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석탑 보수, 50년노하우 쏟아부어"
"미륵사지석탑 보수, 50년노하우 쏟아부어"
  • 오마이뉴스 황상윤
  • 승인 2018.07.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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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동조 석장 "석탑 보수 기술 전수할 기회 많았으면"
미륵사지 석탑(국보11호) 1910년 동측면(왼쪽),수리 후 동북측면(오른쪽)
▲ 미륵사지 석탑(국보11호) 1910년 동측면(왼쪽),수리 후 동북측면(오른쪽) ⓒ 문화재청 제공 관련사진보기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이 20년간의 보수작업을 끝내고 지난달 20일 공개됐다. 7세기 백제 무왕 때에 세워진 미륵사지 석탑은 현존하는 석탑 중 최대(最大) 규모이며, 백제 목조건축의 기법이 반영된 독특한 양식의 석탑이다.

원래 9층으로 추정되는 미륵사지 석탑은 조선시대 이후 반파된 상태로 6층 일부까지만 남았는데, 일제강점기인 1915년 일본인들이 탑의 붕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를 덧씌웠다. 1999년 석탑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문화재위원회는 해체 수리를 결정했고 문화재청은 원래 9층이었던 석탑을 6층까지만 되돌려 놓기로 했다. 추정에 의한 복원이 아닌 기록에 의한 검증 가능한 보수를 택한 것이다.

미륵사지 석탑 해체에만 10년... 치석 제거용 드릴 사용해 콘크리트 제거
 

익산미륵사지 항공촬영
큰사진보기 ▲ 익산미륵사지 항공촬영 ⓒ 황상윤 관련사진보기

이후 10년에 걸쳐 해체 작업을 했고 구부재(원래 부재)는 모두 3D 스캐닝을 통해 형상 정보를 기록했다. 일제강점기 때 덧씌워진 콘크리트 185t을 치과용 치석 제거 드릴을 이용해 3년에 걸쳐 제거했고, 돌과 돌 사이를 채우는 흙을 대신할 수 있는 무기질 신소재 개발도 이뤘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81%까지 구부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해체가 마무리 된 후 관건은 어떻게 쌓을 것인가였다. 구부재와 신부재의 차이를 조화롭게 해서 쌓는 데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륵사지 석탑 보수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장들이 모두 동원됐다. 그중 한 사람이 임동조 석장(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이다. 임 석장은 해체가 마무리된 2015년부터 미륵사지 석탑 보수 작업에 참여했다.

임 석장은 탑 조립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미륵사지 석탑 조립의 기초를 만들었다. 구부재에 대한 정밀 실측과 가조립을 통해 미륵사지 석탑의 안정성 확보에 노력했다. 특히 구부재와 원부재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현대적 공법이 아닌 전통방식을 통해 작업을 진행했다.

임 석장은 미륵사지 석탑 보수에 50년 노하우를 쏟아부었고 또 많이 배웠다면서 '석장은 단순히 돌을 쌓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재에 정성을 쌓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문화재 석장을 장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기능인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어서 배우는 사람도 많지 않아 앞으로 문화재 복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 공사에 관한 이야기를 임 석장에게 들었다.
 

임동조 석장(경기도 무형문화재) 임동조 석장이 미륵사지 석탑 보수작업에 참여했던 일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큰사진보기 ▲ 임동조 석장(경기도 무형문화재) 임동조 석장이 미륵사지 석탑 보수작업에 참여했던 일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 황상윤 관련사진보기

- 석장은 어떤 일을 하나요?
"석장은 문화재 보수, 복원하는 현장에서 돌을 다듬고 쌓는 전통기법을 구사하는 장인을 말합니다. 석탑, 석교, 궁궐의 보수·복원에서 초석과 기단석을 다듬는 등 여러 가지 돌과 관련된 전통 기법을 갖고 일하는 사람을 석장이라고 합니다."

- 언제부터 이 일을 했나요?
"49년 전인 15살 때부터 시작했죠. 친척의 권유로 형님이 일을 배웠고 형님이 3년 배운 다음에 저도 중학교를 진학하기 어려운 시기였기에 형님을 따라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 그동안 복원·보수에 참여한 문화재는 어떤 것이 있나요?
"광화문 사거리 옆에 경희궁지가 있어요. 거기에 보면 금천교가 있습니다. 경희궁에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금천교를 해체해서 복원까지 했고, 허물어져 가는 창경궁의 옥천교를 해체해서 복원한 일, 그리고 2005년에 광화문 제모습찾기라고 해서 광화문이 서 있는 자리가 제자리가 아니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어요. 그때 광화문 복원공사에 참여했습니다. 이어서 미륵사지석탑을 해체해 놓은 것을 보수하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 미륵사지 석탑 보수는 언제부터 참여했나요?
"미륵사지석탑(보수)에 참여하게 된 것은 해체가 완료되고 보수 정비 사업(중 탑 조립이) 시작한 2015년 초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미륵사지 석탑 보수를 하러 갔을 당시 상황은?
"미륵사지 석탑이(있는 사지가) 굉장히 넓습니다. 사지라는 터가 넓은데 (제가 갔을 때는) 해체만 되었고 쌓아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는 현실이었죠."
 

