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선거 기표용지에 ‘사퇴’ 표기 논란
총무원장 선거 기표용지에 ‘사퇴’ 표기 논란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8.09.28 17:11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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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반대 의사 표시 칸 없었다...선거인 권리 제한”
▲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선 36대 총무원장 선거인단.

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조계종단의 적폐카르텔은 예상보다 견고, 적폐청산과 청정교단 구현 염원은 외면됐다. 설정 35대 총무원장을 사상초유의 불신임한 중앙종회 의사봉을 휘둔 원행 전 중앙종회의장은 이 카르텔의 지지로 235표를 얻어 36대 총무원장에 당선했다.

선거는 조용한 듯했지만 아우성쳤다. 수면 위의 조용한 모습과 달리 물밑에서는 치열했다. 한 치도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종권 장악 욕망은 그대로 선거에 투영됐다. 1953년 출가해 60여 년을 포교하고 종단 포교원장을 역임한 스님도, 80년대 서울 강남 신도시에 포교당을 세워 30여년 넘게 도심포교의 산증인이 되었고 한국불교 최대 본사를 이끌고 군포교에 큰 원력을 성취한 스님도, 종단 교육의 최고책임자인 교육원장과 군포교 현장을 누비고 한국불교 최고의 사판승이 되겠다고 마지막 공심을 냈다는 스님도 모두 종단 기득권 세력이 구축한 ‘적폐 카르텔’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조계종단 적폐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종단이 정상화되기 어려운 현실을 목도했고, 총무원장 선거를 통해 대한불교조계종을 바르게 이끌어 보겠다는 원력을 접고 총무원장 후보를 동반사퇴하면서 보이콧하는 또 다른 초유 상황을 기록했다.

원행 스님이 단독후보가 되면서 사실상 이번 선거는 찬반 투표로 변했다. 원행 스님이 35대 설정 원장보다 1표 많은 235표를 획득함으로써 전 원장이 지휘하는 세력이 그대로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80개의 무효표는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기표용지 논란 "반대표는 어디에 찍나"

투표는 끝났지만 기표용지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표용지를 유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작했다는 것.

28일 36대 총무원장 선거 투표에 참여한 복수의 선거인에 따르면 이날 기표용지에는 기호1번 혜총 스님, 기호 2번 원행 스님 기호3번 정우 스님, 기호4번 일면 스님이 모두 표기됐지만, 사퇴한 기호1번 혜총 스님, 기호3번 정우 스님, 기호4번 일면 스님 이름 옆 기표란에는 검정색의 사선과 검은 글씨로 ‘사퇴’라고 적시해 반대표를 던지기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날 투표에 참가한 교구 선거인단인 A 스님은 “다른 후보들이 모두 사퇴를 했어도 원행 스님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있을 수 있다. 만약 원행 스님을 반대하는 유권자는 어디에 기표를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도록 기표용지에 표기한 것은 유권자의 권리를 제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중앙종회의원인 B 스님 역시 “나는 원행 스님을 지지하지 않았다. 때문에 원행 스님에게 기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기표용지에는 날인할 수 있는 칸이 원행 스님뿐이었다”며 “다른 후보가 사퇴했어도 공란을 만들어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 36대 총무원장 선거 기표용지를 선거인단의 증언과 조계종 선거법이 정한 서식 제5호 바탕으로 그래픽으로 그린 것. 선거인단의 증언에 따르면 그래픽처럼 혜총 정우 일면 스님 이름 옆 기표칸은 검은 사선과 검은 글씨로 '사퇴'라고 표기됐다.

"무효표도 권리행사, 중선위가 선거인단 권리 제한"  

조계종 <선거법> 제52조(투표용지의 후보자의 게재순위 등) 4항은 “후보등록기간이 지난 후에 후보자가 사퇴·사망하거나 등록이 무효로 된 때라고 투표용지에서 그 기호·법명 및 성명을 말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기표용지에는 사퇴한 기호1번 혜총 스님, 기호 3번 정우 스님, 기호 4번 일면 스님의 법명이 표기되어야 한다. 중앙선관위원회는 사퇴한 후보들을 선거인단에게 공지하면 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후보자가 사퇴했더라도 유권자가 사퇴한 사람에게 기표할 수 있는 권리를 방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원회는 후보자였던 이름 옆 기표란에는 검정색의 사선과 검은 글씨로 ‘사퇴’라고 적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표용지 논란과 함께 선거에 앞서 교역직 종무원인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이 선거중립의무를 어겼다는 논란도 일었다.

36대 총무원장 후보 혜총·정우·일면 스님이 26일 “종단 기득권 세력의 불합리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참담했다”면서 동반 사퇴하자,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은 “우리는 오는 28일 예정된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집행부를 세울 것”이라는 선언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교구본사주지협 회장단 명의의 입장문이었지만 회장단은 교구본사주지 스님들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본사주지 스님들 전체가 선거법의 중립의무 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단독후보 상황서 적극 참여 독려, 종무원 중립의무 위반"

조계종 <선거법> 제7조 종무원의 중립의무 등에는 “중앙종무기관이나 교구본사 소속 교역직 및 일반직 종무원 및 선거관리위원, 호계위원, 법규위원, 소청심사위원, 종정예경실장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법으로 정하고 있다. 또 이 법을 어기면 “호법부는 위반한 행위가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 공정하게 조사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교구본사주지는 교역직 종무원(종무원법 3조)에 해당한다. 또 교구본사주지는 사실상 당연직 선거인단이다. 선거에서 절대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교구본사주지이자 선거인단인 교구장 스님들이 단독후보가 된 상황에서 “선거 적극 참여” 입장을 표명한 것은 원행 스님을 지지하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총무원장 후보인 원행 스님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인 성우 스님의 사제이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의 입장문은 혜총·정우·일면 스님 등 세 명의 후보가 사퇴해 원행 스님이 단독후보가 된 상황에서 종무원인 교구본사 주지들이 ‘적극적인 선거 참여’로 원행 스님에게 표를 몰아주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 유권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종도의 바른 선택을 방해했다는 점에서도 종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무시하고 진행하는 본사주지 스님들의 일방적인 선거인단 10명 선출은 이번에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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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팍새키야 2018-10-06 11:32:06
일반공직선거는 중도사퇴 때 어떻게 표기하나?
일반공직선거 같으면 무투표 당선이야.
알코나 씨부려라.
사퇴후보란에 어떻게 표기하냐?
무식한 다커미 새키
어런것들이 언론이라고..

청년불자 2018-10-01 11:14:01
조계종 하는 일이 그렇치 뭐...

희망 2018-10-01 01:48:58
모든분들의 성불을 기원합니다 더나은 종단을 기대 합니다 총무원장에 출마하신 네분스님들께 희망의 불교를 기대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무식한 2018-09-30 18:11:05
종단 선거제도를 행하니 뭐가 되겠노?반대한다는 도장 찍을 자리가 왜 없니?자승이 그렇게 하라더나?

조계종 총무원 2018-09-29 02:41:35
하는게 전부
초딩 수준
백날 말해봤자 못 알아들음

근디 교무실 마비로 제대로 일러줄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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