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고공농성 21일차
조명탑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처량할 뿐입니다.
또 다시 농성일자 앞자리가 바뀌었습니다. 팔다리 관절은 쑤시고, 갇혀 있는 생활에 가끔 정신이 혼미 합니다. 그래도 동국대 민주화라는 마음 하나로, 12월의 첫 월요일, 농성일자 앞자리가 2로 바뀐 첫 주를 힘차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새벽 6시 차가운 비가 얼굴로 떨어져 잠에서 깼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한참을 몰아치더니 조명탑 내부를 시원하게 적셨습니다. 정신없이 흐르는 물줄기를 막다 보니 오후가 되었습니다.
문득 날짜를 보니 12월 3일입니다. 3년 전 오늘, 단식 50일차, 건중이는 응급실에 실려 갔었습니다. 그리고 이사회에서는 이사 총사퇴라는 결의를 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기억을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동국대 역사상 전대미문의 이사 총사퇴라는 성과로 당시 일면 이사장을 내쫓았습니다. 그러나 동국대 정상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건중이는 여전히 무기정학 징계 중입니다. 그 때 완벽히 청산되지 못한 사태가 오늘날 또 다시 고공에 한 생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종단과 한태식 총장이 만든 적폐는 동국대에 뿌리를 깊게 내려있습니다.
그 당시 보다 상황은 안 좋지만 절박함은 더 큽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한태식 총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적폐,부역 세력들을 청산하고, 총장직선제 실시로 적폐양산의 싹을 잘라야 합니다.
토요일에 학내 곳곳에 플랜카드를 달았습니다. 학생들은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학교에 나와서 본 사태 해결을 위한 마음으로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단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모두 철거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정성들여 쓴 손자보도 대부분 뜯겼습니다. 그래서 오늘 학생지원팀에 가서 철거된 플랜카드를 받아왔습니다.
한태식 총장에 대한 마지막 충정이었을 까요. 조명탑에서 20일 넘게 목숨을 걸고 있는 학생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총장은 학생들의 요구에 눈과 귀를 닫고 싶을 것입니다. 그리고 총장을 부역하는 자들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장에서 플랜카드를 철거한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와 고공의 절규를 보며 잠깐은 망설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독한 관료주의가 동국대 모든 교직원들의 부정의에 대한 저항권을 말살시켰습니다. 총장 꽁무니만을 따라 다니는 부역세력들에 의해 이렇게 동국대 전체가 망가집니다. 학생들을 무시하는 총장에게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부역을 위해 학생 탄압에 앞장서는 교직원들에게 희망이 있겠습니까. 조명탑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처량할 뿐입니다.
P,S 궂은 날씨에도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지지방문 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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