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이 내려와야, 종단이 내려놓아야, 제가 내려갑니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한파와 강풍이 무섭습니다. 얼어붙은 칫솔을 녹여 양치를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에 바람이 불어 조명탑이 흔들릴 때는 깜짝깜짝 잠이 깹니다. 추위에 침낭과 작은 온풍기에 의지해서 하루 종일 누워있다 보면 내가 왜 이곳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마음 한 구석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의지가 생깁니다.
농성장이 꽁꽁 얼었습니다. 조명탑에 있는 액체란 액체는 모두 얼었습니다. 물티슈도 얼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마실 물이 없어 온풍기에 물을 녹여 마십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한태식 총장의 연임저지와 총장직선제 실현으로 동국대가 민주화되기를 꿈꾸며 이를 악뭅니다.
총장님은 아실까요. 총장 취임 첫 해부터 마지막 해까지 길거리에서 목숨을 걸었던 학생들의 절박함을... 이사회와 법인 관계자분들은 아실까요. 명백한 종단개입 사태에 학생들이 고통 받았던 시간들을... 무시하고 회피한다고 학생들의 투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온풍기가 꽁꽁 언 물을 조금씩 녹이듯이, 귀와 눈이 닫힌 채, 꽁꽁 얼어붙은 동국대는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와 외침으로 조금씩 녹고 있습니다.
날이 춥고 조명탑이 너무 흔들리면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워 있습니다. 외롭고 질긴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갑니다. 그 때마다 많은 분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십니다. 저번 목요일 문화제와 금요일 민교협 기자회견이 참으로 힘이 되었습니다. 학과 선배님도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려고 노력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나가시는 학우님들의 응원이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특히, 민교협 기자회견에 있던 피켓팅 문구가 인상 깊습니다. ‘보광스님 내려와야, 안드레도 내려온다’ 욕심을 버리고, 자리를 내려놔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내려가고 싶습니다. 총장님이 내려오셔야 합니다. 종단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욕심이 아닌 상식과 정의가 가득한 동국대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저희 은사스님들 재세시에는 보일러는 커넝 장작도 없어서 겨울만 되면 저 안드레 학생처럼 시냇가에서 꽁꽁얼은 얼음 가져다 겨우겨우 살았는데도 눈밝은 청정수행승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따뜻한 물 따뜻한 방 없는 절이 없는데도 오히려 청정수행정신은 퇴색하고 범계적폐만 온종단에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