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탑 아닌 동국대 대학본관을 봐주세요"
"조명탑 아닌 동국대 대학본관을 봐주세요"
  • 안드레
  • 승인 2018.11.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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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동국대 학생 안드레의 조명탑 일기 1. 끓인 라면이 생각납니다

동국대 학생이 11m 조명탑 위에 올라가 있다. 안드레 전 총학생회장이다. 보광 한태식 총장 선임되던 해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그는 동국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안 전 회장이 지난 13일 조명탑에 오르면서 내건 조건은 총장 직선제와 보광 한태식 총장 연임 반대이다.

안 전 회장은 고공농성을 하는 동안 조명탑에서 매일 글을 써서 SNS와 일부 언론에 공개키로 했다. 안 전 회장이 고공농성을 끝내는 날까지 안 전 회장의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11월 14일] 끓인 라면이 생각이 납니다.

빠르게 감사 인사와 소회를 남기려고 했는데, 농성전 약 3일 동안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해서 너무나 피곤했습니다. 계속 자느라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동국대에 총장직선제가 필요하다", "한태식의 연임은 절대 안 된다" 이 두 생각만 가지고, 조명탑 위로 올랐습니다. 지난 4년의 투쟁을 돌아보면, 지금 순간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여전히 조명탑 위에서의 기한 없는 생활이 막막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 고공농성이 불씨가 되어 동국대 민주화의 도화선이 된다면, 언제까지라도 버틸 수 있습니다. 절실함과 간절함이, 막연함과 두려움을 이겨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고공농성을 진행하기 전날 새벽, 식욕이 없어서 밥을 안 먹으려 다가 문득 지상에서의 마지막 식사임을 깨달았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가 아무 고민 없이 삼양라면 한 봉지를 들었습니다. 2016년도 제가 총학생회장을 했을 때, 지겹지만 돈이 없어서 많이 먹었던 삼양라면이 왜 그순간 먹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끓인 라면을 후후 불며 먹으면서 예전 생각, 앞으로의 생각을 했습니다. 끓인 봉지라면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농성 전 먹었던 라면 맛을 기억하며, 초심을 잃지 않는 싸움을, 그리고 우리의 요구가 진짜 실현되는 싸움을 이어가겠다 스스로 다짐합니다.

다년간의 농성 경험으로 매우 안락한 농성장을 꾸렸습니다. 흔들림이 심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지금은 익숙합니다. 첫날부터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생각해주셔서 힘이 많이 났습니다. 이 투쟁은 저 혼자의 투쟁이 아닙니다. 아래에 있는 미동추 구성원들, 더 나아가 일만삼천 동국대 학우 모두의 싸움입니다.

고개를 들어 조명탑을 바라보지 마시고, 고개를 돌려 본관을 바라봐 주십시오. 대학 민주화의 열망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서 나와 법인과 학교에 전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묵묵부답으로 대하던 법인은 이제 우리에게 답을 할 때입니다. 우리의 요구를 받아 안아야할 때입니다.

걱정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올립니다. 아직은 낮에 날이 따뜻해서 지낼만 합니다. 저는 천천히 이 생활에 적응하며 버텨가고 있습니다. 질긴놈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승리하는 그날까지 싸워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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