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라 전문의 “책에서 보던 일…단식자 의지 존중하지만”
설조스님 단식 15일째, 주치의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내과 전문의)은 “치명적 위험”을 경고했다. 하지만 설조 스님은 사실상 연명(소생)치료거부 의사를 밝혔다. 단식 농성자 치유 경험이 풍부한 이 사무국장은 설조 스님의 연명치료 거부(DNR, do not resuscitate) 의사 표시에 매우 당황해 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단식자의 연명치료 거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보라 사무국장은 4일 오후 설조 스님을 다시 검진했다. 이날 이 국장은 “혈압이 평소 보다 낮고, 부정맥 빈도가 늘었다”며 “부정맥은 치명적인 위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부정맥, 치명적 결과 초래할 우려 있어”
이보라 사무국장은 “설조 스님의 기본 건강이 같은 연령대에 비해 좋은 편이지만, 혈압이 평소보다 떨어지고, 부정맥 빈도가 지난주 검진 때보다 늘었다”며 “부정맥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연결돼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의사는 건강상 위험을 경고하고 상태를 수정 치료하는 것이 기본 업무이다. 위험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설조 스님은 초연한 모습으로 ‘이미 알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의료진을 되레 위로해 더 안타깝다”며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설조 스님을 관찰하고 검진할 수 있지만, 치료는 거부된 상태”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이날 이보라 국장에게 사실상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설조 스님은 “목숨이 다하거나 종단에 변화가 생길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문객이나 기자들에게도 “종단 개혁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내 몸을 심지로 쓰겠다”고 누누이 밝혀 왔다. 여기에 “단식을 하다 쓰러져도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숨찬 현상은 장기에 문제 발생한 징조”
이보라 사무국장은 “특별한 목적을 갖고 단식하는 분들을 진료하고 치료한 경험이 있다. 보통 40대나 50대의 활동력이 좋은 건강한 분들이 단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조 스님처럼 연세가 많은 분의 단식을 관찰하고 검진한 것은 처음이다. 교과서에는 65세 이상의 단식은 고위험 군으로 분류한다”고 했다.
이어 “고령자가 단식할 경우 체력 저하 현상이 빨리 나타나고 급격히 활동력이 떨어지면서 평소에 발생하지 않던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럴 경우 생명은 더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설조 스님은 단식 전보다 체중이 8kg이상 줄었다. 이미 부정맥이 나타났고, 혈당 역시 떨어진 상태다. 걷고 말하는 것도 평소보다 느려졌다. 단식 천막에서 우정총국 공원 화장실까지 3번까지 쉬어가는 상황이다. 스님 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진 것”고 말하고 있다. 방문객과의 대화도 마이크에 의지하고 있다.
이보라 국장은 “걸어도 숨이 찬 증상이 오고, 화장실을 가는 데도 쉬어 가는 상황은 이미 폐나 심장 등 생명을 유지하는 장기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징조”라고 했다.
“저혈당 지속으로 뇌신경계 손상 우려도”
또 “머리가 멍한 것은 저혈당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장기 보다 가장 먼저 뇌손상이 우려된다”며 “이미 말이 빨리 나오지 않고, 느려지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저혈당으로 인한 뇌신경 계통에 영향을 미친 것이어서 매우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설조 스님이 평소 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기사를 봤다”며 “앉아 있지 못하고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체위를 유지하는 근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누워있으면서 근육 이완에 무리가 없도록 해야 하며, 몸의 에너지를 보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의료진은 설조 스님의 혈액을 채취해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이 사무국장은 “피 검사로 간, 신장, 전해질, 미량 원소 등을 체크할 예정이다. 부정맥도 있어 심장 쪽도 검사하겠다”며 “지난 검진 때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걸 느낀다. 설조 스님은 의연하게 말씀하시지만 의료인으로서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15일 단식은 보통 사람들도 건강상 한계치에 도달하게 한다. 의료진이 상주하거나 급한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원으로 이송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위급 시 단식 천막서 최소한 치료도 거부
하지만 설조 스님은 병원 이송을 거부했다. 또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을 경우 단식 천막에서 최소한의 치료를 하도록 권유했지만 이 역시 거부했다.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 이에 이보라 사무국장은 설조 스님에게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날 설조 스님은 오전 5시 50분께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6시 45분부터 일간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등 바쁜 일과를 보냈다.
설조 스님은 치료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면서 “아직은 견디는 데 아무 이상이 없다. 오늘 오전에 취재진들이 다녀가 바빴지만 더 피곤하지 않다”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단식을 할 것이고, 나를 통해 대중들이 종단 개혁에 분발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미 단식을 시작할 때 쓰러져도 병원으로 보내지 말라고 했다. 죽으면 내 뼛가루를 (단식 천막에) 놔두고라도 종단개혁을 위해 힘써 달라”면서 “단식 천막서 치료를 받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나 마찬가지다. 이미 목숨을 걸었는데 굳이 단식 천막에서 목숨을 연명할 필요가 있겠느냐. 치료는 받지 않겠다”며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연명치료 거부 의지 존중하지만 매우 난감하다”
이에 이보라 사무국장은 “매우 난감하다. 병원에서 DNR 서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스님의 의지가 강해 이를 존중해야 한다. 사실상 연명치료를 거부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같은 경우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억지로 처치(치료)하기 어렵다.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뜻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까지 각성하게 하거나 일깨우겠다는 의지를 존중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보라 사무국장의 심경은 복잡했다. 단식 농성자가 연명치료를 거부한 사례는 처음 경험한 탓이다.
그는 “너무 난감해 어떻게 할지 판단이 들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책으로만 접했다. 인권 치유 분야에서 의사들에게 주는 지침은 단식자의 의지를 존중하라는 것”이라며 “글로만 보던 상황을 현실에게 처음 접했다”고 했다.
“사회적 관심·압박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설조 스님 주치의를 맡으면서 이보라 사무국장은 관련 기사를 검색해 상황을 파악했다. 설조 스님이 15일째 단식을 하지만 조계종단은 미동도 없다. 여기에 불자들의 분노가 단식장으로 결집되지 않는 분위기를 느꼈다.
이 국장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일반 사회에서는 이 정도면 민주화로 한발 나아가거나 부정부패가 시정되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지만, 조계종단의 현실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매우 특별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설조 스님의 생명을 살리려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 종단 내부에서 안 되면 외부의 관심과 사회적 압박이 필요하다”며 “불자는 물론 권력을 가진 승려들을 압박해 변화를 이끌어 내야 설조 스님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보라 사무국장은 “혈액 검사는 오늘 늦게 나올 것 같다. 밤이라도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알려 드리겠다”며 단식 정진단을 떠났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자신을 희생하여 조계종을 바로 잡고자 하는 설조스님에 뜻은 고결 하지만 양아치들이
모여있는 조계종은 설조스님의 희생은 부질 없는 짓이 될 것입니다,
지금 선방수좌들 설조 스님 단식에 관심도 없습니다,