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와 은차자 파문에 퇴진 압박을 받아 온 설정 총무원장이 퇴진 불가를 선언했다. 설정 총무원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 총무원장의 이 같은 선언은 전 총무원장과 그 세력의 퇴진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차기 총무원장 선거 일정을 전 원장이 주도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설정 원장은 "어떠한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정 총무원장은 이 같은 결정 배경을 "진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려고 했으나,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세력'이라고 지목한 부분은 결국 전 총무원장이 장악하고 있는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이 자신에게 퇴진을 압박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게 일반적 풀이다.
설정 총무원장의 현실 감각은 상식적이지 않다. 사부대중이 설정 총무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는 35대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학력위조, 은처자 파문, 막대한 사유재산 산 보유, 구족계 미수지, 교통사고 과실치사 등 비구종단인 조계종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갖은 의혹이 제기되고 이 같은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 종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정 총무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설정 총무원장은 "모든 의혹들은 전혀 근거가 없고, 알려진 내용들 역시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들임을 거듭 밝혀드린다"며 "이 기간 동안 저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설정 원장은 자신의 종단 개혁 방안을 만들어 실행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앞서 현고 스님을 총무부장으로 내정했던 설정 총무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종단개혁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다.
설정 총무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시간 이후 조계종을 걱정하는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서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종단개혁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하고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설정 총무원장이 13일 발표한 입장 전문.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
◯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한줄기 소낙비를 갈망하듯 지금 우리 종단의 사부대중들 또한 개혁을 향한 염원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 지난 선거과정과 취임 초기부터 저를 둘러싼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에 대한 모든 의혹들은 전혀 근거가 없고, 알려진 내용들 역시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들임을 거듭 밝혀드립니다.
◯ 진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어떠한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입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저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이 시간 이후 저는 조계종을 걱정하는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서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 이를 위해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하고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을 사부대중에게 약속합니다.
◯ 혁신위원회는 종단의 원로스님과 중진스님 그리고 모든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혁의지가 투철하고 경험 있는 분들로 구성하여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비구, 비구니스님들이 입산에서부터 입적 시까지 의식주와 의료 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하여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승려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부당한 징계를 받은 승려들을 위한 복권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겠습니다.
◯ 삼보정재가 부당하게 유출되고 허실이 없도록 종단 전체의 재정투명화를 위한 제도 방안을 마련해서 삼보정재가 훼손되거나 손실을 입은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그동안 혼탁한 선거로 인해 많은 사부대중에게 실망을 줬던 세속적이고 타락한 종단의 선거개혁을 추진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직선제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모든 사부대중이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 이러한 개혁을 통해 우리 종단이 처한 난관과 혼란을 극복하고 신심과 원력 공심으로 정진하여 존중받는 한국불교계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불기2562(2018)년 8월 1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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