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감사합니다. 절에 와서 늙어 가면 수행한 경험과 법력을 여러 단체에 나타내면 좋은 데, 제가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 지금껏 소망만 말씀드렸다. 오늘도 제 소망을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릴 처지여서 부끄럽고 죄송하다.
제가 모임의 이름을 ‘정정(淨正)’, 즉 ‘맑고 바르게’고 한 것은 우리 교단이 맑아야 우리 이웃에게 바른 길을 가자고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이 맑지 못해 이웃과 선량한 시민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외면당하는 부끄러운 처지가 됐다. 우리의 소망은 우리 교단의 구성원 전체가 오늘을 반성하고 뉘우쳐서 제대로 부처님 말씀을 믿고 행해서 불자 본연의 자세를 확립하고 이웃에게 보탬이 되고 의지되는 그런 교단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또 ‘정정’이라고 한 것은 제가 미국으로 도망가서 살면서 한 위대한 선각자의 행적을 접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분이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24살의 젊은 이었다. 당시 교민들, 미국 동포들의 사정은 그분이 학업의 문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당시 교민의 대부분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노동자로 간 분들이다. 그분들을 바로 일깨워야 되겠다. 만리타국 미국에 왔지만 사람답게 사는 길을 인도해야겠다. 나라를 잃은 백성이지만 뜻을 공유하고 나라를 되찾을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유학의 길을 포기하고 동포를 선도했다. 그분은 기독교인이다. 그분은 동포들의 모임 장소를 만들어 전도사 초청해 예배를 봤다. 그런데 그분은 예배를 시작하기 전에 애국가를 먼저 봉창했다. 그리고 전도사 설교를 듣고 마지막 기도시간에는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라고 했다. 그런 사정 접한 제 심정은 내가 과연 서른 살 전에 청년 안창호와 같은 결의가 살아있었나, 민족관이 있는지, 나라를 걱정했었나. 지금도 부끄럽다.
저는 오늘 집들이 시작 전에 애국가를 먼저하고 싶었다. 제 생각은 농민은 농민대로 생업을 유지하며 나라에 기여한다. 장사하는 사람, 공업하는 사람, 교육하는 사람 모두 각자의 생업을 유지하면서 나라에 기여하고 동포들과 편하게 지내는 데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은 예수 말씀을, 불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믿고 행해 겨레와 동포가 복되게 살도록 인도해야 한다.
청년 도산의 행적은 너무나 당당하고 의젓한 겨레의 선구자였다. 지금도 제 꿈은 우리 교단이 맑아지고 불자가 제 구실해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이웃과 나눠서 온 겨레가 복되고 평화롭게 웃으며 살도록 인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종교간 갈등, 계층간 갈등, 지역간 갈등을 없애는 대표로 청년 도산의 삶을 본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부끄럽게도 제 처지는 겨레의 삶을 부드럽게 하는 촉매제는 고사하고 선량한 이웃이 꺼리는 사림이 되고 걱정거리가 됐다. 우선 저부터, 불자들이 각성해서 어제와 같은 삶을 살지 말고 부처님 말씀을 실천해 밝은 내일을 위해 이웃과 더불어 겨레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할 것 같다.
저는 단식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제가 단식하는 중에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이 위문왔다. 저는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세월호 가족들, 삼성노조 등 어려운 사람들이 와서 저를 격려했다. 저는 그분들이 고통 받을 때 가서 위로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저분들에게 내가 위로를 받는구나. 내가 살아나면 저분들의 고통과 함께 하겠다고 생각했다.
제 앞길이 막막하다. 교단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고 겨레에 짐이 되지 않도록 맑게 나가는 절집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함세웅 신부 안충석 신부 등 원로들이 제 걱정을 하고 불교적폐청산이 사회전반의 불의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제게 채찍이 되었다. 불교적폐청산이 이웃교단의 적폐청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제 앞길이 막막하지만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제 운명으로 생각한다.
나를 낳아준 어머니가 문둥병 환자라고 해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우리 교단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외면당하는 처지가 되어도 제게는 소중하고 버릴 수 없다. 제 많이 남지 않은 삶을 이웃의 걱정과 함께 해, 우리 교단이 제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 우리 교단이 이웃 종교지도자들과 사회 지성인들의 염려를 떨쳐내고 겨레의 화합과 공존,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계속 채찍질하면서 이끌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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