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여러분, 선배들이 열심히 할게요"
"수험생 여러분, 선배들이 열심히 할게요"
  • 안드레
  • 승인 2018.11.1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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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동국대 학생 안드레의 조명탑 일기 3. 하나만 바뀌면 됩니다

[11월 16일 고공농성 4일차]

하나만 바뀌면 됩니다.

흔들리는 조명탑에서 하루하루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보면 응원과 지지의 연락들이 와있습니다.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농성장 아래에 에어매트가 설치되었습니다. 학교 직원분들이 반나절 고생하여 나무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매트가 설치되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지만 죄송한 마음에 아무 말도 전하지 못했습니다. 입시철이기도 해서 꼭 농성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농성 이후, 유독 본관에 불이 환합니다. 11시 넘어서 퇴근하는 교직원들도 보입니다. 농성장을 지키는 학생들은 공강 시간을 쪼개고, 수업을 빠지고, 그렇게 자신들의 삶 일부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 조명탑 위를 바라봐 주십니다.

왜 많은 사람이 이렇게 힘든 고통과 짐을 져야할까요. 그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청소노동자들이 지겹도록 거리에서의 투쟁을 외치는 것도, 지난 4년의 시간 학교에 무수히 많은 천막이 펼쳐졌다가 접혀졌던 것도, 모두 단 하나 때문입니다. 하나의 아집, 하나의 권력 때문입니다.

혹자는 저에게 한태식 총장과 무슨 원한을 그렇게 졌길래 이렇게 까지 싸우냐고 묻습니다. 물론 4년의 시간 투쟁을 하며 개인적인 감정도 많이 쌓였습니다. 그러나 종단이라는 권력이 학교에 상주하고, 그 권력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종단에 의해 총장에 선임되는 그 구조를 바꾸기 위해 오늘도 버팁니다. 하나의 권력, 그 권력에 집착하는 1인의 아집. 이것이 지금 우리 모두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한태식 총장은 연임을 포기해야합니다. 그리고 종단이 총장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총장선거가 직선제로 실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고했던 권력구조가 해체되어야 합니다. 딱 한 사람의 결단, 딱 하나의 구조가 바뀌면 동국대 모든 구성원들이 고통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권력은 또 다른 괴물을 만들고, 그 괴물은 동국대를 잠식시킬 것입니다. 이제 권력을 해체하고, 우리 모두가 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 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는 나눠가졌으면 합니다. 아무도 고통 받지 않고, 함께 대화와 논의로 대학을 운영했으면 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 때면 춥고 무섭습니다. 밤에 잠이 들기 전, 에어매트에 공기 들어가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립니다. 그 소리가 저에게 많은 안도를 줍니다. 이제 입시철이라 많은 예비 새내기들이 동국대에 입학을 꿈꾸며 방문할 텐데, 이런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못난 선배가 하루 빨리 이 대학을 바꿔, 후배님들의 대학생활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화질이 안 좋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뒤 쪽 명진관에 ‘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문구의 대형 플랜카드가 걸려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보다 민주적인 동국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여기에 있는 선배들이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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