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view)를 즐긴 경희궁의 왕들
뷰(view)를 즐긴 경희궁의 왕들
  • 김규순
  • 승인 2018.12.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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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145

궁궐은 조선왕실을 위한 건축물이며 건축공간이고 풍수지형을 내포한 조선최고의 문화를 지향했다. 왕실의 최고문화가 고관대작들의 일류문화로 전이되었고 그 다음 차례로 사대부와 평민들에게 전이되었다.

경희궁은 임진왜란 후 조선의 모든 궁궐이 소실되자, 광해군이 창덕궁, 인경궁과 더불어 회심의 작품으로 만든 것이 경희궁이었다. 임진왜란 직후 나라의 재정이 바닥난 상태라서 경복궁보다는 규모가 작았던 창덕궁을 중건하고 있었지만, 창덕궁의 풍수가 맘에 들지 않았던 광해군은 인왕산 아래 인경궁 건설에 착수했고, 뒤이어 정원군의 집에 왕기가 서렸다는 말에 집을 빼앗아 경희궁을 지었다.

광해군은 인왕산을 좋아했나 보다. 인경궁을 인왕산 자락에 세웠고, 경희궁도 인왕산을 주산으로 그 능선에 세웠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조선의 왕기는 삼각산이었고 삼각산의 왕기가 백악산에 뭉쳤다고 믿었다. 근데 백악산의 우백호인 인왕산을 주산으로 궁궐을 건설한 광해군의 저의는 무엇이었는지는 정치적 판단에 맡긴다.

경희궁은 주산이 인왕산이고 좌청룡은 낙산이었고 우백호는 인왕산의 능선으로 대신하였으며 남주작은 자기안산이었다. 따라서 경희궁의 우백호와 자기안산은 매우 궁색한 풍수지형으로 해석된다. 풍수적 용어로 득수(得水)한 땅이 아니라 능선의 옆구리[山腹]를 토목공사로 평평하게 만들어서 궁궐을 지은 것에 불과하므로 왕기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다. 다만 경희궁의 숭정전 뒤에 바위가 드러나 있는데 이것을 보고 왕기 운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가 작은 사대부의 주택부지로는 가능하지만 한 나라의 궁궐터로는 옹색하기 짝이 없는 자리였다. 궁궐지형은 좌청룡 우백호에 의해 형성된 개천이 궁궐터의 좌우를 감싸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희궁은 능선에 기대어 조성하였으므로 경희궁에서 비롯된 개천은 광화문 사거리 방향으로 궁궐을 등지고 도망가는 형국이다. 풍수에서는 이런 지형을 꺼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조가 정사를 보았고, 숙종과 경종이 태어났으며, 숙종과 영조, 순조가 승하한 궁궐이다. 정조는 여기서 즉위식을 거행하였다. 결국에는 궁궐의 절반은 화재로 소실되고, 일부는 경복궁 중건에 부재로 사용되었고, 마지막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철거 당하였고 1915년에 경성중학교(현 서울고등학교)가 설립되면서 궁궐의 모습은 사라졌다.

경희궁의 장점은 조선의 궁궐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뷰(view)를 지니고 있었다. 궁궐이 서쪽의 높은 지형에 있었고 본신에서 나온 좌청룡이 없었기에 종로를 위시한 한양의 동쪽을 바라보는데 거침이 없었으므로 백성들의 삶을 관찰하기에는 좋았을 것이다. 궁궐터로서의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음에도 뷰를 차지하려한 광해군의 노력은 후대 왕들이 그 복을 누렸다.

경희궁이 일제의 만행으로 파괴되어 현재20% 정도만 복원되었다. 경희궁에는 일제의 방공호가 남아있기도 하다. 궁궐의 부속시설이 있었던 장소에 지금은 서울시립박물관이 서 있다. 땅 속에 파묻혀 있었던 금천교가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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