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선암사는 송광사와 함게 순천의 명승지이다. 송광사는 전쟁으로 1951년에 완전 소실된데 반해 선암사는 고색창연한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형적으로도 선암사는 능선에 입지한 양적(陽的)지형이고 송광사는 산 아래 평지에 입지한 음적(陰的)지형으로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암사는 계곡이 사찰의 좌우에 있지만 송광사는 계곡이 사찰의 전면에 있다는 점이다.
862년에 도선국사가 축조했다는 통일신라시대의 연못 삼인당(三印塘)이 있다. 선암사 외의 사찰에서 보지 못한 연못형태이다. 삼인(三印)은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을 뜻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사각형의 연못을 선호하였으므로 장타원의 연못은 생경스러웠다. 순천대학교 박물관에 가보면 검단산성에서 발견된 백제시대의 대형 우물이 장타원형이었다. 삼인당은 백제시대부터 전해온 순천지역의 특이한 우물·연못 형태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풍수적 관점에서 보면 삼인당은 풍수적 비보책이다. 우선 산의 정기가 사찰 경내에 머물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주문 앞에 연못[삼인당]을 만들어 기운이 앞으로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음이고, 둘째로 화재발생시 소방수(消防水)로서의 기능을 담당했던 것이다.
산지사찰은 산불이나 부주의에 의한 화재에 취약하다. 건물이 층층으로 있기에 불이 번지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선암사 대웅전 서까래에 ‘해(海)’자를 그려놓았다. 화재에서 건물을 보호하고자 그려놓은 풍수적 글자비보이다. 바닷물이 있으니 불이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대웅전 우측 심검당에는 아예 수(水)와 해(海)자를 새겨놓았다. 목재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며, 신비주의적 힘을 빌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선암사에는 어떤 사대부 마을에 들어간 착각을 할 정도로 담장이 아름답게 줄지어 있다. 이 또한 다른 사찰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광경이다. 담장도 화재와 관련성이 깊다. 흙 담장은 화재 예방에 있어서 매우 실용적인 방화벽이기 때문이다. 해(海)자를 건물에 써 놓아서 경각심을 일으키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방화수를 준비하고 방화벽을 설치하였던 선암사의 풍수비보가 천년고찰을 지켜온 것이다.
도선국사의 비보풍수 덕에 천년고찰의 고색창연한 경관을 만끽할 수 있어서, 도선국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그 지혜에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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