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대중의 퇴진 요구에 설정 총무원장이 새로운 집행부 체제를 꾸리는 것으로 답했다.
종정 진제 스님 교시까지 거부하고 총무원 부실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한 설정 총무원장은 9일 오전 10시 30분 새로운 총무부장에 성문 스님(중앙승가대 총장)을 임명했다. 또 기획실장에는 진우 스님을 임명했다. 중앙종회 임명 동의 사항인 호법부장이 공석이 되는 상황이다.
설정 총무원장이 성문 스님을 총무부장에 임명한 것은 전 총무원장과 불교광장의 총무원장 불신임안 추진에 적극 대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진제 종정 스님과 원로회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과 인연이 깊은 성문 스님을 통해 정국 운영 창구를 열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성문 스님을 설정 원장에게 천거한 배경과 인물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은 9일 저녁 성문 스님과 함께 종단 유력자들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과 향후 종단 정치 지형에 대한 의견이 오고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전 원장스님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띠는 점은 '월주사단'으로 분류된 총무부장 지현 스님과 기획실장 일감 스님이 제일 먼저 배제됐다는 점이다. 도법 스님이 총무원을 떠나 복귀하지 않고 있고, 일감 스님은 사라졌다가 복귀한지 일주일 여 만에 경질됐다.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에 따르면 설정 총무원장은 이번 인사 배경 “사실은 그동안 총무부장 지현스님과 기획실장 일감스님이 어려운 난관을 잘 극복해왔고 애 많이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롭게 임명하게 된 동기는 앞으로 닥쳐올 난관을 극복해 국면전환을 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또 설정 총무원장은 신임 총무부장 스님과 기획실장 스님에게 “앞으로 닥칠 여러 가지 문제를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설정 원장은 전임 총무부장 지현 스님과 기획실장 일감 스님에게 “그동안 노력해온 지현스님과 일감스님도 정말 고생 많았다. 섭섭함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며 “그 자리에 있을수록 더 타켓이 되고 비난을 받게 되는데, 큰 짐을 덜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현 스님은) 주지 스님으로서 해야 할 큰 역할이 있고, 일감 스님 또한 백년대계본부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말했다.
설정 총무원장이 총무원 부실장 일괄 사표를 요구하고 이에 부실장들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총무부장 기획실장 임명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는 종정 진제 스님까지 내세워 자신을 공격한 전 총무원장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총무원 부실장들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부실장들의 일괄사표와 총무원장과 가까운 사서실장 삼혜 스님을 그대로 둔 점 등을 볼 때 이번 인사는 전 총무원장과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 총무원장은 불교광장을 앞세워 16일 중앙종회 임시회에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성문 스님 총무부장 임명이 총무원장 불신임안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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