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당' 유감
영화 '명당' 유감
  • 김규순
  • 승인 2018.10.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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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139
▲ 영화 '명당' 포스터

‘영화<명당>을 봐야하나’를 두고 고민을 했다. sns에서 이 영화에 대한 혹평이 자주 눈에 뜨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소위 ‘풍수를 전공한 사람’이 재미를 떠나서 최초의 풍수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마침내 9월의 마지막 날에 <명당>을 보았다. 흥선대원군이 2대 천자지지에 남연군묘를 이장하는 스토리는 야사로 알려진 이야기인데 새로 스토리텔링한 각본이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조선시대 유교사상에서 금기사항인 충효사상을 정면으로 도전한 ‘아버지를 죽인 에피소드와 장동김씨 세력이 왕릉에 암장을 했다는 설정’에서부터 잘못된 설정이었다. 사건의 당위성도 없었고 명분도 없었으며 역사적 사실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리한 설정이 영화의 매력을 바닥에 떨어뜨려버렸다. 또한 묘지를 개장하는 작업에서 아마추어적 모습을 보였다. 왕이 대동한 인부들이라면 매우 능숙한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작업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그 부분까지 감독이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것은 그렇다고 치자. 회곽을 깨면서 개장을 했는데 관 속에서 뱀이 나오는 장면은 어불성설이다. 뱀이 회곽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 이는 배지 않은 애기를 낳았다는 이야기와 같이 무식한 발상이었다. 풍수영화에 풍수가 실종되었다. 묘지 장소도 풍수지형을 갖추지 못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영화 전반에 풍수와 동떨어진 화면들이 영화에 집중도를 망치게 했다. 영화가 초반에는 진행이 순조로웠으나 중반부터는 흥미를 위한 무리수로 완성도가 결여되었다.

고려의 풍수는 사탑풍수가 위주이지만 조선의 풍수는 무덤이 위주였다. 조선의 풍수는 유교가 바탕이 되었다. 부모의 시신을 잘 모시는 것이 충효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유교의 충효사상과 풍수가 통섭하여 무덤풍수의 중요성이 증대된 것이다.

이러한 사상적인 배경을 무시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아적 발상은 영화를 요상한호러물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역사적으로 김좌근의 아버지 김조순은 정조가 정치적으로 안정화하는데 많은 지지와 도움을 준 사람이었고 정조의 신임을 많이 받았던 인물이다. 그의 손자가 김좌근이었다. 김좌근이 세도정치의 핵심인물이기는 하였으나 막돼먹은 인간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역사에서 너무 멀리 나간 느낌이었다. 풍수가 조선사회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실종되었고 재미를 위한 에피소드의 무리한 삽입으로 영화는 졸작으로 급전 직하시켜 버렸다. 조승우가 이회영으로 분한 인물에게 서간도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라고 마지막 장면은 사족(蛇足)이었지만 풍수의 순기능을 강조하려는 애틋한 부분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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