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지역의 천년고찰 중에서 석탑의 위치가 특이한 사찰이 있다.

모악산 귀신사와 모악산 대원사이다. 국신사는 의상대사께서 676년에 창건한 화엄십찰 중의 하나이다. 대원사는 670년에 일승･심정･대원 스님께서 함께 창건하였다.

이 두 사찰의 공통점은 대웅전 앞의 마당이 아닌 대웅전 뒤 언덕에 석탑이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왜, 대웅전 앞이 아니라 뒤에 석탑을 세웠을까.

사찰의 지형은 사찰공간배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찰에는 축선을 결정하는 능선이 있어야 한다. 능선을 축선으로 하여 대웅전을 짓고, 문루를 세우는 것이 정석이다. 대원사의 지형은 능선이 있으나 두루뭉실하고 뚜렷하지가 않아서 어디로 능선이 내려오는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귀신사는 능선이 대웅전 뒤에서 횡으로 달리고 있어서 능선이 없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정서상 산기(山氣)를 중요시하였다. 토속신앙인 산신령신앙이 있었다. 그 흔적이 산신각이다. 산기(山氣)는 사람의 정신을 주관한다고 여겼다. ‘산의 정기’를 타고난다는 것은 ‘가문의 뼈대’가 있다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었다.

대원사의 두루뭉술한 능선과 귀신사의 능선이 비켜 지나감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불가에서는 당연히 불력에 의지하였다. 부처님의 분신이랄 수 있는 석탑을 대웅전 뒤에 세워서 축선의 기준으로 삼았다. 축선이란 능선의 중앙이다. 풍수적으로 말하면 석탑이 산의 정기를 끌어 모아서 대웅전으로 밀어 넣어주게 했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자연의 영향을 받는데, 그중에서 지형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형의 부족함을 그냥 그대로 두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형의 모자람을 석탑으로 보완하였다. 이것이 도선국사의 비보사탑론에 기인한 응용방법이다. 비보사탑론이 국역(國域)풍수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지엽적이고 미시적인 부분에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활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귀신사와 대원사가 천년고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비보풍수의 덕인지도 모르겠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cetan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