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지켜보지 못하겠다
장마도 지났다.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지치는데 고령의 수도자는 오늘도 곡기를 끊은 채 온전히 자신을 내어놓고 있다. 하루하루 여위어간다. 건장하던 육신은 어느새 쪼그라들어 한없이 작아보인다.
총무원 청사와 직선거리로 불과 20여미터에 불과한 우정공원이다. 국가보조금 수백억이 들어간 총무원 청사 으리으리한 건물에 비해 설조스님의 단식농성장은 초라한 천막 하나다. 바로 옆 천막에서는 스님의 뜻을 지지하는 재가불자들이 정진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다. 단식 20여일이 지난 뒤부터는 스님의 쇠약이 손에 잡히는 듯 뚜렷하다. 젊은이 못지않던 기력이, 걸음걸이가, 총명이, 말씀이 이제는 기억하기 두려운 어제의 일이 되고 있다.오늘 하루 그 자리에서 맞아주시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감사한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차마 입 열어 말로 하지 못할 뿐 단식장을 지키는 이들도, 늦기 전에 스님을 한번이라도 친견코자 찾아오는 이들도 허락된 시간이 며칠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스님은 한국불교 회생을 위한 사자후를 던지고 모든 것을 버리는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마지막을 향한 그 발걸음을 멈추어야 하는데 방법을 알지 못한다. 하루하루 사위어지는 노스님의 생명을 보는 일은 괴롭다. 단식장의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이 고통스럽지 않은 이가 없다. 단식을 멈추게 하고 싶은데 스님은 단호하게 당신의 뜻을 지켜달라고 당부하신다. 몸은 한없이 쇠약해져도 스님의 눈빛만은 아직 형형하다. 의식이 있는 한 차마 뜻과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
우리가 갖지 못한 방법을 가진 이들은 총무원 안에 있다. 단식을 시작하게 한 원흉인 저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스님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 그렇다면 엎드려 빌어볼까? 자비심에 호소해볼까? 하지만 저들은 스님의 목숨 건 호소를 조롱하고 외면했다. 말로라도 걱정해본 적 없다. 노스님의 간곡한 호소를 잔인하게 매도하고 왜곡할 뿐이다. 그저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면피하고자 애쓸 뿐인 것 같다.
그래서 불자들은 촛불을 들어올린다. 스님이 목숨을 지탱해야 할 이유를 드리기 위함이다. 촛불이 커져 횃불이 되어 온갖 더러운 것들을 태워버리는 모습을 같이 보아주셔야 한다고, 스님들도 재가불자들도 한 마음이 되어 함께 그날을 맞이하자고. 목숨을 버리지 않으셔도 스님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그래서 8월 21일의 승려대회를 함께 보자고, 제발 단식을 거둬 한국불교가 다시 살아나는 그날을 함께 맞이하자고.
오늘도 노스님의 목숨을 건지려는 중생들의 소망을 담아 촛불을 켠다. 7월 14일 토요일의 촛불은 지방에서부터 올라오신 많은 청년불자들이 있어 더욱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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