적사항은 후속 조치를 보고받아 마무리할 수 있지만,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해당 사찰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개선되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법에 따라 조치하는 등 엄격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 결산의 공개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재정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현재 일정 규모의 사찰에 한 해 재정결과를 간이한 방식으로 공시하고 있는데, 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찰은 재정집행결과를 신도들이 원하면 열람할 수 있도록 사찰 내 게시판에 부착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는 절차를 구비해 그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사찰은 홈페이지나 사지 등을 통해 사찰 활동을 홍보하고 포교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결산서는 사찰의 1년간 활동을 숫자로 표현한 것으로 결산서는 사찰 내부에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찰을 불신하는 외부인에게도 공개해서 사찰의 교화활동을 알려 신뢰를 얻어야 한다. 즉 결산서를 공개해서 내부 신뢰를 얻는 도구로 활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포교의 도구로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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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시간 : 2019-04-15 14:23:54]  
[최종수정시간 : 2019-04-15 16: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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