미륵사지 석탑 원래 부재 (구부재) 미륵사지 석탑에서 해체한 구부재들이 마당에 정리돼 있다.
큰사진보기 ▲ 미륵사지 석탑 원래 부재 (구부재) 미륵사지 석탑에서 해체한 구부재들이 마당에 정리돼 있다. ⓒ 황상윤 관련사진보기

- 미륵사지 석탑 조립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요?
"작업을 시작하면서 잘 정리 정돈된 부재들을 초석부터 시작해서 하나둘씩 '정밀실측'을 했습니다. 돌이 오래되었다 보니 훼손이 많이 되어서 틀어지고 없어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구부재와 신부재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구부재의 정확한 척수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용하고 사용할 수 없는 불용재는 같은 척수로 신부재를 가공해서 결합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재를 모두 정밀실측을 했지요."

- 탑 조립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하던데?
"미륵사지석탑은 주칸(기둥과 기둥사이)이 세칸짜리 정방형 석탑이에요. 지금 올라간 것이 6층까지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부재가 거의 2000개가 넘을 거예요. 2000개 넘는 부재를 하나하나 짜 맞춰서 세운 석탑이거든요. 구부재를 해체했다가 설치할 때에는 그냥 설치하는 것이 아니에요. 항상 가조립이라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가조립 기법이라는 것은 옛날 것하고 신부재를 쌓아보고 맞나 안 맞나 확인해보는 거예요.

그럴 때 지금 보면 초석(기둥밑에 받치는 돌)부터 시작해서 고마기석(초석과 초석사이의 돌), 기둥, 벽면석, 창방석(기둥과 기둥사이 위에 올라가는 돌)까지 쌓아보면 이것이 잘 맞는가를 (확인하고) 커다란 형태의 석탑이 잘 맞았을 때 다시 해체합니다.

(미륵사지 석탑은) 주칸이 2500cm로 계획 설계 됐어요. 주칸을 2500cm로 계획 설계를 하다 보니까 줄눈(돌과 돌사이)이 너무 크게 떨어지는 거예요. 그것을 세 군데 주칸에서 한 1cm씩 줄여도 보고, 또 쌓아보고. 또 어디가 너무 높다고 했을 때는 높은 것을 약간 줄여보는 과정을 거쳐서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죠."
 

미륵사지 석탑 6월 20일, 보수공사를 끝내고 공개된 모습
큰사진보기 ▲ 미륵사지 석탑 6월 20일, 보수공사를 끝내고 공개된 모습 ⓒ 황상윤 관련사진보기

 

임동조 석장 미륵사지 석탑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큰사진보기 ▲ 임동조 석장 미륵사지 석탑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 임동조 석장 제공 관련사진보기

- 탑 조립에 있어 현대적 공법을 자제하고 전통방식 그대로 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문화재는 굉장히 오래된 거잖아요. 미륵사지석탑도 거의 1300년 정도 지났는데 옛날에 다듬었던 표면이 요즘 현대공법하고는 다르지 않습니까. 최대한 구부재와 신부재, 대체부재하고는 표면이 같아야 하거든요. 마감 표면이... 그러니까 전통 방법을 사용해서 그 표면을 맞춰보는 것이죠. 쌓는 방법도 요즘 같으면 접착제를 쓴다든지, 에폭시를 쓴다든지 강력한 접착력이 있는 것을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옛날 돌을 쌓는 방법은 위에 올리면서 하중으로만 견딜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옛날 기법을 사용하게 된 것이죠."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래 (미륵사지 석탑) 마감을 다 하고 나와야 하는데 다 하지 못했어요. 창방석까지 올려놓고 나왔는데 마감을 다 하지 못한 게 아쉽지요."

- 문화재 수리를 위해 석공을 배우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없어져 가는 직업도 많지만, 문화재 장인들은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형문화재라고 지정만 해놓고 (지원이 없다면) 장인이 기술을 계승하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왜냐하면 우선 일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람들을 데려다가 가르치려고 하면 그만큼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난으로 인해 힘이 들죠. 국가에서 직접 나서서 장인을 양성하던지 장인에게 지원해서 양성을 하게 하던지 맥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인들이 현장에서 진정으로 대우 받고 그 사람들이 피땀을 흘리는 것이 보람을 느끼게 된다면 계승도 배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배우는 사람이 생기죠. 사람 대우를 받으니까. 앞으로 현장에서 대우받는 장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임동조 석장의 인터뷰 영상은 아래를 클릭하면 볼수 있다.
http://www.icpn.co.kr/cin/form.do?seq=3690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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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2018-10-19 08:29:46
어느 개인 임동조석장은 기술을 펼첬고 미륵사지 복원은 원불교 원광대에서 공동노력해
연구 노력해 얻은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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